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가 문득, 코끝에 빨래 냄새가 스쳤다.
빨래 냄새라고 해야 할지, 섬유유연제 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향기엔 분명 누군가의 ‘지금’이 담겨 있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건 여러 감각이 함께한다.
현관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
옆집에서 새어 나오는 TV 소리,
방 안 가득 번지는 온기와 집 특유의 냄새,
밥이 지어지는 소리와 김이 오르는 향,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작은 움직임들,
청소하고 난 뒤 반짝이는 매끈한 마루까지.
이 모든 것이 그 집의 삶을 이루는 숨결이다.
그리고 그 삶은 결국 옷에도 스며든다.
하루의 먼지, 바람, 웃음과 한숨, 몸에서 난 온기까지
옷감에 고스란히 남는다.
우리는 그 흔적을 한 번 털어내고, 다시 살아갈 준비를 하듯 빨래를 한다.
그래서일까. 산책길에 스친 그 향 하나가
이 집의 누군가도 오늘 자기 삶을 성실히 가꾸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내 빨래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당연해서 지나치는 일들이지만
누군가의 생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 평범한 움직임이 내 산책길을 은근한 위로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