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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의 문화예산 3% 공약, 허와 실

by 손동혁

민형배 국회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인천광역시의 총예산은 약 16조 6,939억 원으로 부산에 이어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지만 이 중 문화예술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2,908억 원으로 전체의 1.75%에 불과하다. 이는 인구 3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의 재정 규모치고는 초라한 수준으로 1인당 문화예술 예산도 96,275원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중하위권에 머물러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세종특별자치시(104,058원), 충청남도(147,246원), 전북(180,140원), 제주(195,782원) 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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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형배 국회의원실


7개 광역시 가운데서도 인천은 광주(123,786원), 울산(111,003원), 부산(110,963원) 등 다른 광역시에 비해 1인당 문화예술 예산이 낮고 문화예술 예산 비율 역시 평균 1.9%대에 못 미친다. 총재정 규모는 크지만 비율과 1인당 금액이 모두 낮아 ‘잠재력 대비 저투자’ 구조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문화예술 예산은 3,624억 원으로 인천보다 700억 원 이상 많고 광주는 시설과 인구가 적음에도 문화예술 예산 비율이 2.19%로 가장 높아 1인당 12만 원이 넘으며 울산과 대구도 1.9%대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와 시민의 삶의 질에 대한 시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현 민선 8기 인천 시장(유정복)은 문화도시를 기치로 ‘문화예술 예산 3% 확보’를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새로운 약속이 아니다. 유 시장은 이미 민선 6기 시절, ‘문화 성시 인천’이라는 구호 아래 2020년까지 문화예술 예산 3% 목표 달성을 공언했으나 지키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장이 과거의 헛된 약속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예산 비중이 낮다는 것은 도시 문화의 실핏줄이 점점 말라간다는 뜻이다. 대규모 시설 건립이나 이벤트성 사업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사업은 추진될 수 있어도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생활 문화 기반을 다지고 지역 예술인과 단체를 지원하며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영역에는 충분한 자원이 닿지 않는다. 그 결과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가는 문화 정책의 악순환이 고착된다.


특히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 공항과 항만, 그리고 수많은 섬이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다층적인 특성을 도시의 문화 자산으로 살리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면 거대한 시설 하나를 짓는 것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시설 건립과 운영, 프로그램 다양화, 네트워크 강화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공항과 항만을 품은 관문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 세계와 교류하는 문화 거점으로 성장하려면 풀뿌리 예술 생태계를 탄탄히 다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문화 예산 3%’는 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경제와 개발에서 문화와 사람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을 실현하려면 예산 확보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집행 내역, 사업 성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대형 시설 건립과 대규모 일회성 행사 중심의 예산 편중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공간 운영, 예술인 창작 지원, 시민 문화예술 교육 등 보이지 않는 토대를 다지는 데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항만과 섬, 도심을 잇는 인천 고유의 특성을 살린 네트워크형 사업을 발굴하고 중장기 예산을 투입하여 ‘예산 증액’이 ‘운영 내실화’를 거쳐 ‘시민 체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천시의 예산 구조로는 이와 같은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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