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결되었다. 고로 존재한다
'존재'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 부제에 끌려 구입하였다.
관계와 존재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라니, 어찌 사지 않을 수가.
'나는 연결되었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표현이 무척 흥미롭다. 현대 사회와 존재감의 변화를 포착한 부제. 즉 우리는 예전처럼 단독으로 ‘생각하는 주체’로 존재감을 느끼기보다는,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
사실 내가 최근 고민하던 '존재'의 관점과는 살짝 포인트가 빗나가 있었지만, 존재를 더 이상 개인 고립적인 ‘내적 사유’로만 보지 않고, 외부와의 관계·연결 속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사진은 74페이지와 75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우리의 모습.
# 인간은 동떨어진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전체의 일부다. 흙덩어리 하나가 바닷물에 쓸려 내려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곶하나가 사라지거나, 당신의 친구 또는 당신의 땅이 소실되어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나라는 존재를 감소시킨다. 내가 인류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 그 종은 당신을 위해 울리는 것이니.
존재하는 것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 살아있음이 왜 의미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정진할 뿐. 철학자 들은 이야기 한다. “존재는 이유 없이도 충분히 값지다.” 즉 무엇이 되든 간에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존재의 표현, 현현(顯現)이라는 이야기. 쉽게 말해서 굳이 목적이나 쓰임새를 가져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존재함 자체가 이미 세계의 일부를 완성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산다’는 건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창하지 않다. 아래는 내가 현재를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몇 가지 습관들이다.
- 커피잔의 온기, 입안의 쓴맛,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의식적으로 느끼기.
- 하루에 단 1분이라도 숨소리를 의식적으로 들으며, “지금 살아 있구나”라고 느끼기.
- 창밖의 빛, 구름, 그림자 같은 ‘변화하는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기.
즉 하루를 하나의 문장으로 살아가는 것.
그 밖의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남겨본다
# 거겐은 "우리가 발화하는 말처럼 감정수행도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미 존재하는 말과 전제 없이는 당신에게 말을 건넬 수조차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과 가능성을 벗어나 나 자시을 설명할 수도 없다. 사회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전달하거나 드러낼 수도 없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변화를 겪기도 할 것이다. 사랑, 분노, 창의성, 괴로움, 희망, 반항심, 욕망등은 내면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원석의 일면이 아니다. 그것들은 안팎을 누비며 삶을 잇는 실이다.
# 하지만 기쁨을 앗아가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동반의존을 조장하거나, 나 자신의 변영을 방해하는 관계는 견뎌낼 가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 감수와 회복 탄력성은 미덕이 아니라 파괴적 결과를 불러오는 악덕이 되는 것이다.
#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과 상대 모두의 행복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동이 나 자신의 행복을 방해한다면, 그때는 나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 이 말이야말로 언제든 믿고 따라도 안전한 주문이다. 이 주문은 실질적인 지혜를 알려주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이끈다.
# 핵심은, 그 존재가 나를 고양하고 내 최선의 모습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과만 교제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상대의 찡그린 얼굴을 꽃 케이크, 콘서트 표 등으로 펴주려 하지 말고, 웃음으로 성공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우리는 격려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편안할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누구나 일부러 보여주지 않아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깊은 교감이 목표라면 외면당한 구석에서 그 교감을 찾아보자. 거미줄에서, 어둠 속에서,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