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키 Dec 19. 2023

다시 시작

겁 없이 시작할 때가 좋았다. 금방이라도 뭐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나는 어느새 거품 같은 광고에 마음이 끌려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었다. 그 수업만 받으면 그렇게 될 것 같은 환상을 좇고 또 좇았다. 쉽게 믿지 못하고 의심 많던 나의 성격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이곳저곳에 돈을 뿌리며 영혼을 팔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득 뜬구름을 잡고 있는 내가 보였다. 방법을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브랜딩 할 수 있는 건지. 아니 도대체 사람들이 말하는 ‘퍼스널브랜딩’이 대체 뭔지!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똑똑한 알고리즘이 내가 찾던 것을 물어다 주었다. 

‘원 씽 원 드림. 7주로 끝내는 퍼스널브랜딩(강사 편)’ 

 MKYU의 학생이었던 3인의 강의. 평소에 듣고 있던 온라인대학이라 다른 광고보다 믿음이 갔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은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다. 

‘진짜 이게 맞나? 또 꽝은 아닐까?’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신청서를 작성했다. 나는 7주 동안 세 분의 강사님들을 통해서 더 명확하게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깊이 있게 찾는 시간을 만들어 갔다. 블로그의 이름을 바꾸고 틱톡에 나를 알리는 브랜딩을 마케팅하고 온라인에서는 작은 강의를 통해 나의 한계를 시험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7주의 수업 후에는 오프라인으로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매일 같이 줌으로 만났던 동기들에 대한 호기심이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어색함을 이겼다. 마음이 급해졌다. 방구석 패셔니스타라고 나의 페르소나를 소개했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다. 

 새하얀 슈트를 한 벌로 입고 나갈까? 미니스커트에 엣지있는 스타킹으로 포인트를 줄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약속 날 아침까지도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하며 고민하는 나를 보고 “아무래도 하얀색 슈트는 너무 부담스러운 거 같아”라고 말하는 남편. 얼른 두 번째 스타일로 갈아입고 “이 건 어때?” 물으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까만 가죽 반바지, 카멜색 오버핏 양털 재킷, 발목 스트랩 하이힐에 나의 시그니처인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했다. 웨이브를 세게 넣어 헤어까지 힘주어 부풀렸다. 

 길어진 준비 때문에 부랴부랴 약속 장소인 홍대로 출발했다. 긴장감 반 기대감 반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열리자, 온라인에서만 보았던 강사님들이 서 계셨다. 온라인보다 훨씬 강한 포스를 풍기는 3분이 너무나 반갑게 “베키 님이시죠?” 하며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해 주신 덕분에 두려움과 어색함을 잊을 수 있었다. 

 뒤를 이어 자리를 꽉 채운 삼색 브랜딩 1기 동기 중에는 행복을 베이킹하는, 잠시 자기 꿈을 내려놓고 느린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마음 치유를 알려주는, 아름다운 향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배움에 대한 도전을 즐기시는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나는 첫 번째로 자기소개를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첫 만남에서 푼수처럼 내 인생의 치부 절반을 이야기하고 자리에 들어와서야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어 있었다. 창피함에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발표하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어느 순간부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사연들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동화되어 가는 나를 느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들처럼 편안했고 비슷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그런지 희망이 넘쳤다. 예전의 나는 게임을 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 보아도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한 시간씩 아이를 붙잡고 가르쳤었다. 너무나 큰 벽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나의 또 다른 세상이 되었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라는 의문이 생길 때마다 ‘괜찮다고, 지금 그 길이 맞다’라고 응원해 주는 동기들, 인생의 ‘희로애락’을 먼저 배운 사람들이 좌절 대신 선택한 방법을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오늘도 희망을 품고 그리며 내일을 향해 도전한다. 매일의 다시 시작, 오늘이 즐거워졌다. 

작가의 이전글 나, 열정에 미칠 줄 아는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