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가 한 숟갈만 더

고양이라고 영원히 살리라 믿은 것도 아니었는데

by 웅보
고양이라고 영원히 살리라 믿은 것도 아니었는데

3. 아가 한 숟갈만 더


처음 하얀 고양이의 병을 알아챈 계기는 혈토였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친 많은 신호들이 있었다. 조금씩 빠져가는 몸무게, 줄지 않는 사료 등. 소화기관을 중심으로 전신에 퍼진 림프종은 그렇게 먹고 마시는 것부터 하얀 고양이를 불편하게 했다.


한 번도 먹는 걸로 속 썩인 적 없는 아이였다. 주는 족족 맛있게 먹었고,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지나치게 탐하는 일도 없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씩씩하게 잘 먹는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여전히 음식에 관심은 보이면서도 어디가 불편한지 몇 입 이상 먹지를 못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여느 한국인이 그러하듯 우리도 밥에 진심이다. 내가 못 먹어도 서럽고, 남이 못 먹어도 서럽다. 하물며 내 자식이 먹지 못하니, 사무치게 서러웠다.


사료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고양이들이 사족을 못 쓴다는 온갖 통조림도 줘보고, 직접 닭까지 고아서 살만 발라 갈아도 줘봤다. 때로는 영양이고 뭐고 배라도 주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나마 잘 먹는 츄르만 줘봤다.



마트 애완동물 코너에는 왜 이렇게 강아지용만 잔뜩인지 툴툴거리다가 동네 여기저기 크다는 매장은 다 다녀보고. 애완동물 박람회도 가보고. 집에 오는 택배는 온통 고양이 사료, 간식.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잘 먹었다가도, 다음 날이면 또 달랐다. 신생아 체중계를 당근으로 구매해 꼬박꼬박 체중을 재다가, 줄어만 가는 숫자가 속상해 구석으로 치웠다.


뭐든지 다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번거로움이 따르던, 어떤 부담이 들던, 그까짓 치료비가 얼마가 되던. 잠을 줄이고 일을 늘리고 몸이 고생스러워도 해내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굳은 다짐도 이 아이에게 밥 한술 더 뜨게 하지를 못하다니. 빌어먹게 우습고 서러웠다.



아가 한 입만 더, 한 숟갈만 더 먹어주라. 어떻게 하면 더 먹어줄까. 뭘 주면 좀 편하게 삼킬까. 우리 아가 배고프지 않니? 먹어야 힘이 날 텐데. 잘 먹어야 병도 나을 텐데. 아가 한 숟갈만 더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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