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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Jul 02. 2024

빗속을 뚜벅뚜벅 걸으니 생각이 꼬리를 무네

(생각은 돈이 안 든다)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차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시작한 거다. 마을버스를 타면 일할 곳까지 한 번에 가게 된다. 우선 아침에 약 15분 정도를 걸어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간다. 그 정도의 운동량이 매일 새로 충원되니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차를 타는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린다. 편도에 약 20분 정도 더 걸리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나이 들어서 하는 자영업 일이 그리 분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하는 루틴업무는 담당직원이 다 알아서 하니 나는 거의 실무에서는 참견을 할 필요가 없다. 회사의 주차장에 있는 차량은 순전히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자동차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할 때와 차이를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훨씬 여유를 느낀다. 스로우 라이프를 접하게 된다. 교차로에서도 절대 급하게 신호안에 건너가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 바쁠 하등 이유가 없다. 신도림 전철역과 연결되는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탈 버스를 기다리는데 가장 긴 기다림은 약 15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차를 이용할 때는 그 시간이면 거의 목적지에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조급하지 않게 되었다. 바쁜 생활보다 오히려 한 템포를 늦춘 생활도 더 여유 있고 즐거운 삶이 되기도 하겠구나 한다. 그래서 요즘 바쁜 현대인들이 한강에서 아무 일 않고 ‘멍 때리기 대회’를 하나보다 생각이 확장된다. 



15분은 반대편 대척점에 버스가 대기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주위에 있는 환경도 바라보고 또 사람들의 행동을 바라보며 보낸다. 슬쩍 정류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어떤 젊은 사람들은 재미나는 게임에 빠져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퇴근 시간에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다소 분주하게 보일 때도 있다. 저녁 6-7 시경 무렵이다. 특히 주말에는 무언가 약속을 잡아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젊은이가 보인다. 한마디로 이것은 생활의 활기로 보인다. 


오늘은 전형적인 장마권에 접어든 날씨이다. 그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어제는 다시 맑다가 오늘 아침부터 줄기차게 비가 왔다. 집을 떠나기 전에 언제나 바깥을 보고 날씨를 파악한다. 비는 계속 오지만 다행히 바람은 세게 부는 정도가 아니어서 걸어가는 데는 지장이 없으리라고 생각되었다. 경량 구두를 운동화로 바꾸어 신고 집을 나선다. 


나가자마자 금세 초등학교가 있다. 통상 학생들이 학교 가는 시간을 넘어서 가니 학교 입구가 조용하다. 내가 조금 일찍 나갈 때는 대부분 어머니들이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리고 가서 들어가는 아이에게 서로 손을 흔들어준다.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표시로 보인다. 아마도 똑같은 모습으로 손녀를 보내는 우리 딸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우산을 썼지만 버스 정류장까지 가니 튀기는 물방울에 바지의 하단은 물에 많이 젖었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 약 20분을 기다렸는데 여전히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젊은 여자 승객 한 명이 정류장에서 계속 스마트폰을 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무언가에 열중하니 버스가 늦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듯하다. 나는 특별한 정보가 꼭 필요하지 않은 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은 잘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열중하여 길을 걷는 것은 안전에 역행한다는 생각에서 그리하는 것이다. 


한 번은 관악산 둘레길을 가는데 좁은 길에서 나이 든 한 분이 위험한 산길에서 계속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보다 못해 뒤에서 이분을 추월했지만 조금 불안전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저러다가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넘어지고 몸을 다칠 수도 있는데 왜 그러는지 조금 불안해 보였다. 실제로 방송에 난 큰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신도림역 버스정류장 공터에 새로이 구로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건물외부는 완공이 되어서 이제 실내 집기와 내부 정리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 도서관이 완성되면 분명코 나에게 큰 혜택이 돌아오리라 기대가 되었다. 취미로 책을 보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니 말이다. 도서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국가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혜택 중에 나는 이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있었다. 지금도 그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물론 의료혜택도 있고 교통편 혜택도 있지만 나는 별로 그런 혜택을 덜 누렸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도서관에 들려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행태를 수년간 해 왔다. 책 빌리는 것은 이제 중요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나의 시력이 크게 감퇴되는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는 분명 이 루틴을 계속 적응하리라 여겨진다. 


신설되는 도서관의 주변을 단장하는 데코레이션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주변 공지에 어느 날 하루는 잘 단장된 정원의 꽃들을 다 뽑아 버렸다. 아니 그리 보기 좋은 꽃들을 왜 뽑았을까 했는데 재 단장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자 이번에는 새로운 장미를 그 자리에 잔뜩 심어 두었다. 매일 이 건축 현장을 아침저녁에 보고 있어서 미소한 작은 주변도 내가 다 기억을 한다. 작은 장미를 이식해 두었으니 매일 아침 물을 주어야 했다. 지날 때마다 이식한 장미가 잘 크나 관심이 생겨 장미 나무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 물을 잘 주었고 또 비가 한 두 차례 와서 잘 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장미는 이식을 해 두면 새순이 자라날 때 붉은 색상의 새순이 먼저 보인다. 아하 저 붉은 새싹이 잘 착근된다는 증거로구나 여겼다. 오늘 조금 먼 거리에서 대부분의 붉은 새싹이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다들 잘 크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돈의 효과는 이리 크구나 느껴졌다. 불과 하루 이틀 만에 버려진 땅을 새로운 장미 정원으로 멋지게 탈바꿈하는 예산의 힘이라 인식되었다. 


한 나라의 예산이 거의 700 조가 되는 사회는 기존의 것을 쉽게 부수고 새로 만드는데 큰 부담이 없는 환경이라 생각된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보고 부자나라라 하기도 한다. 좋은 평가를 나쁘다 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낭비 요소도 많아졌다. 멀쩡한 보도블록도 걷어내고 조금 나은 상태로 자주 바뀌고 있다. 당연히 새 환경이 기존의 환경보다 좋다는 데 이의를 재기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사회에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OECD 국가의 국민행복도를 보면 이것이 큰 문제라 여겨진다. 


행복에 겨워 풍요 상태에 초를 칠 생각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사회 부작용은 사회와 환경을 한 순간에 쉽게 바꾸려는 욕심 때문에 기인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그럴 수도 있으나 이제는 선진국에 거의 진입하는 시기이다. 우리 주위에 보이는 모든 구조물이 채 50년도 안된 상태이다. 우리의 환경을 한 순간에 쉽게 부수고 쉽게 새로 만드는 작업은 재고가 되어야 한다. 무언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역사가 있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하루 이야기의 끝단이 제멋대로 물 흐르듯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은 쉴 새 없이 주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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