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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Dec 02. 2022

술 기반 군산 ‘로컬 생태계’를 만들다

군산 청년마을, '술익는마을' 조권능 대표

군산을 사랑하여 역사로 남아있는 군산의 ‘양조산업’을 다시 활용하고자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 나선 청년이 있습니다. ‘술’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로컬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만들어 마을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술익는마을’을 시작한 조권능 대표입니다.

로컬과 청년, 로컬과 사업, 로컬과 로컬 등을 연결 지어 연결 지어 신개념 ‘로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술익는마을의 이야기입니다.

군산 '술익는마을' 조권능 대표

Q 술익는마을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고향이 군산이라 이 지역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군산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바꾸고자 하였는데 콘텐츠를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미술을 전공했다 보니 동네를 예술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 ‘군산의 홍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군산에서 미술 전시회, 영화 제작 등 다양한 기획자들과 함께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였고 주민분들과 함께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계속 진행을 하다 보면서 홍대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로 진행이 되더라고요. 또한 수입이 일정치 않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되었어요. 

그러던 중 홍대의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카페 안에서 술도 팔고, 전시나 공연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어요. 그렇게 점점 복합 문화공간이 생기기 시작해서 저희도 군산에서 같은 방향으로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군산에서 활용하던 작업실을 카페로 바꾸어 젊은 친구들이 모여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카페가 잘 되자 작은 F&B 매장이나 리테일 사업으로 가야 동네가 전체적으로 바뀌겠다 생각이 들어 칵테일바를 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술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카페와 바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있었어요. 도시재생 방식의 비즈니스가 지역에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 또한 점점 확산되면서 이 분야를 전문분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술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카페와 칵테일바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군산’ ‘술’을 콘텐츠로 이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군산을 저의 시야로만 바라보고 아는 것만 다루려고 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각해내기가 어려웠는데 우연히 글을 읽으며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군산이 양조장으로 유명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마을 단위로 ‘영화동’이라는 공간에서 시장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다양한 레스토랑이나 칵테일바, 카페 등을 같이 할 수 있는 팀을 모아 함께 마을을 개발했어요. 단순히 F&B 매장이 아니라 로컬의 콘텐츠를 찾아내 술과 결합하여 하나의 사업을 만들고 또 다양한 사업이 모여 상업권을 만들어 이곳을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역사를 활용하여 군산을 살리는 콘텐츠를 찾아 나서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군산 양조산업과 제가 진행해왔던 술을 가지고 연결 지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바에서 ‘서비스’하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이제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Q 기존에 군산에 있던 양조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를 활용해 어떤 새로운 방법을 활용하셨나요?

1950, 60년대에는 한국 산업에서 양조산업이 가지는 비중이 컸어요. 그리고 주류산업을 이끈 업체 중에 한 곳이 군산에 있는 엄청나게 큰 양조장이었어요. 술익는마을에서 주로 다루는 ‘청주’는 아직까지도 군산에서만 생산을 해요. 기술력이 100년 동안 군산에 보존되어 있었다고 보면 돼요. 

전통주 양조장들을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청주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소통하고 그분들의 기술과 양조장을 접목시키는 방법을 구색하고 있어요. 청주가 쌀 100프로로만 만들어져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어 만들기 까다로운 술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전통주 중 청주를 진행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보통 전통주는 누룩을 사용해 발효를 시키고 누룩향을 넣거나 쌀에서 당도를 빼내어 설탕을 첨가해 단 맛을 내는데 청주는 3번의 여과 후 쌀이 가진 단 맛을 끌어내야 하기에 더욱 어려워요. 쌀 도정률에 따라 단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급 기술력이 필요해요. 오랜 기간 사용된 고급 기술을 활용하되 군산만의 로컬성을 가진 술의 형태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군산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 ‘K-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군산 '술익는마을' 전통주바 '수복'

Q K-술이라고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발효과정에서 어떤 전통적 방식을 추가할지가 관건일 것 같아요. 단 맛을 내기 위해 설탕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그리고 군산만의 특별한 방식을 만들어 K-술이라고 브랜딩을 할 계획이에요. 


Q 술익는마을을 소개해주실 때 ‘수제’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방 소도시를 혁신시키는 모델은 결국 청년들, 크레이터들, 작은 브랜드들 등이 작게 하는 사업들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을 모아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통해 군산 술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갈 양조인들을 세우고, 그들이 만들어 나갈 다양한 맛의 술들이 ‘수제’가 가지는 매력포인트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요.

또한 ‘술익는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내 건만큼 술만 만드는 것이 아닌 술과 관련된 콘텐츠로 군산 동네를 채워 나가야 해요. 이 모든 것은 DIY(Do It Yourself)라는 ‘수제 방식’이 중요해서 쌀을 활용해 술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 화장품, 캔들, 베이커리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들로 확장시키면 젊은 청년들이 원하는 방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수제’라는 영역을 강조했어요. 

실제로 1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게 오픈’을 목표로 했어요. ‘문 닫힌 청주바를 열어라’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안에 브랜딩팀, 큐레이션 팀, 바텐딩팀 등 다양한 기술과 술을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했어요. 2기에는 술의 확장성이 어디까지 넓혀질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글로 술쓰다’라는 콘텐츠로 ‘술’을 주제로 에세이, 시, 인스타툰 등 장르에 상관없이 이야기를 쓰는 창작활동들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술과 인문학을 결합하는 등 술로 다양한 유의미한 콘텐츠를 만들어 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를 더 만들어 나갈 계획이신 가요?

‘글로 술쓰다’를 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편집중이에요. 책에서 발췌된 내용을 보고 저희와 함께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게 군산에 함께 술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외부 청년의 시각으로 보면 새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거든요.

이번에 홍대 근처 술집으로 청년들과 견학을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술 시음회를 진행했는데 마포의 역사와 술 역사를 조선 왕조부터 연결을 지어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스토리로 잘 풀어내니 술 하나로 콘텐츠화가 된다는 것에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었어요. 

저희도 저희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카테고리로 만들어 아카이빙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청년들과 함께 발굴하고 있어요. 각자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전개를 해 나가면 또 다른 콘텐츠가 생겨날 수 있기에 우리 마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목적이에요.

콘텐츠를 발전시키기 위해 청년들, 특히 외지 청년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지지해주고 있어요. 당사자가 원하는 형태로 해야 무궁무진한 발전이 나올 수 있거든요. 외지 청년들이 무심결에 던진 한마디에서 포인트를 잡은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그들의 자유를 확보하고 도와주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에요. 외부인들이 직관적으로 풀어내는 무언가가 이러한 군산의 개방성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있어요. 외부인의 시선으로 풀어내서 사람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군산 '술익는마을' 청년들

Q 양조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계획하신 꿈이 있을까요?

아직 큰 그림은 그려보지 않았지만 마을을 만들어 확장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또 술을 만드는 일을 하니 술을 잘 파는 것이 목적이기도 해요. 하지만 술을 마냥 잘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이와 관련된 형태로 만들고 싶어요. 

첫 번째로 육성할 청년들은 이 지역에서 선술집이나 이자카야 등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을 학생으로 모셔 양조교육을 진행하고 싶어요. 

양조인들이 모여 제품을 만들면 술을 기반으로 생겨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동네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원하는 ‘술익는마을’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어요. 

술익는마을에서 나오는 탭하우스 형태가 외부로 나가는 모델이 될 거예요. 그렇게 점차 뿌리를 내려가며 마을을 형성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청주를 파는 여러 가게가 있다고 할 때, 10개의 집이 한 곳에 모이면 다양한 형태의 10개의 주류 제품이 나오게 되는데 그 모든 제품을 한 가게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거예요. 이처럼 로컬 산업에서 발생한 제품과 동네의 이야기를 연결 짓는 역할을 술익는마을이 하고자 해요. 

동네의 세계관이 제품에 잘 담기게 되면 글로벌 기업으로도 성장할 수도 있게 되겠죠. 

생주는 군산에서만 마실 수 있고, 제품은 전국 곳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한 청주 탕을 만들어 프라이빗 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청주를 활용해 화장품도 만들며 동네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싶어요. 로컬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 거죠. 


Q 술익는마을을 통해 마을에 보이는 변화가 있을까요? 

청년마을을 시작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군산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 옆에 새로운 매장이 오픈하고 함께 콘텐츠를 작업하니 기존에 있던 청년들과 새로운 청년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 사이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서 주축 세대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변화하였어요. 이들로 인해 동네의 분위기가 변화하여 이곳의 발전을 도와주고 싶어요. 

군산 '술익는마을' 청년들

Q 술 익는 마을이 어떠한 마을로 성장하기를 바라시나요?

‘술’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잡아서 ‘술익는마을’이라는 콘셉트를 만들고 실제로 그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어요. 더욱 창의로운 마을을 만든다면 저는 술로 콘텐츠를 잡았지만 저의 행보와 술익는마을 사업의 비즈니스 확장을 보는 다른 청년이 군산의 새로운 콘텐츠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술익는마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다양한 마을이 생성되어서 마을들이 서로 연결되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로컬을 가득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양한 세계관으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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