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동료가 필요해."
⁕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 ⁕
불모지장은 2020년 9월 전주에서 시작해 꾸준히 열리고 있는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입니다. 행사 기획의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운영합니다.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판매자, 장바구니와 개인 다회용기 등을 준비해 온 구매자들과 함께 즐겁고 건강한 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그간의 기획∙운영기를 나눕니다. 아래와 같은 사람이라면, 이 매거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 쓰레기 없는 장터 기획에 관심을 둔 사람
• 사회 문제에 관한 고민을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프로젝트를 통해 나누고 싶은 사람
• 로컬에서 재미난 일을 꾸리고 싶은 사람
• 마음 맞는 동료를 찾아 건강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
첫 번째 불모지장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소정의 금액으로 현장 스케치 영상과 사진을 찍어준 작가님,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친구들, 개인적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부스와 물품 등을 대여해준 단체.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첫 장터에 참여하기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발걸음해준 셀러들. 덕분에 장터를 마친 후엔 든든한 마음과 지역에서 새로운 자리를 마련했다는 보람으로 가득 찼다. 그럼에도 두 명의 기획자가 고민하고 소통하고 실행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확장과 지속을 위해 함께 할 팀원, 더 많은 손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첫 번째 장터를 회고하며 팀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료인 모아는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활동하는 사람의 필요를 말했다. 불모지장의 취지에 깊게 공감하는 사람. 나는 전체적인 운영 계획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경험이 있는 기획자의 필요를 말했다. 행사 기획, 운영의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 감사하게도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이들이 있었다. 진아와 시리였다.
나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달팽이집에 거주하며 시리를 만났다. 시리와 한집에 살며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일 고민을 자주 나누었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을 대하는지,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축제, 공간,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총괄해온 경험이 많은 시리와 함께하면 더 많은 부분을 챙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아는 비건모임에서 진아를 만났다. 첫 모임을 마치고, 둘이 함께 서울의 비건 음식점과 그로서리 등을 찾아다니며 가까워졌다. 블로그에 환경 실천의 글을 발행하고, 예술의 영역에서 무해한 방식을 고민하는 진아를 만나고 온 후로, 모아는 진아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둘에게 불모지장의 방향성과 계획을 말하고, 기획자로의 합류를 제안했다. 모두 흔쾌히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4명이 되었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닿아있는 모임, 커뮤니티, 공동체 등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다보면 가치관이 맞는 친구를 만난다. 불모지장의 모든 팀원을 그렇게 만났다. 그런 맥락에서 다양한 자리를 만들어가는 일을 좋아하고 이어가고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와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동료와의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자리, 관심 분야와 주제, 공유하는 사회문제를 함께 나누고,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볼 수 있는 자리. 불모지장은 이 지점에서 출발했고, 지속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로웨이스트 숍 하나 없던 전주에 제로웨이스트 일상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꾸준히 발걸음할 수 있도록 지속하는 것.
자리를 만드는 일은 곧 누군가의 기회의 폭을 넓히고, 삶의 파이를 확장해가며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시대, 전주라는 지역에서 또 다시 두 번째 장터를 열기로 결심한 이유다. 우리 팀원 모두 그런 맥락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동의가 있었다. 그렇게 둘이서 넷이 되었다. 두 번째 불모지장을 좀 더 수월하고 단단하게 운영할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준비를 시작했다. 팀원이 두배가 된 불모지장, 모두에게 두 번째 불모지장은 어떤 의미였을까? (다음 편에서 ~)
* 다음 편은 <두 번째 불모지장 기획∙운영기> 로 이어집니다.
* 불모지장 인스타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