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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04. 2022

남편도 키워도 될까요?

단단한 속마음


오전에 가족 배웅할 일이 있어서 역에 갔었다

연휴를 앞두고 많은 인파들이 어디론가 가고 또 들어서고 한참을 기다리다

의자에 앉아 가족을 보내고 돌아서려는데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휴지통을 뒤지며 누군가가 버리고

간 치킨 무통을 들며 남은 무를 드시려는 듯 보였다

바쁜 시간 때이기도 하고 차를 어설프게 버려두고 온 터라 마음이 바빴는데  울 신랑은 바로 나오지 않고 지갑에 지폐 몇 장을 드리며

"어르신 이런 거 드시면 안 돼요, 이 걸로 식사라도 하세요"

"뭐 이런 걸 다"

그 노인은 지체 없이 돈을 주머니에 넣고는 고개를 숙이셨다

거기까지만,, 남편은 집까지 모셔 드릴 태세다

"댁이 어디세요? 주소 아세요? 연락처는 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보이기에 치매 증상이 있는 듯해 보였다는데 내가 보기엔 잠깐이었지만 전혀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지나가는 이들이 힐긋힐긋 무슨 구경거리도 아닌데 쳐다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듯하다

마음이 불편했다 남들 보는 것도 싫고,, 더 이상은 아니다 싶어 남편을 끌고 차로 재촉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 sho0316, 출처 Unsplash


오지랖일까 호의 일까 사랑일까 뭐 이런저런 생각에,, 돌아오는 내내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계산적이지 못하고 마음이 가면 늘 실행하는 사람 손해 보는 남편,, 그럼에도 직장에서 일은 똑 떨어지게

하는 남편, 복잡하고 자기만 아는 세상 속에서 베풂이라는 것이 퇴색되어 버린 요즘  

들끓고 혼잡한 생각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느끼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자신에게 솔직하게 사는 것도 저마다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반듯한 사람 그래서 좋아했잖아 내가'





사실,, 지금 이 시간 내 생각이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따뜻해서 감사하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남편이 할 수 있기에

무엇보다 남의 시선이나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다행이다

저녁엔 매운 고추 넣고 칼칼하게 된장찌개와 두툼한 갈치구이와 간간하게 담가 둔 콩잎김치로

냉장고를 털어 저녁 식탁을 차려 볼 생각이다

아마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땀을 흠뻑 흘리며 주방에서 바삐 움직 일 듯하다

                                        



같지만 다른 하루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기억에 남게 될 날들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두어야 할 오늘을 기록한다

오늘의 내 기분 맑음 , 늘 젊을 것 같은 옆지기의 나이 듦을 바라보며 가끔 걷고 있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이젠 흰머리가 제법 생기기 시작한다 나이가 더해가도 남자다운 그는 여전히 무거운 짐과 번거로운 일은 내가 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살아가며 어쩌면 이 또한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 편
아니 남편 따뜻해서 고마워요~~


더할 것도 없이 딱 그만인 오늘이다 적당하게 과하지 않게 조금 부족해 보여도

새것이 아닌 묵은 시간들이 더 빛을 발하는 듯 오늘은 딱 그런 날이다

오늘 하루가 가득하다

내 마음이 늘 오늘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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