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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Jan 09. 2023

다 잡은 물고기에게 밥 줄 필요가 없다는 당신에게

물고기랑 결혼하셨습니까?

며칠 전,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지인의 남편은 40이 넘어 결혼했다. 사귀기 전, 결혼 전에는 비싼 호텔 뷔페도 자주 데려가고, 여행도 자주 갔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정확히는 결혼 준비가 시작되고부터 남자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예비 신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생각했나 보다)인 결혼식 준비 비용부터 해서, 짠돌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고 한다. "다 잡은 물고기에게 밥을 왜 주냐?"



예로부터 연애에, 결혼에 있어서 종종 쓰였고 주로 대사를 치는 주체는 남자인 그 대사. 여자를 물고기에 비유하고 자동적으로 대사의 주체는 '사람' 또는 '낚시꾼'이 되는 그 대사. 그리고 마치 자신이 밥을 먹여 살린다는 우월감과 뽕에 취해있는 그 대사. 이 대사를 듣고 열이 받지 않을 여자가 누가 있을까. 만약 반대로 자신이 그런 말을 들었다면 과연 그 남자는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여자는 물고기도 아니고, 밥을 먹여 줘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남자들은 자신이 공을 들여 낚은(결혼까지 자신의 속내를 잘 속여 온) 상대를 물고기 취급한다. 열등감 때문일까, 자기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서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해선 안 될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 남자의 수입이 여자의 경우보다 많거나, 결혼할 때 처가댁의 지원보다 시댁의 지원을 많이 받은 경우 남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내가 더 벌어오니 내가 주인공, 결혼의 주체'라는 생각. '네가 벌어봤자 몇 푼이나 벌어온다고'와 같은 생각. 심지어 그런 마인드는 나이가 들고 상황이 바뀌어 본인이 벌어오는 경제적 수입이 여자보다 적어져도 변하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정말 남자가 여자를 '낚은' 걸지도. 남자에게 과분한 여자와 결혼했으니.



앞으로 물고기와 같은 사람, 물고기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물고기와 같이 말도 안 통하고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과 살고 싶지 않으면 제발 저런 소리는 하지 말자. 같은 남자는 아니지만, 같은 생물학적 XY 염색체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만약 저런 생각이 뇌에서 발생했더라도 입 밖으로 내지는 말자.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과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의 고급 능력 중 하나이다. 물고기 같은 지능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소중한, 좋아하는(또는 좋아했던..) 배우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자.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나중에 고려장 당하고 싶지 않으면 와이프에게도, 자식에게도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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