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Strange Study Notes
아시아산 괴짜 탐구 노트
압구정 한복판 그랜드 오픈. 가상 젠테스토어 오프라인 편집샵. 아시아의 미를 담은 네 가지 브랜드를 탐구하러 간 2인의 괴짜 에디터. 이 브랜드의 핵심만 담은 메모 노트를 공개한다.
바디 데코레이션 실험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상상력 넘치는 당신이 꿈꿔왔던 아름다움을 현실로 구현하는 곳. ‘주얼리는 어느 부위든 꾸밀 수 있어야 한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신체 곳곳을 장식하는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YVMIN. 예를 들면 의족 주얼리라던가, 임산부 배 커버 액세서리와 같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신박한 아이템을 창조한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이 독특한 아이디어들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부부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괴짜 듀오, 창작의 순간까지 함께하는 샤오유 장(Xiaoyu Zhang)과 민 리(Min Li)를 소개한다.
대학교 동기로 만나 연인으로, 연인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그리고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된 이들. 사랑이 깃든 관계인 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은 로맨틱할 수 밖에 없다. 로맨틱과 판타지의 결합. 뻔한 것이라면 질색인 괴짜 부부는 어디서 영감을 얻을까? 이에 샤오유 장과 민 리는 영감의 원천이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친구의 다섯 살 아들이 만든 상어 목걸이에서, 어린 아이가 사용하는 작은 고무줄에서, 심지어는 사과를 깎고 남은 껍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본 모든 것을 바탕으로 이 부부는 번역가의 역할을 한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주얼리로 번역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저는 브랜드가 대중적으로 변하는 순간 특별함을 잃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고객은 한정적이더라도 그들이 진심으로 YVMIN에 감동하길 바라요. 언젠가 제가 제 브랜드를 돌아봤을 때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면, 그건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에요.”
영혼을 담아 한편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YVMIN,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더 기대된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던 시기. Professor.E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던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연구한다. 이름하여, 대항해 시대. 무엇이 있을 줄 알고 선원들은 배를 탔을까. 그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서. 물론 이 시기로부터 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연결. 새로운 것의 무한한 발견을 의미하기도 한다.
Professor.E는 이 시대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동양과 서양,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등 줄다리기의 양 끝처럼 상반되는 것들의 충돌. 이것이 Professor.E를 구성하는 훌륭한 교과서가 되어주었다.
대만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매 시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익명성을 강조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교수 E, 그 뿐이다. 디자이너나 디렉터에 집중되는 관심을 온전히 옷이 대한 시선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 이들은 오로지 옷으로 승부하고자 한다.
오래되고 아주 소량 존재하는 희귀한 원단,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조된 직물, 천연 염색 기법으로 만들어진 원단 등, 장인 기술이 한껏 드러나는 귀한 재료들을 가지고 세심히 만들어낸 라인. 그것이 Professor.E가 만들어내는 Forgotten Materials 라인이다.
다양한 크기의 단추와 서로 다르지만 잘 어울리는 원단, 자연스레 해져있는 가장자리, 의도된 비대칭 등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Professor.E의 기본 철학을 베이스로 전개하는 이 라인은 이 브랜드의 괴짜 실험실이 되어 주는 중요한 창구이다.
식민지 시대 일본 관료의 거주지였던 70년 된 건물은 Professor.E의 컨셉 스토어로 탈바꿈했는데, 타이난에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익명의 디자인 집단으로부터 탄생하는 KHOKI는 각자의 취향을 잘 조합하는 디자인 팀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누군가는 기괴한 조각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빈티지 옷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뜨개질에 능숙하고, 누군가는 패턴 제작에 능숙하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을 잘 나누고 다듬어서 탄생하는 것이 KHOKI다. 흥미로운 작품의 비결은 서로를 향한 존중과 수용적인 태도.
청바지나 티셔츠 같은 일상적인 형식을 유지한 아이템에 수공예 디테일을 더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또한 협업의 미학이 잘 반영된다. "저희 작품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터치를 더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KHOKI의 디자이너와 스태프는 이러한 말을 전한다. 한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 아닌 옷. 이들에 의해 탄생하는 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결말을 정해두지 않은 하나의 예술 프로젝트이다.
흥미를 끄는 브랜드의 온라인 샵은 어떻게 생겼을까? 브랜딩이라 함은 정교하게 잘 설계되고 다듬어진 이미지에서부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했는데, KHOKI가 전하는 바는 또 다르다. 이 온라인 숍을 보면 브랜딩에 대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사이트에서 이들은 오리지널 상품과 아카이브 상품을 함께 판매한다. 여러 사람의 애장품을 아카이브 탭에서 판매하고, 피팅을 위해 오프라인 숍을 방문하면 커피를 내어준다는 귀여운 메시지까지. 옷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과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약간 귀여운 포인트가 물씬 느껴지는 사이트다.
상업적인 물건을 만들기 보다 좋아하는 물건을 친구와 만들고,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어서일까? KHOKI는 각자의 취향이 더해졌을 때 흥미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고 믿는 그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로 통일되는 무언가를 보여주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이들을 존재하게 한 것들을 보여줄 뿐이다.
여성스러운 게 뭔데? 늘 여성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라온 남성 듀오가 그 지긋지긋한 편견에 지쳐 론칭한 브랜드. 본인이 지닌 섬세함과 감수성을 모두 부정당했던 경험을 담아,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홍콩 출신의 디렉터 듀오 알렉스 포(Alex Po)와 데릭 청(Derek Cheng)은 자신을 억눌렀던 ‘여자같다’라는 꼬리표를 오히려 무기로 삼기 시작했다. Liquid Masculinity, 즉 유연한 남성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남성도 물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무언가를 연약하고 불안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분명 만족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남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끼얹는 것이다." -AnOther Magazine
PONDER.ER의 설립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이들의 옷을 한층 이해하기 쉬워진다. 남성복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소재들. 주로 사용되는 무거운 가죽이나 두꺼운 데님 대신, PONDER.ER은 쉬폰과 오간자처럼 가볍고 바람결에 흩날리는 소재를 즐겨 사용한다.
몸을 억압하기보다 자유롭게 흐르는 실루엣을 통해, 남성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드럽게 흔드는 것. 소재뿐 아니라 기법에서도 PONDER.ER는 연약함을 한층 더 극대화한다. 특히 그들의 시그니처인 셔링 기법은 옷의 표면에 주름을 만들어 마치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섬세한 긴장감을 더한다. 홍콩의 두 남자가 만나 그려나가는 남성복의 새로운 가능성,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중국, 대만, 일본을 거쳐 홍콩까지. 세계의 중심에서 아시아의 미를 외치는 네 가지 브랜드의 정보를 담은 핵심 노트. 앞으로 이 브랜드들이 보여줄 성장세와 가능성은 끝이 없을테니 꼼꼼히 기록해 두기를 바란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