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의 우물우물-열 번째 긷기
하루종일 사골을 우린다.
보글보글 차오르는 국물이 눈처럼 뽀얗다.
아삐는 직접 따온 능이버섯을 먹기 좋게 찢어 대나무로 짠 소쿠리에 널어 말리곤 했다.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게 힘들고 고될 때마다 나는 그 능이버섯을 불려 먹는다.
냄비째 뭉근하게 끓인 능이버섯 백숙을 한 숟갈 뜨면 잠깐이나마 모든 시름이 반찬처럼 된다.
다 끓인 사골을 적당히 식히고 밀봉한 나는 너의 집으로 향한다.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배운 건 그런 말보다 이 한 그릇이라 시간이 좀 걸렸다.
사골을 받아 든 네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모처럼 희다.
#무해함일기 #C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