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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Oct 20. 2024

과제로 소희 너를 만나서 미안하다.

소희에게

교수님의 과제로 너를 알게 되었다는 게 어른으로서 참 부끄러웠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저미는 마음 때문에 하루에 온전히 볼 수가 없었단다. 콜센터에서 욕설을 들으며 “고객님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바람처럼 떨리던 너의 목소리에서 나를 보았어. 아무것도 잘못한 적이 없는데 약자인 나는 강자인 고객에게 하염없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어. 작디 작은 어린 나는 울기만 했었지.

 

은행에서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고객들에게 수많은 욕설에 시달려 개미처럼 작은 마음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어. 그렇게 무섭고 무서웠던 은행에서 나는 힘껏 달려 도망쳤어.

소희,  너는 나처럼 도망치기엔 너무 어리고 여렸구나.     


나처럼 20년 전에도 있었던 일들이 지금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나. 사회가 변했다면, 학교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직장에서 너의 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가족이 너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었다면, 너는 지금 우리 곁에 있었을 거야.     


이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단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하늘나라에서는 아파하지 말아 줘.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가 소희 너를 지켜주지 못한 죗값만큼 아파할게.

     

말랑말랑한 홍시처럼 여린 세상의 또 다른 소희가 딱딱한 단감처럼 단단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지켜줄게.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가 소희에게 바위처럼 미안하고, 천둥처럼 마음 아파하면서 5000년 동안 살아가고 있는 므두셀라 소나무처럼 너를 꼭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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