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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Sep 01. 2022

공대생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이유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의 사용자 이동에 관한 고찰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젊은 세대에게 많이 사용된 SNS를 시대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모두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플랫폼이지만, 나는 인스타그램에 유독 다른 느낌이 든다. 왜일까?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은 나와 비슷한 또래에게는 통칭 '흑역사 저장소'라고도 불린다. 또래 친구들끼리 놀던 모습들이 필터링 없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그렇지 않다. 물론 흑역사 같은 피드를 올리는 어린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내 또래는 고등학생이나 성인이 된 이후에 인스타를 시작한 이들이 많아 내 주위에서 인스타를 흑역사 저장소라 부르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인스타 둘러보기를 통해 볼 수 있는 피드들, 그리고 통칭 '인플루언서'들의 피드들은 화려한 사진들의 향연이다. 앞에서 말한 세 개의 SNS를 모두 경험해본 나와 같은 사람은 이것이 어떠한 이질감인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스타그램이 기존의 SNS와는 결을 조금 달리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SNS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더 많이 보여줌과 동시에 기존 SNS의 문제점보다 더 심한 병폐를 낳았다.


나는 이 글을 포함한 세 개의 글을 통해 나의 경험과 개인적인 견해에 비추어 본 인스타그램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자 한다. 우선은 한 명의 인스타그램 유저로서 내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조금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것은 대학에 들어온 2019년 부터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내 특성상 학창 시절 주변에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는 친구들은 많이 없었고, 내 주위에 몇 없는 여자 사람 친구나 누나들이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는 것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남자 학우들은 계정만 만들어놓고 주변 학교 여학생들의 계정을 구경하거나 dm이나 댓글로 소통하는 용도로 쓰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학에 와서도 공대 특성상 만나는 사람마다 페북 친구를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2019년 중후반부터 페북에 스토리 기능이 생기고, 이 기능이 인스타 스토리 기능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드 꾸미는데 관심이 없는 남자 동기들도, 간단하게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 스토리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 내가 인스타그램에 주목한 것은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이다. 기존에 학생회 관련 행사나 이벤트 공지는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페북 피드를 보았을 때 대략 2010년 초중반 무렵부터 최소 5년 이상 페이스북을 공지 게시판이나 소통창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9년 후반~2020년 초반 무렵 나는 학생회 공지 사항의 노출도가 과거에 비해 이상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요 수나 노출되는 범위가 19년 초반에 비해서는 확연히 낮았고, 개인 계정으로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확연히 감소하고 인스타그램의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도 느낄 수 있었다.


10대 시절 싸이월드에서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에서 페이스북으로 트렌드의 변화 과정을 비춰 보았을 때, 나는 페이스북의 시대가 저물고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당시에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었고, 기업들의 마케팅도 인스타그램에 무게를 두게 된 시점에서 누가 먼저 주 이용 매체를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관건인 시기였다.

 

내가 속한 학생회에서도 인스타그램을 소통창구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2020년 가을학기부터 내가 속한 두 개의 학생회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이를 사용한 공지나 이벤트를 시작하였다. 이후로 다른 학생회나 동아리에서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나 공지 등을 진행하였다. 당시 나는 내 개인 계정도 없었던 인스타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내가 관리했던 계정은 당시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하고 내 다음 기수부터 제대로 활용되었지만, 다른 학생회 계정은 인스타 이해도가 매우 높던 여자 과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여 반년 간 수십 개의 피드를 올리며 제대로 된 계정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공동 관리자였기에 당시 과대였던 친구에게 피드나 스토리 등으로 사람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페북에서 인스타로 이용 매체를 전환하게 된 이유도 몇 가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두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의 변화를 일으킨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극명한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제한하고 이미지에 중점을 둔 UI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피드의 UI를 비교해보면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글과 본문 밑에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이미지가 위쪽에 있고 그 밑에 본문 내용이 배치되어 있다. 둘러보기나 개별 인스타그램 계정을 들어가 보면, 본문 내용은 보이지 않고 정사각형 모양의 개별 피드의 대표 이미지가 정렬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눈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강렬한 자극을 느낀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인스타그램은 유저들의 서비스 이용에도 제한을 두었는데, 바로 피드에 올릴 수 있는 글자 수에 제한을 둔 것이다. 페이스북과 달리 인스타그램에 대나무 숲과 같은 계정이 존재할 수 없고, 트위터 등에서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이나 비평가들의 장문의 글을 이미지로밖에 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나는 이 점이 인스타그램을 트렌디하게 만든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시각적인 피드가 계속해서 노출될수록,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자신의 피드가 다른 피드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예쁜 사진을, 더 예쁜 디자인의 카드 뉴스들을 제작하기 위해 경쟁한다.


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페이스북에서 공지나 이벤트를 게시할 경우 본문과 텍스트에 내용을 자세히 작성하고 이를 요약하여 카드 뉴스를 만들어낸다. 인스타그램에 이를 게시할 경우 제한된 글자 수로 인해 이모티콘 등을 사용하고 핵심만 요약하여 본문을 작성하고, 요약된 내용을 시각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10장 내외의 카드 뉴스로 만들고, 그중 피드에 보이는 대표 이미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내용이 담긴 디자인을 사용한다. 시선을 더 끌고자 하는 대형 이벤트의 경우, 그리드 포스트를 사용하여 피드를 꾸미기도 한다. 이 가운데에서 트렌드에 벗어나는 게시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트렌디한 피드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살아남게 된다.

-인스타 그리드 포스트 예시 (출처 : 비주얼 다이브)


스토리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벤트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학생회 계정을 태그 한 스토리를 게시하게 한 후 추첨을 통해 상품을 지급하면, 학생들이 스토리에 인증샷을 올리게 되면서 학생회 계정의 팔로워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우리 계정과 게시글들이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실제로 기업 캠페인 홍보에서도 많이 활용되며, 인스타 내부의 기능을 충실히 활용하여 피드와 콘텐츠의 노출을 높이는 방법이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 내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것도 2020년 가을 무렵이다. 내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첫 피드를 올릴 때 무엇을 올려야 할지 고심이 많았다. 뭔가 특별한 일상을 올려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강박이 느껴져서 뭘 올리지 고민하다가, 학생회 일로 방문한 학교 주변의 독특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첫 피드로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인스타그램은 대학교 친구들과 고등학교 동기들 일상이나 근황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였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도 가끔 둘러보기로만 확인하였다. 애초에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크게 관심도 없고 도움도 안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21년부터 내 주변에 가까운 지인 몇 명이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사용하면서 수천 명 단위의 팔로워를 가진 속칭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엄청난 수의 팔로워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유저들을 자신들의 팔로워로 만드는 이들 나름대로 연구한 전략과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들은 분명 다른 일반적인 인스타그램 유저와 분명히 다른 위치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이들을 보고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간접적으로 느낀 인플루언서의 생활과 이들 나름의 전략, 그리고 피드 뒤에 숨겨진 삶의 이면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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