Brand LAB: PAULA CANOVAS DEL VAS
Brand LAB: PAULA CANOVAS DEL VAS
남들 다 하는 건 안 할래요
아름다움과 기묘함이 만나는 순간, 그 모호한 경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브랜드 PAULA CANOVAS DEL VAS에 대하여.
여기 뻔한 옷은 거부하는 당신을 위한 최적의 브랜드가 있다. 대담한 디자인, 과감한 색채 활용을 바탕으로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이끄는 디자이너 파울라 카노바스 델 바스(Paula Canovas del Vas)의 PAULA CANOVAS DEL VAS.
“아름다운 것과 기묘한 것이 결합된 것에 대한 애정이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이런 기묘한 미학에 빠져 있었다. 지금껏 본 모든 예술가, 영화를 비롯해서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가 사는 시대를 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AULA CANOVAS DEL VAS가 브랜드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단어는 ‘디아블로(Diablo,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다.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답게 색채적으로 다채롭고 형태적으로도 초현실적인 대담한 접근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다시금 시선을 끌어당기는 장난기 어린 악마의 기묘한 매력을 디테일 속에 심어 놓는다.
앞코가 뾰족하지 않고 오히려 안으로 들어간 형태의 ‘디아블로 슈즈(Diablo Shoes)’가 대표적인 예. 기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 신발은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낸 특별한 작업이라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지 못해 직접 제작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실루엣이 탄생했다. 동물의 발굽을 닮은 듯한 이 슈즈는, 친구들이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너무 가늘어 마치 밤비 같다”고 말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밤비가 신을 법한 신발’을 상상했고, 3D 디자인을 통해 그 상상을 구체화하면서 지금의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형태가 완성된 것!
스페인 남부에서 작은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파울라 카노바스 델 바스. 그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아틀리에에서 보내며 자연스럽게 패션 세계와 맞닿았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이끄는 MAISON MARGIELA와 GUCCI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이어 Ye가 카니예 웨스트 시절(Kanye West)의 눈에 띄어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합류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할지도 모르겠다.
계기는 단순했다. Ye가 그녀의 컬렉션 사진을 보고 직접 “함께 일하자”라고 제안한 것. 파울라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브랜드는 없었을 거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창의적인 에너지를 전염시키는 사람이었다. 계속적인 푸시를 받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배웠다.”
그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한 게 바로 PAULA CANOVAS DEL VAS다. PAULA CANOVAS DEL VAS가 가장 경계하는 게 있다면 ‘획일성’이다. 이는 디자인에서도 드러나지만, 옷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이다.
“우리는 런웨이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 영화 같은 전반적인 리서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한 시즌 준비에)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그 모든 노력을 단 5분의 런웨이로 버리고 싶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적인 감성을 담아 옷을 보여준 후에도 지속되는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1950년대 본격적으로 패션쇼가 자리 잡은 이후, 관객은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고 모델은 대상화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의문을 제기해 온 파울라는 패션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가능성을 자신의 무대에서 직접 실험하고 있다.
그녀의 남다른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돋보인 FW25.
모국인 스페인 대사관에서 열린 “No One Owns Me” 프레젠테이션은 영국 아티스트 질리언 웨어링(Gillian Wearing)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자기 표현과 개인의 주체성 서사를 한층 생생하게 담아냈다. 웨어링이 낯선 이들에게 손글씨 메시지를 들게 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게 하듯, 파울라는 이번 FW25에서 관객에게도 참여의 무대를 열었다. 단순히 보는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편지를 낭독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써 내려가는 행위를 통해 각자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는 패션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아닌, 함께 완성하는 경험으로 바꾼 경험이었다.
이렇듯 새로운 패션의 행보를 만들어 가는 PAULA CANOVAS DEL VAS가 패션의 미래에 무심할 리 없다. 그녀가 만드는 옷은 주로 남은 재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제작된다. 특히 스페인의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하나의 패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PAULA CANOVAS DEL VAS의 옷은 섬세한 공예성이 돋보인다. 그 공예적 태도는 옷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다. 그녀는 옷이 착용자의 신체와 주변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가방, 식기, 담요 등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여러 아이템을 선보인다. 작품 하나하나에 그녀의 치밀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그녀는 일본의 미학적 개념을 자주 차용한다.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와비사비(Wabi-Sabi)’ 정신을 반영해 식기를 개발한 적이 있으며, ‘마(Ma)’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신체와 의복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공간과 여백에 집중한다. 그녀에게 옷은 단순히 외부로 드러나는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몸과 몸을 둘러싼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계 맺는 매개체다. 결국 패션은 타자와의 시선, 사회적 맥락, 그리고 그사이에 흐르는 공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것이므로.
자주 생각한다. 옷은 우리가 향유하는 가장 가까운 예술이라고. 아름답고 기묘한 PAULA CANOVAS DEL VAS의 세계. 그 세계를 잠시 빌려와 입는 것만으로 인생이 좀 더 재밌어질 것만 같은 신나는 예감이 든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