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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birdme Oct 15. 2024

[생각하는 인간] 디지털세대가 좋아하는 아날로그


1. 

보통은 스마트폰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듣지만

이따금 턴테이블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참 좋다.

아끼고 아껴서 고른 레코드판을 정성스레 올리고 뒤집고, 또 바꾸고

바늘 사이 굴곡을 지나 음을 뿜어내는 모습이 여전히도 신기하다.


2.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사진을 찍지만

한 컷 한 컷 꾹꾹 눌러 담아내는 필름 카메라가 좋다.

'이건 꼭 남겨야 해!'라는 마음으로 36컷을 소중하게 찍는 과정도

필름 현상을 맡기고 인화된 사진을 받을 때의 두근거림도


3.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닐 수 있는 E-BOOK도 좋지만

책장을 다채로운 색으로 메꾸어가는 종이책이 더 좋다.

사람도 그렇듯

책마다 갖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고 미묘하게 다른 냄새를 맡는 것,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맛이 아주 중독적이다.


4.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OTT도 좋지만

북적이면서도 고요한 영화관이 더 좋다.

상영작을 보기 위해 '이 시간'을 내어 모인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도

고민을 거듭하며 선택한 좌석에 앉아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도


5.

언제든 고칠 수 있고 정돈되어 쓸 수 있는 컴퓨터 문서가 좋지만

생각나는 대로 손 글씨를 적는 것도 좋다.

반드시 손으로 적을 때만 정리되는 생각들과

세상에 하나뿐인 글씨체가 더욱 소중해질 때가 있다.





손가락 한 번에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이

가끔은 너무 빠르고 시시각각 변해버거울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아날로그적인 무언가들이 나의 소란함을 달래준다.


바이닐을 듣거나, 책을 사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는

하나의 행위를 하기 위해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들에서 평정심을 얻는다.

금방 바꿀 수도 없어서 한 번 시작하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어? 이 곡 듣다 보니 좋네?' 하는 뜻밖의 보물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된,

각자가 지닌 역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날로그가 주는 어떠한 가치들을 더 잘 이해하고 품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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