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불러오는 감정.
정말로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걸려있는 포스터를 보고 홀린 듯이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작별의 서'라는 전시였는데요. 저는 재개발이랑 관련된 것들이면 왜 이렇게 관심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의 졸업전시 주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일 거 같은데, 졸업설계 때문만이 아니라도 재개발에 대한 정보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오묘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건축을 하다 보면 언젠가 직업적이라는 이유로 뭔가를 파괴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내가 뭘 파괴하는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이 불러오는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별의 서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나눠져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위 사진 속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을 설명하라면 저는 " 재료가 주는 힘]이라는 단어를 완벽하게 이해시켜 주는 작품." 이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는 재건축 재개발로 인해 버려진 합판 조각들입니다. 재개발로 인해 생긴 쓰레기들을 사용해서 재개발의 흔적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재개발 당시의 상황을 기록해 둔 사진전이 이어지는데요. 사진전을 보다가 기억에 남는 사진이 2장 있었습니다. 철거되는 건물의 창 뒤로 각각 아파트와 나무가 보이는 사진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두 사진을 보면서 지금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철거를 진행하지만, 언젠가는 인간이 망친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철거가 진행되는 순간도 오겠구나 싶은.. 그런 경고와 같은 의미가 담긴 사진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