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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도치 Jul 02. 2023

행복해지기 위해 감시당하기로 했다

내일의 안전과 맞바꾼 오늘의 자유,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영화 '서치'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딸 마고를 찾기 위해 그녀의 인스타그램 DM 기록과 구글 계정 및 메일함, 페이스 타임 등 그녀의 흔적이 있는 모든 플랫폼을 서치(search)한다. 다행히 데이비드는 마고를 무사히 찾았고, 가족의 소중함과 부성애를 부각하며 영화는 막을 내리지만, '서치'는 관객에게 더 나아가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주지 시킨다. 바로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의 사생활은 이미 더 이상 당신만의 사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누군가 당신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나의 허락도 없이 내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을 당신은 허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본질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이전만큼의 충격은 주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팬데믹을 통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내 개인정보 정도는 기꺼이 정부에 내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젠 '아는데... 어쩔 수 없잖아?'와 '그래도 내 안전을 보호받았으니까 된 거 아니야?'라는 합리화가 남았고, 감시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너무나도 무뎌졌다. 그러나 빛바랜 의문을 다시금 유효하게 만든 책이 있었으니, 바로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이다.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의 취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중국 사회에 뿌리내린 감시 기술과 그 시스템을 지탱하는 논리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중국의 대표적인 감시 기술로 사회신용시스템을 가리킨다. 사회신용시스템이란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 등급을 정해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는 체계로, 알리바바의 '즈마신용'이 그 예시다. 이 감시 기술의 도입 배경에는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 활성화 목적이 있다. 금융 분야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융자 사용 경험이 전혀 없는 인민들에게 빚을 지우기를 강제하는 셈인데, 이것은 정부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농촌 주민들을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신용점수가 등록된 인민들은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예를 들면 신용불량 피집행인 명단을 만들어 법원이 내린 배상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이들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신용점수를 깎아버리고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이렇게 중국 정부는 자신이 일일이 개입하기 힘든 부분을 민간의 신용점수를 이용해 개입한다. 



 금융 부분에서의 이러한 감시는 한편으로 '개인에게 국가가 일부러 빚을 지우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물음을 불러일으키지만, 놀랍게도 중국 인민들은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이 기이한 시스템에 적응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감시가 개인의 도덕성을 측정하는 용도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도덕을 점수화한 '개인성신 시스템'은 지자체의 운영 실패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성공했다면 법보다 강력한 사회 통제 권력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논리들이 이 기이한 시스템을 지탱하는 것일까? 알리바바가 쇼핑몰 사이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뿐 아니라 기술 만능주의와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이 있었다. 기술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사회 전체의 치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데이터 정도는 국가에 넘겨줄 수 있다는 식의 사고 말이다. 


 그런데 사회 전체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실제로 영아 납치와 살해 등 강력 범죄 사건들이 있었고 이것이 감시사회로의 도약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감시기술에 대한 신뢰는 범죄 사건의 근본적인 해법(개인이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즉각적인 해결책으로 각광받게 된다. 



 또한 중국을 포함해 경제성장이 당장의 목표였던 개발도상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결과주의적 사고, 즉 도구적 합리성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폭력적이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던 기술이라 해도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는 태도이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수차례의 교통신호 위반으로 범칙금이 쌓인 한 남성이 범칙금을 내지 않자 해당 지자체에서 일벌백계의 목적으로 남성의 개인정보를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공개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범죄율이 감소했다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 사례를 두고 저자는 '도구적 합리성이 폭발했다'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문화적 특수성에서 기인한 사고방식인 '법보다 우선되는 도덕성'이다. 범죄자의 죄질이나 법에 따른 해석보다는 개인의 행실이 평소에 어떠했는가를 더 많이 판단하는데, 이것은 사람 간의 신용과 개인의 평판을 중요시하는 중국의 문화에서 유래한 태도로 보인다. 특히 주석의 말이나 행동이 강령으로 시행되어 법에 우선하는 규칙들이 왕왕 존재하고 최근 감시기술의 활용으로 법적 처벌보다는 개인의 신용점수를 깎아버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조차 행정의 중심에 기술이 있는 것이다. 


 책은 중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의 주장을 펼쳐놓았지만, 우리는 이 사례들이 결코 낯설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런 식의 감시 기술은 (특히 민간 기업을 통한 감시)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구글, 메타 등의 글로벌 기업은 수집하고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 하에. 어플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용자는 반드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타인에게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과연 공정한 거래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괜찮다고 느낀다면, 우리도 중국 인민과 같이 내일의 안전을 위해 내 개인정보를 희생하는,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된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유럽의 경우는 어떨까? 이미 2018년부터 EU 가입국들은 개인의 민감정보가 널리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 데이터 보호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유럽이 과거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한 개인의 사적 소유권 개념을 데이터에도 적용한 규칙이다. 이 규칙들 중 한 조문에서는 '데이터 수집 시 기업이 알고리즘을 동원한 자동 수집 과정을 투명하게 해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문은 수상한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해 기업이 '나도 모르는 알고리즘이 수집한 것'이라고 발뺌하지 못하도록 기능하고 있다. 



 저자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장 티롤의 주장을 인용하는데, 그는 기업이 수집하는 가입자의 정보는 수익 활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동의를 통해 얻은 것이므로 그러한 정보는 기업이 독점해서는 안되며, 소유권이 정보 제공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소유권에는 데이터 전송권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용자의 정보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과 그 정보를 무한정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구분 짓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0년 정보 제공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도 기업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한 채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한국의 경우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내일의 안전을 위해 오늘의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가?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예스 24, unspash,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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