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10년이 던지는 과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한 ‘작은 미술관 조성·운영 사업’ 공모에는 전국에서 6곳이 선정됐고, 인천의 우리 미술관이 그중 하나였다. 같은 해 11월,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골목에 우리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이 미술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박한 외관, 작고 아담한 전시 공간, 그 속
에서 지난 10년간 작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예술이 꽃피었다.
우리 미술관은 전시관, 교육관 그리고 레지던시 공간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교육관은 비교적 찾기 쉽지만, 전시관은 표지판을 따라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소박하고 아담한 이곳이 바로 이름 그대로의 ‘우리 모두의 미술관’이다. 작가들은 전시를 열고, 아이와 어르신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 레지던시로 골목을 풍성하게 채워왔다.
9월 16일에 개막한 10주년 기획전 ‘10년, 그 공간의 기억’은 지난 10년간 전시를 열었던 작가 41명의 작품을 세 차례(회화·사진·입체)로 나눠 선보인다. 개막식에는 초등학생부터 100세 할머니까지 참여해 축제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낡고 낙후된 구도심에서 전시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가치”라는 한 작가의 말처럼, 이 미술관은 돈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문화 자산이 되었다.
소설가 양진채는 10주년을 맞아 “낮은 지붕과 골목에 어깨를 맞댄 작은 미술관, 골목을 뛰노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다정함이 예술이 되는 곳. 그런가 하면 시름이, 노동이, 부두의 짠 내음이, 공장의 굴뚝이 그림으로, 사진으로, 때로 조형으로 날개를 활짝 펴 상상이 되는 곳”이라며, “이 작은 우리 미술관은 저녁 어스름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먼 바다의 항로를 알리는 등대처럼 괭이부리마을을 환하게 열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 사례는 작은 미술관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작은 미술관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형 미술관과 달리 생활권 안에서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주민에게는 참여와 배움의 장을 마련한다. 나아가 빈집이나 구도심의 공간을 활용해 공동체 재생 효과까지 이끌어 낸다. 따라서 이런 모델은 인천의 각 기초지자체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작은 미술관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지자체가 건물·예산·행정을 맡고, 전문 인력이 프로그램과 운영을 책임지는 협력 구조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대형 미술관은 전시·교육·홍보·행정을 부서별로 나누어 담당하지만, 소규모 미술관은 한두 명이 기획·운영·행정·주민 프로그램까지 모두 맡는다. 전문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갖춘 인력이 없으면 운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미술관의 성장 또한 공간과 재원만이 아니라 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함께 지닌 사람들이 꾸준히 일해 온 덕분이었다. 이러한 인적 기반이 있어야 주민과 작가 간 신뢰가 형성되고, 공모사업·후원·자원봉사 등 외부 자원도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
또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의 등록 요건은 소규모·생활밀착형 공간이 법적 등록을 받기 어렵게 되어 있으며, 등록이 되지 않으면 국고보조·세제 혜택·공식 통계·교류사업 등에서 배제되어 운영에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규모·자료·인력 기준을 차등화하고, 주민 참여와 교육 프로그램을 등록 요건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소규모·지역형 미술관’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술인들에게도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작은 미술관의 핵심은 ‘생활 속 예술’이므로, 작가가 전시만 하고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워크숍·교육·마을 기록·공동 창작 등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사회문제를 학습해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한다. 예술적인 수준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지역성과 연계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개인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 논의, 자문, 공론화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미술관의 10년은 ‘작은 미술관’이 지역문화를 담아내는 거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앞으로 인천의 각 기초지자체가 공간·재정·전문성·인력을 결합해 이런 모델을 확산시키고, 미술인들이 공동체와 제도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적극 나선다면 생활 속 문화권은 한층 더 촘촘히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