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그 후
브런치 스토리에서 알림이 왔다.
[ 브런치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
잡지 회사인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이 내 브런치 글을 보시고 원고 청탁 제안을 주셨다는 내용이었다.
원고 청탁 제안을 받고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 회사를 조사해 봤다. 월간 에세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인사들부터 일반 대중들의 글을 잡지로 엮어 출간하는 회사인데, 매달 잡지 한 권을 통해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여러방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게 된 지금,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이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덕분에 서로 비슷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돼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이 많다. 덕분에 가벼운 스몰토크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큰 어려움 없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접하기는 어렵게 된 거 같아 아쉽다는 생각도 마음 한켜에 존재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는 <월간 에세이>의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각자 본인의 직업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잡지에 나도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우선 원고 청탁을 승인했다. 원고 청탁 제안을 승인하고 내가 쓰는 글이 '원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사실이 낯설었고, 내가 쓴 글을 돈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스스로를 건축가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사회초년생인 내가 건축가의 삶을 소개해도 될까 싶은 고민을 지우지는 못하겠다. 나를 건축가라고 소개해야 하는 이 순간 예전에 읽었던 글을 다시 읽으며 나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해 봤다.
어느 여행자의 일화를 듣게 되었다.
바텐더는 여행자에게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그 말에 여행자가 "당신 이름으로 나온 시집이 있나요?"라고 물었고 바텐더는,
"아뇨,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이죠"라고 답했다.
위 글과 같은 맥락에서 나도 내 이름으로 지어진 건물이 없고 내 이름으로 나온 책도 없지만, 건축을 하고 있고, 글을 쓰기 때문에 나는 나를 건축가이자 작가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겠다. 나를 건축가이자 작가라고 소개하긴 하지만, 건축가, 작가라는 완성된 타이틀 뒤에 숨어 미숙한 나를 포장하지는 않겠다. 사회 초년생이기에 아직 흔들리고 많이 불안해하는 미숙한 건축가이자 미숙한 작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