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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Sep 08. 2022

누군가에게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5일 장날 데이트



시골로 내 삶터를 옮긴 지 3년째 숲이 우거진 이곳 산책을 나왔다

운동화 끈 야무지게 묶고 얼마나 걸었을까마는,, 운동 싫어하는 나는 이곳에서 산책을 하며 예전보다

몸에 근력이 생긴 듯하다 텃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80이

다 되어 가는 두 노년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촘촘하게 심은 고추 수확을 앞두고 새빨갛게 선명한 선홍빛이 눈에 들어온다

수확을 하시는지, 끈을 묶으시는지 두 분의 모습

붉은 고추가 어지간히 맵싸하겠다 싶다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피고 여물고 지고  반복하는 일들에 얼마나 수고가 더했을까 싶다

할아버지의 젊음이 이 대지에,, 할머니에겐 어느 봄꽃보다 더 예쁘고 귀하지 않을까 싶다


시골에 오니 장이 5일마다 열리는 걸 알게 되었다 차를 시장 근처에 비스듬히 버려두고

시장 입구로 들어섰다 비켜선 오후 햇살 아래  뜨겁게  돌아가는 기계 시골장터에서

처음 이 광경을 보고 신기하고 놀랍다 가슴이 쪼이 듯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뻥이요, 뻥

펑하며 연기와 함께 튀밥이 피어났다 봄에 피는 목련화처럼 하얗고 곱다 한 줌 먹어보고 싶다

침이 고였다 가게 난전에 앉아 계신 할머니  파마머리의 휑한 정수리가  햇살을 그대로 받고 있다



        시장 안 뻥튀기 기계의 포스


한참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자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오셨다 가시고 또 다른 이들이 자리한다

아마도 곡식을 튀길 동안 지키고 계시는 모양이다

시장 한편에 늦은 식사를 하시는 굵게 잡힌 주름 움푹 파인 볼에 밥을 한 숟가락 넣으신다

뒤늦은 식사에도 손님이 올까 급하게 국물을 들이켜시는 모습이 짠하다



가게 난전 낡은 사과상자 위로 빽빽하게 놓여있는 쪽파 감자 오이  얼기설기 묶여 있는 열무단

물김치를 담가볼 생각으로 열무단 3단과 쪽파 2단  감자 두 봉지를 집으며 나도 모르게 흥정을 해본다

앞서간 할머니의 흥정을 지켜본 터라 슬쩍  흉내 내보지만 단번에 ,, 거절

내가  통할 리가  없지 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할머니 1000원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
안돼! 이거 팔아 얼마 남는다고 새댁아!
"네, 알겠습니다 그냥 주세요"

 남편은 제발 그러지 말라고 옆구리를 툭 친다

"시장 오는 재미잖아,  마트에서 할 수 없는 거"

"백화점에서 깎아라 차라리, 농사 지으려고 얼마나 힘드셨겠니!"

 남편 말이 맞다



검은 봉지를 겹겹이 들고 앞서가는 남편의 뒷 보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아마 시골장터라 그런 듯하다  늦은 점심으로  평소 잘 먹지도 않는 시장터의 국밥과 긴 줄이 서 있는 대열에 끼어 호떡도 두 개 종이컵에 담아온다 내 마음에 무언가 가득 차 오르는 느낌이다

오가는 이들을 보며 활기찬 시장의 소리들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비릿한 생선의 냄새가 고스란히 그대로 즐거움이다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움 무언가 꿈틀 거리는 내 안의 생각들

사실 난 깔끔 떠는 누가 봐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누빌 여인으로 보이긴 하다

시골로 오며 벌레도 생명 그대로 보이고 징그럽기보다는 익숙하게 있는 그대로 공존해야 하는 이유

라는 걸 알아간다

아,, 시골은,,풀이 많아 장화는 시골의 필수 아이템! 장터 뒤편 신발가게에서 장화도 한 켤레 예쁜 아이로

구입해본다

우리 부부의 두 손이 야무지게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참 낯선 듯 기분이 묘하다


                                                  

       시장에서 젤로다 예쁜 장화를 구입 한 듯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제 마트보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시장에 오자고 했다

기특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남편

보기엔 늘 도시스러운데 가끔씩 내뱉는 말들이 예쁘다며 연신 웃는다

이 것도 나의 한 부분이다

"찬찬히 지켜보면 내 매력이 하나씩 자꾸 나올 거야 두려워하지 말고"

"그래 기특하고 눈물겹다, 우리 5일 장날 데이트 쭈욱 해보자"

"좋아, 좋아 완전!"

난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다


남편이 원해서 온 시골이라 50이 다 된 내가 시골에 잘 적응하려 애쓰는 모습이 기특한가 보다

빡빡했던 지난 시간보다 이곳에서의 삶이 더 여유로워 보이고 사람다워 보이나 싶다

이렇게 사소한 일들 앞에  들떠 있는 내 모습이 운전대를 잡은 남편이 모습이 딱 좋은 오늘이다



 정원에 심기 전 미니장미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꽃


저만치 여름이 간다

다시 계절이 바뀌면 피어나는 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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