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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3D Artist DAMO

3D 작업은 나의 것



Interview: 3D Artist DAMO

3D 작업은 나의 것






처음 그녀의 게시물을 마주했을 때, 직감했다. 우리가 찾던 괴짜(positive)가 여기 있다고.


다모의 ‘Do you love me’ 작품을 보고 며칠간 그 작품에 대해 떠들었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나도 단발머리 캐릭터처럼 몸을 잘라버릴까? 나는 애초에 그런 질문을 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그녀가 3D 공간에 펼쳐둔 것들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작품은 살아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깊이 뜯어보고 이야기하며, 작업물을 자세히 보니 더 재밌었다. 3차원의 공간에서 거침없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아티스트, 다모를 만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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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괴짜를 찾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는 괴짜랑 거리가 먼 다모라고합니다. 3D 캐릭터를 만들거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얼핏 보면 괴짜 같지만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볼 법한 것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2.jpg 대파 피리를 부는 다모.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



Q2. 작업 명 ‘다모'에 얽힌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머리가 빨리 자라고 모량이 많아서 다모'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이름을 정할 때 특별한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다모라는 별명은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저를 놀리려고 부르던 이름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제가 가장 트라우마처럼 여기던 별명이었어요. 스스로도, 왜 다모라는 이름을 계속 쓰려고 했던 건지 지금의 저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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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냥 제 존재를 숨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진짜 내 본명을 쓰지 않고,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내 작업물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만 기억이 나네요.





Q3. 다모님의 세계에 있어서 3D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들과 상상들을 가장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도구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3d가 가장 익숙하고 가장 편하게 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거든요. 어떤 3d 툴이든지 간에, 가장 직관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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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만약에 패션 하이엔드 브랜드 하나와 콜라보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건지 궁금합니다.



현실 가능성 생각하지 않고, 줏대 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브랜드가 좋아요. MOSCHINO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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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이었나, 파리 여행을 갔어요. 여행할 때 샵에 들어갔는데 점원이 마지막 하나라고 하는 거예요. 22년도 컬렉션이었을 거예요. 핫도그 컬렉션이랑 같이 나왔던 햄버거 가방. 정말 그 돈을 쓰면 안 됐는데, 150만 원으로 햄버거 가방을 샀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판매 전략이라고 하더라고요.



7.jpg MOSCHINO RESORT22 ⓒMOSCHINO



Q5.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다모 님의 작업물 중 하나가 현실 세계에 살아 숨 쉴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으신가요? 그 캐릭터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요?


'It's not a dog' 이라는 영상 작업에 나왔던 강아지 아저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귀여울지 아저씨 같을지 사람 말을 할지 강아지처럼 짖을지도 궁금하고요. 강아지처럼 대하는 게 좋을지 아저씨처럼 대하는게 좋을지 이야기 나눠보면서 성격을 파악해 보고 싶어요.




Q6. 해당 영상을 보며 작업물의 탄생 비화가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강아지 아저씨가 탄생하였나요?


원래 동물을 좋아해요. 어느 날 망원동을 걷고 있는데, 푸들이 주인이랑 산책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때 주인 다리에 푸들 몸만 보이고 얼굴이 가려져 있는 거죠. 강아지 얼굴이 안 보이니 강아지 얼굴이 얼마나 귀여울지 상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만약 귀엽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안 귀여운 존재의 얼굴과 합쳐진 것을 상상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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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최근의 작업물 중 가장 재미있게 작업한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최근에 backroom에 빠져서 나무위키에서 이것저것 막 찾아보다가 직접 backroom을 만들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사실 backroom이라는 게 무한한 공간으로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3d로 무언가를 만들 때는 무한한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그 backroom의 끝을 저는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제가 backroom 촬영지의 공간 제작 스태프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관객들을 어떻게 눈속임할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때 backroom에 나오는 크리처도 재미있게 만들기도 했고,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작업이었어요.


backroom 작업 보러가기



Q8. 작업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작업 노트가 있다면 살짝 보여주실 수 있나요?


우선 작업 준비물은 내가 뭘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나눠보면 아이패드, Oculus Quest 2 (VR 기계), 컴퓨터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10.jpg 다모 작업 노트
11.jpg 메모로 가득한 작업 노트



이상한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거나, 머릿속에서 어떤 영상이 재생되거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웃긴 대화를 들었을 때 바로바로 노트에 혹은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둬요. 그리고 나중에 대략적인 스케치를 진행해요. 저는 스케치가 없으면 작업할 때 길을 잃는 스타일이라서 처음에 대충이라도 스케치를 꼭 하고 시작합니다. 그다음, 위에서 설명해 드린 작업 준비물로 작업을 시작해요.



12.jpg Oculus Quest 2를 착용한 다모



조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할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전체적으로 크게 크게 작업해야 할 때 Oculus Quest 2를 사용해요. 최종적으로 만든 파일들은 컴퓨터로 옮겨서 3d 프로그램을 거쳐 이미지로 혹은 영상으로 뽑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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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그렇다면 요즘 다모님께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제 친구 중에 2D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랑은 둘이 만나면 이상한 이야기들만 잔뜩 늘어놓고, 온갖 기괴한 상상들을 많이 해요. 그 친구는 크리처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해서, 항상 이상한 것들을 저에게 알려주기도 하고요. 둘 다 작업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런 상상들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같이 고민하고, 신기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서로 공유하기도 해요.



14.jpg ⓒ@55ooofff, @cleeekyu



인스타그램에 @cleeekyu 라고 검색하시면 그 친구의 작업물을 볼 수 있어요. 저에게는 작업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영감도 많이 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최근에 되게 웃겼던 게 그 친구가 평소에 고어하고 잔인한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제가 입술만 뜯으면 그렇게 기겁하는 거예요. 잔인한 영화들은 잘만 보면서 고작 입술이랑 까시래기에 까무러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Q10. 그렇다면, 다모님이 만든 캐릭터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저는 자기애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저랑 닮은 캐릭터는 잘 안 만드는 거 같아요.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제 작업을 보고 캐릭터들이 저랑 생긴 게 닮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제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보는 게 제 얼굴이니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캐릭터들에게 저의 성격이나 성향이 투영되지 않게끔 애써 작업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Do you love me?' 라는 작품에 나오는 단발머리 캐릭터.


그 캐릭터는 연인과 몸이 이어져 있고, 둘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상황에 단발머리 캐릭터가 “나 사랑해?” 라고 연인에게 물어봐요. 근데 연인이 고민하더니 “아니, 안 사랑해” 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단발머리 캐릭터가 연인과 이어져 있는 몸통을 싹둑 잘라버리고 피가 철철 흐르는 그런 내용인데, 단발머리 캐릭터의 그런 극단적인 모습이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Q11. 작업물에 다모 님이 투영되어 있다면, 어떤 부분이 녹아있나요?


작업에서 나타나는 비대칭, 비정형, 불완전한 형태들이 완벽하지 않은 제 모습을 투영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나이에 맞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완벽한 모습이라고 보았을 때, 모두가 말하는 그러한 삶에 대한 부담을 느껴요. 사람마다 사는 게 다르고, 그렇게 안 살아도 잘 살 수 있는데 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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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모님이 생각하시는 다모님의 롤모델이 있나요?


팀 버튼(Tim Burton). 하고 싶은 이미지로 영화 만들잖아요. 그런데 팀 버튼도 상업 영화 몇 개 했거든요. 그럴 때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긴 해요. 팀 버튼도 하고 싶지 않은데 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16.jpg 팀 버튼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Q13. 이상한 꿈이 작업의 원천이 되곤 한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물론, 요즘은 꿈을 안 꾼다는 이야기도요. 사실 에디터의 꿈속 세상은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든요. 그래서 다모님의 꿈속 세상이 궁금해요. 최근 꾼 꿈 중 가장 인상 깊은 꿈이 있다면요?


최근에는 저도 이상한 꿈을 잘 안꿔요. 굉장히 현실적인 꿈들로 많이 바뀐 거 같아요.



17.jpg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망고


대신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고민거리들을 꿈으로 자주 꾸게 된 것 같아요. 애써 외면하고 있던 고민거리들이 꿈에서 저에게 직면할 때 굉장히 괴롭습니다. 제일 힘든 꿈은 제 고양이 망고가 나이가 많은데, 고양이가 집을 나가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너거가 하는 꿈을 꿀 때,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물론 현실에서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Q14.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신가요?


‘징그러~’



18.jpg 다모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징그러운 작업물


가끔 마음이 여린 분들이 예기치 않게 제 작업물을 마주 했을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징그러~ 무서워~ 기괴하다~ 으~ 라는 말들을 들을수록 저는 뿌듯함을 느껴요.



Q15.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깊게 생각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보고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작업물을 만드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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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6. 세상에 외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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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21.jpg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다모는 괴짜와 거리가 멀다고 했지만, 인터뷰를 끝낸 다모는 자신이 꽤 괴짜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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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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