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6 HIDDEN GEMS OF SS26
Stories: 6 HIDDEN GEMS OF SS26
SS26 패션 위크 신스틸러.zip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한 2026 SS 패션 위크.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6개의 쇼를 꼽았다.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화제였던 한 장면이 있다면, Dolce&Gabbana 쇼였을 거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인공인 메릴 스트립과 스탠리 투치가 프론트 로우에 등장했기 때문. 전 세계 패션 팬들은 현실과 영화, 그 사이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맞이하며 즐거워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Dolce&Gabbana를 착용하고 등장한 이들은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패션 러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마침 미란다 캐릭터의 모델이 된 전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까지 한 자리에 있어서 흥미로운 그림이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메릴 스트립, 그러니까 극 중 미란다가 지켜보는 와중에 진행된 화제의 이 쇼, 그 테마는 'PJ Obsession' 그야말로 파자마의 향연이었다. 더 이상 파자마는 침실에서만 입는 게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는 듯, 캐주얼하면서도 동시에 우아하고 세련된 룩이 대거 등장했다.
파자마를 어떻게 입고 다니냐고? 자세히 보면 그냥 파자마가 아니다. 그 자체로 포인트가 되는 크리스탈과 스톤 자수 디테일이 더해진 파자마부터 재킷에 함께 스타일링한 꽃 자수가 새겨진 편안한 무드의 파자마까지. 이번 컬렉션 앞서 선보인 Dolce&Gabbana SS26 맨즈 컬렉션에 등장한 아래 파자마 보이처럼 파자마 셋업에 레더 재킷에 선글라스까지 쓱 걸쳐줘도 좋겠다.
이 유행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터. 이미 쇼핑을 하다보면 파자마 스타일 혹은 속옷에 있는 레이스 디테일이 돋보이는 옷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파자마 스타일은 이미 Dolce&Gabbana가 90년대 런웨이에서도 선보인 적 있는 스타일로, 이번에는 한층 대담하고 모던하게 돌아왔을 뿐.
‘파자마’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제대로 선보인 Dolce&Gabbana의 ‘파자마 걸 앤 보이즈’ 귀엽지 아니 한가. 다가오는 봄엔 맘에 쏙 드는 파자마 세트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주변에서 예쁘다는 소리가 자자했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안다고 했던가.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의 보테가 베네타 첫 무대 이야기다. 이번 시즌, 패션 위크를 가장 흥미롭게 만든 건 ‘새 얼굴’들이 기존의 하우스를 어떻게 리브랜딩했는지 였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트로터의 무대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처럼 느껴졌다. 보테가의 새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서 말이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세련되게 이은 그녀의 SS26 컬렉션. 보테가의 고유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섬세한 감각을 더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할 요소는 바로 BOTTEGA VENETA를 대표하는 인트레치아토와 매듭이였다.
위 롱 가죽 재킷은 3mm 스트립을 손으로 엮어내는 데 무려 4,000시간이 걸렸다고. 재활용 유리 섬유를 엮어 만든 퍼와 프린즈, 태슬 디테일도 이번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며,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쇼 전반적으로 흐르는 장인 정신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만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쇼에는 한국의 설치미술 작가 이광호의 인스톨레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선을 엮어서 인트레치아토의 구조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BOTTEGA VENETA가 이번 쇼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장인 정신’을 시각화한 것이었다. 쇼 전반에서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루이스 트로터. 앞으로도 그녀가 만들어 갈 BOTTEGA VENETA에 기대를 걸어본다. 사실 재킷부터 백… 갖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니, 말 다 했다.
쇼를 보면서 생각했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라고. 이번 컬렉션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아이템은 ‘앞치마’다. 그 이유를 두고 그녀는 말한다. “패션은 늘 화려함이나 부유층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인정해야 한다. 앞치마는 공장에서부터 가정에서까지 역사 속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담고 있다.”
쇼 오프닝을 장식한 독일의 배우 산드라 휠러(Sandra Hüller)는 공장 노동자가 입는 유틸리티 앞치마를 두르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등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의 청소 노동자와 가사 도우미에게도 주목했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성들,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종종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그런 현실을 런웨이에 올려 ‘패션’으로 만들었다. 런웨이 세트는 공장 구내식당을 연상 시켰고, 바닥은 붉은 고무로 덮여 있었다.
‘럭셔리’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관철하는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 그녀의 힘이 이번 MIU MIU 컬렉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커리어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옷으로 세상에 이야기 하는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니 그녀의 MIU MIU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완벽할 필요 없다.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 'Quick Change’라는 테마로 쇼를 전개한 JULIE KEGELS는 쇼에서 걸어 나온 모델들은 확실히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래서 흥미를 끌었고 말이다.
디테일을 살펴보자. 언밸런스 스커트 아래에 묻은 글리터, 팔꿈치에 묻은 핑크 글리터, 열리다 만 듯한 지퍼, 주얼리를 패브릭에 3D 프린트한 액세서리(원래는 하이 쥬얼리를 사용하려 했지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 선택이라고), 가방인 줄 알았는데 사실 손에 쥔 건 스타킹.
자세히 보면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담긴 이번 컬렉션은 여성들이 매일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역할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과정, 그러니까 직장, 파티 그 어디에서든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야 하는 그녀들의 순간에 집중해 보면서. 이런 모습이 있기에 완벽해 보이는 우리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한 JULIE KEGELS에 감사를.
사심 가득 담아 말하건대, ANN DEMEULMEESTER를 좋아한다. 특히 젊은 1996년생 디렉터, 스테파노 갈리치가 이끄는 지금의 ANN DEMEULMEESTER를. 매 시즌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컬렉션을 기다린다. 그는 실제로 이 브랜드를 ‘입으며 자란 세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에는 브랜드의 유산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감각이 깃들어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가 선보인 SS26 컬렉션의 테마는 ‘외로운 자(The Solitary One)’. 이번 시즌에서 갈리치는 자신만의 내밀한 기억을 거리낌 없이 꺼내 놓았다. 고향 교회 근처의 농구 코트, 어린 시절의 여름밤, 스포츠에 대한 열정, 그리고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이 모든 조각이 하나로 엮이며, 쇼는 마치 한 편의 몽환적인 꿈처럼 펼쳐졌다.
ANN DEMEULMEESTER 특유의 미니멀한 실루엣 안에서도 그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에게서 사연이 느껴진다. 마지막에 ‘Dream’이라고 적힌 져지를 입고 나온 한 모델이 앞장서는데 쇼에서 말하는 외로움도 결국 ‘꿈’이 있다면 그걸 따라가면 된다는 의도가 아니었을지 짐작해 본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최대 목표가 “꿈에 힘을 실어주고, 이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한 바 있으니.
스테파노 갈리치가 선보이는 ANN DEMEULMEESTER의 묘미는 그간 볼 수 없던 과감한 컬러를 적극적으로 선보인다는 것. 그동안 블랙과 화이트, 모노톤에 집중해 온 브랜드의 유산 위에, 그는 새로운 감각을 더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로맨티시즘의 정석인 컬러, 핑크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모습이었다. 거기에 그가 즐겨 입는 데님까지 더해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색을 더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건 나폴레옹 재킷이었는데 앞으로 자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파노 갈리치가 지닌 음악적 세계관, 그 특유의 펑크 록, 그런지 스타일과 브랜드의 시적인 세계관을 적절히 섞이며 특유의 세련된 ANN DEMEULMEESTER를 선보이는 중. 오로지 ‘그 사람’이여서 할 수 있는 걸 ‘잘’하기까지 하는 인물들. 이들을 보는 맛에 패션 위크를 보는 걸지도.
밤바다에 수영하러 뛰어드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자정의 바다 수영(Midnight Swim)’을 주제로 쇼를 펼친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어둠 속에서 짙은 바다 빛이 번지고, 세 명의 모델이 천천히 등장한다. 서로를, 그리고 관객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유혹한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라면 이 쇼의 오프닝에 전율하지 않았을까. 이건 하이더 아커만만이 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
영화 감독이기도 했던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연출적 감각을 잇되, 하이더 아커만만의 관능이 돋보였던 이번 컬렉션. 날카롭게 재단된 테일러드 수트 위에 글로시한 레더 블레이저가 더해지고, 과감한 숄더 라인이 인상적인 룩들은 과거 톰 포드의 상징적인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듯했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기존 톰 포드의 섹시함을 ‘빛’으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빛을 머금은 새틴과 레더, 그리고 산뜻한 컬러 팔레트의 테일러드 제품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또한 허리선을 깊게 파낸 컷아웃 드레스와 오간자, 시어 소재의 활용으로 완성된 룩들은 노골적이면서도 절제된 관능미를 보여줬다.
‘자정의 바다 수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 적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이 주는 경외심과 동시에 무언가 강렬한 감각에 대한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이번 TOM FORD 쇼가 그랬듯. 머지않은 날 밤바다에서 수영을 해보고 싶다. 온전히 자유를 만끽하며.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