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청년마을, '가자미마을' 이미나 대표 이야기
감포항이 개항한 지 100년. 번성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감포는 어획량 감소로 지역분들의 주업이 부진해졌고 마을도 조금씩 쇠퇴했습니다. ‘주식회사 마카모디’의 이미나 대표는 문화와 공간들은 과거에 잘 살았던 기억에 머물러 있지만 젊은 청년들이 떠나고 거의 남아있지 않는 감포를 보며 새로운 청년들을 유입하여 감포의 문화와 공간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마을이 탄생해 불이 꺼져 있던 골목에 불을 밝히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자미마을’ 청년들 그리고 이미나 대표입니다.
Q 처음 경주 감포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처음 감포에 왔을 때 적산가옥 거리에 30년 동안 문 닫혀 있는 목욕탕이 있었고 이 공간을 함께 재생하는 활동을 지역주민들께서 제안해 주셨어요. 어떤 분들은 오래된 건물을 깨끗하게 정리해 새 건물을 예쁘게 짓고 싶다고도 하셨지만 저희와 지역주민들은 100년 정도 된 건물의 가치들을 잘 이해하고 살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저희 말에 동의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 주셔서 공간을 재생하고 바꾸며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카페를 겸한 감포를 소개하는 앵커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지역분들이 이 변화와 새로운 발전에 대해 수용하시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네. 초반에 청년들이 들어와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걸 공감해 주시는 몇 분들이 계셔서 지역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감포에 아는 분들이 많아요. 반찬 하나 더 챙겨주시는 식당 사장님, 지나가다 차를 멈추고 인사해주시는 가스 사장님, 또 저희가 문화프로그램을 하면 즐겨주시는 전조합장님 내외분, 광고사 사장님 등이 생겨 힘이 됩니다. 이제 감포주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역분들과 수요일마다 함께하는 ‘문화로 목욕하는 날’ 이벤트를 진행하고 지역분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또한 인터뷰한 분들을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청해 참여 청년들이 지역 이야기를 듣고 일터에 직접 가서 체험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가자미 원정대’ 1박 2일 프로그램을 진행해 가자미 배낚시, 새벽 어판장 그리고 지역에 계신 분에게 가자미 요리도 배워보는 시간 등 감포를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가자미 원정대’는 그냥 여행하듯이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이 아닌 가자미라는 컨셉에 맞춰 감포 사람들이 사는 삶의 일부를 경험하는 거예요. 지역에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니까 동네분들은 항상 궁금해하시고 놀라기도 하세요. 우리의 이런 작은 발걸음들이 나중에 이 마을이 변화되었을 때 다시 돌아보면 저희가 먼저 찍었던 발자국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청년마을처럼 저희가 하는 모든 것들이 개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가자미마을은 어떤 공동체인가요?
전국으로 차박 여행을 다닐 정도로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였어요. 저희는 같이 확 불태우는 이벤트, 행사, 축제 등을 좋아하는 팀이에요. 이런 모습을 보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청년들이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놀다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쉬며 우리 마을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올 수 있음을 알기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어요. 항상 삶과 놀이, 여행이 공존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요.
청년마을에서는 이 친구들이 지역에 와서 정착, 전입신고 등 보여지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가자미마을이 청년들에게 여행을 갔다 돌아올 수 있는 베이스캠프, 제2의 고향 그리고 세컨드 하우스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세계를 다니며 다른 곳들을 경험하고, 이곳으로 돌아와서는 재미있는 프로젝트와 실험들이 많이 이루어지길 기대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저희는 실험 공동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Q 티벳과 인도를 경험이 가자미마을을 운영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요?
인도에서의 여행 프로그램은 인도를 둘러보는 것이 아닌 새롭게 멋진 이야기들을 그려 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여정이었어요. 남인도에서 ‘인류의 진화’을 테마로 하는 공동체, ‘오로빌(Auroville)’이나 식샨타르, 베어풋칼리지 등에서 경험이 용기를 준 것 같아요. 감포에서 지역을 개척지로 생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실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에 있는 방식보다는 안 해봤던 방식을 시도하고 지역에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가자미 식당’ 같은 경우도 말 그대로 식당으로만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아닌 ‘실험 주방’, ‘쇼룸’, ‘포럼’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센터’ 등 저희에게 주어지는 작은 공간을 사람들에게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게 되었어요. 이런 요소들이 매력적이다 보니 청년들도 정착하게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랑 김미나 대표도 인도라는 주제로 만났어요. 경주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인도 커리집에 들어갔는데 그 가게가 김미나 대표 가게였고 당시 ‘제1회 마켓’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계기로 제가 경주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 마켓과 다른 일들도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저는 경주에 내려온 청년이고 김미나 대표는 경주청년이지만 둘이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소통하기 너무 좋고 편했어요.
Q 가자미마을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내는 ‘리얼 버라이어티 빌리지’가 궁금합니다.
단순히 ‘청년들의 지역정착, 주민들과의 교류, 숙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마을’로 사업 관련 소개를 하기보다 재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 즉 예능을 모티프로 참여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빌리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영상을 보고 가자미마을에 생활에 대해 미리 그림을 그리며 같이 모여서 ‘어쩌다가자미 편 봤어?’ 이렇게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결국 저희는 함께 예능을 만들어 갈 크루를 모으고 있어요. 지역에서 F&B, 영상과 사진, 디자인 등을 해보고 싶은 친구들, 아직 뚜렷한 재능을 못 찾았지만 이것저것 다 해보고자 열정을 가진 청년들 모두 필요해요.
Q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요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식당주인 분, 앞집 슈퍼 사장님이 말린 오징어 갖다 주시는 것처럼 저희를 보고 더 친근하게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생활 속에서 많아졌어요. 특히 가자미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상반기 ‘소셜 다이닝’에 주민분들을 초대했는데 저희가 하는 일들을 새로운 시도로 인정해주시고 좋아하셨어요.
기존의 것들을 추구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그 반응을 보고 이전 것과 새로운 것을 잘 맞춰가는 것도 하나의 과제와 필요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작은 시도들을 통해 청년들이 언제 다시 오는지, 다음은 언제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늘어났고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시는 모습도 보여주셔서 저희는 긍정적은 희망을 보았어요.
Q 웹툰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데 생각하시는 다른 콘텐츠가 있을까요.
최근 감포 송대말부터 해국길 골목까지 여행하는 당일치기, 1박2일 투어 상품에 가자미마을 이야기가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들과 스테이가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런 지역 이야기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향을 확장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지역 주민분들을 인터뷰하는 ‘감포 뉴스’를 제작 중인데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거진 형태 등 다양하게 담아 활용할 계획이에요.
저희는 이러한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할 많은 청년들이 필요해요. 저희와 함께 지역 자원과 연결해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축제 같은 새로운 일들이 생기면 마을에 생동감이 넘칠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 과정에서 하나 둘 정착하는 청년들이 생긴다면 또 다양하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 기대해요.
Q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요, 푸드트럭을 시작하신다고 들었어요.
이동식 푸드트럭을 처음에 생각했는데 지금은 고정된 가게로 바뀌었어요. 처음 푸드트럭은 지역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다니며 요리를 판매하고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다양하게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식당으로 만들고자 하고 있어요. 식당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니까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푸드트럭 컨셉의 ‘실험 주방’에서 요리를 해 주민분들과 낚시, 트레킹 등 여행 오시는 주말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려고 해요. 그리고 바로 옆 공간은 가자미마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시, 홍보하는 쇼룸과 게스트를 초대해 포럼을 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이미 활용하고 있어요. 저희 오피스 공간은 누구나 와서 가자미마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식당 바로 옆에 자연스럽게 가자미마을에 대한 이야기와 문화를 펼쳐낼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분식을 주 메뉴로 하신다고 들었는데 분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분식, 특히 떡볶이는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맛이어서 이런 대중적인 요리에 한 끝 차이를 두면 다른 요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음식에 지역 생산물을 활용한 튀김, 핫바 등 음식을 색 다르게 얹는다면 감포만의 새로운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지금 어떤 청년은 우동을, 어떤 청년은 카레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앞으로 오는 청년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요리가 조금씩 달라지거나 추가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청년들이 일일 호스트가 되어 일주일 중 하루 요리를 판매하고 고객들은 그날에만 맛볼 수 있는 요리로 운영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음식 외에 경주 생산물 체리를 활용해 칵테일을 만드는 청년이 있어요. 지금 창업을 준비하며 꾸준히 메뉴를 개발 중인데 테스트가 계속 필요한 단계라 청년의 날 행사부스에서 맛보고 피드백을 받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저희도 처음 진행해보는 청년마을 사업이다 보니 중간에 상황들이 많이 닥치면서 처음에 설정했던 것들이 꼭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괜찮은 걸까, 너무 복잡하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청년들이 아이디어에 꽂혀 적용하고 실험해보는 모습을 보고
‘아! 어차피 실험일 뿐이니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청년들이 정착하고 비즈니스를 실험해보는 모습을 보며 가자미마을이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강조하며 가져갈지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엑기스가 남을지 너무 기대가 돼요.
Q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새로운 것들이 있을까요?
감포는 생산물에 집중되어 다양한 상품이 부족해요. 그래서 저희는 가자미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적인 청년마을 활동, 콘텐츠, 가자미 관련 굿즈 그리고 영상 등 내용을 바탕으로 감포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리브랜딩 하거나 기존 상품과 연결하여 새롭게 구현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저희 캐릭터와 감포에서 생산되는 미역, 반건조 가자미, ‘김명수 젓갈’ 등 조합하여 감포에 오면 꼭 사야 하는 밀키트, 선물세트 등 결과물로 만들고 지역 재료를 활용한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도시락을 개발해 투어 상품과 연결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지역에 가능성과 기회를 잡으러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