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Jul 17. 2024

내가 얻은 아주 세속적인 조언 3가지

<아주 세속적인 지혜>를 읽고...

  <아주 세속적인 지혜>라는 책은 400년 전 처음 발행되었다.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601년에 태어나 교수이자 예수회 신부이자 강연가로 왕성히 활동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와 같은 유명 철학자들도 이 책을 통해 그들만의 철학의 깊이를 더했다. 400년 동안이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 책은 분명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것이었다. 세상이 변했어도 삶의 근본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책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아주 세속적'이다. 세속적이라는 의미는 어떠한 종교나 정치의 외압 없이 세상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예수회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어떠한 종교적 믿음에 대해 언급된 내용이 없다. 그렇기에 더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선 300여 개의 삶에 대한 조언들이 담겨있다. 이렇게 많은 조언들 중 무엇을 받아들이냐는 독자들에게 달렸다. 분명한 건 지금 처한 상황이나 나이, 성격, 성별 등 각자의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수준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독자 중 한 명으로써 이 책이 말해준 조언을 그냥 흘려 넘긴 것도 있고 뒤통수를 세게 맞음으로써 뇌리에 깊게 박힌 것들도 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나이를 막고 삶의 환경이 달라졌을 때 또 읽으면, 책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으나 새로움이 느껴질 것이다. 사골처럼 긴 시간 동안 끓이고 또 끓여야만 진국을 맛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제부터는 내 뒤통수가 얼얼했던 책의 조언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가고자 한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내가 얻은 첫 번째 조언은 '모든 일에 신비주의를 살짝 섞는 것 만으로 추앙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비주의는 자신을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힘이 어렴풋이 느껴지도록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왜 마술 공연에 열광하는가. 마술을 남이 속이는 행위를 찾아내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반면에 의도적으로 신비로운 힘에 의해 변화된 현상이라고 믿는다면 아주 흥미롭다.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우린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 남들에게 모든 것을 밝히지 않고, 뭔가 숨겨둔 비밀이 있는 것처럼 의도적인 신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적용해 보면 과거의 경험을 살짝 내비치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의 준비 상황을 살짝 알려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더해 타인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허풍으로 인식된다면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니, 꼭 진실과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조언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사실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기는 매우 어렵다. 이미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선 노련한 전문가들이 가득하고, 다른 분야를 눈여겨본다 해도 이미 그 자리에서 밤낮없이 땀 흘리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과연 이런 극심한 경쟁 속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 높은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극단적으로 개인화하는 것이다. 이 말을 간단히 말하면 자기 스타일대로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하루 8시간, 9시간을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면 나만의 일이 탄생하고 그것은 '최초'와 가까워지는 방법이 된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이를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내가 일하는 분야와 접목시키는 것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기에 용이한 전략이다. 물론 이미 돈냄새를 맡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욱 빠르고 치열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기술뿐만이 아니라 개념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새롭게 도입되는 개념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저출산, 친환경, 벼락거지 등 이러한 명확한 신호들에 나의 전문 분야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 해결책을 빠르게 찾으면 찾을수록 나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은 마지막 조언은 '빛날 수 있는 자리로 가라'는 것이다. 내가 가진 능력을 아무리 갈고닦아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형편없다면, 내가 가진 능력은 반감된다. 반면에 별 시답지 않은 능력으로도 발휘하는 시기와 장소가 적절히 맞아떨어지면 그 능력은 배가된다. 후자를 보통 운이 좋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진 능력을 갈고닦는 기술적인 측면과 그 능력을 발휘하는 환경적인 측면은 따로 떼어놓고 봐야 한다. 즉, 기술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최적으로 결합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환경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사람을 운이 좋다고만 표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소 모두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으로 내가 가진 것을 빛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민들레 꽃이 그냥 일반적인 화단에서 꽃 폈다면 스쳐 지나가겠지만, 담벼락 사이에서 홀로 꽃 피웠다면 그가 가진 영롱한 노란색 빛은 더욱 화려함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