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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텔 Apr 12. 2023

NFT 사업을 해봤는데, 망했습니다.

사업 실패 회고록 3탄 (끝)

지난 이 시간에는..

https://brunch.co.kr/@f7413a9d5cff457/26

https://brunch.co.kr/@f7413a9d5cff457/28


NFT 프로젝트 현황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현재 부진한 판매량으로 인해 프로젝트 진척이 아예 멈춘 상황입니다.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판매량이 10%인데 반해 현재 판매량은 1~2%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이탈율과 게시물 참여도(Engagement)도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초기 설정했던 목표치와의 괴리, 판매량 저조, 예산 한계, 인적 자원 한계 등 여러가지 요인을 판단 척도로 설정하여 측정한 결과 본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패했으니 이제 모든 걸 잊으면 될까요? 저는 실패를 성공의 유년기라는 생각해요. 이번 실패에도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잠재적 실패 원인에 대해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을 진행해봤습니다.


잠재적 실패 요인


1) 체계적인 팀의 부재와 업무 분장 한계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한 체계적인 팀이 구성되지 않은 것과 비효율적 업무 분장이 큰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NFT 프로젝트 상 체계적인 팀의 경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리더 (총괄 매니저), 개발팀, 디자인팀, 마케팅 팀이라는 큰 틀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하부적으로 모더레이터, 콜라보레이션 매니저 등의 추가 인력이 있어요.

일반적인 NFT 프로젝트 팀 구성

이와 달리 저희 팀의 경우 프로젝트 리더(총괄 매니저), 디자인팀, 개발 아웃소싱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렇게 팀을 운영하면서 발견한 팀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NFT 프로젝트 팀 구성



1. 프로젝트 리더의 광범위한 역할 및 업무


저는 리더로서 프로젝트 기획 및 리더십, 마케팅, 웹사이트 개발, 디자인,  커뮤니티 관리 등 폭넓은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일의 영역이 넓다보니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졌습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방면에서 처리해야하다보니 문제 해결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또 체계성이 떨어지다보니 의사결정이나 솔루션에 대한 팀원의 피드백이 부족했습니다. 많은 경우 시행착오 등 경험에 의존해야만 했죠.


2. 디자인 팀의 전문성 부재


들어가기 앞서, 디자인 요소를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해보겠습니다. NFT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디자인은 보통 NFT 컬렉션 디자인 요소와 외적 디자인 요소로 분류됩니다. 둘이 무엇이 다른지 간단히 살펴볼게요.  


<NFT 컬렉션 디자인>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NFT의 집합. NFT 컬렉션의 수량은 제작자 임의로 정할 수 있고, 본 프로젝트의 경우 총 10,000개로 설정됨. 모든 NFT는 중복없이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구성됨.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젝트의 본질이자, 실질적으로 판매하는 그림들입니다. 현존하는 NFT 컬렉션 중 가장 유명한 친구들이죠.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NFT 컬렉션


<NFT 컬렉션 외적 디자인>

NFT 컬렉션 내의 NFT 그림을 제외한 나머지 아트는 전부 NFT 컬렉션 외적 디자인에 해당됨. 예시로는 홍보물, 웹사이트 배경 등이 있음.


저희 팀은 ‘NFT 컬렉션 디자인’이 뛰어나다면 그 외 디자인 요소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NFT 컬렉션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히는 데 오롯이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NFT 시장에서는 NFT 자체 퀄리티뿐만 아니라 홍보를 할 때 필요한 홍보물, 웹사이트 배경 그림 등의 ‘NFT 컬렉션 외적 디자인’의 퀄리티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NFT 자체의 퀄리티가 높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뛰어난 홍보물이 필요했습니다. 성공적인 NFT 프로젝트들은 ‘애니메이션’, ‘드로잉 비디오’, ‘배경그림’ 등 비주얼적으로 뛰어나고 독특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형태로 홍보물을 제작하고 배포하고 있었고, 이러한 컬렉션 외적 디자인 요소가 프로젝트의 성패에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배웠습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의 NFT 컬렉션 외적 디자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젝트 ‘A KID Called BEAST’ 애니메이션 클립에서 발췌
프로젝트 Gutter Cat Gang 트위터 배경그림 홍보물

이러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필요했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정도의 실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NFT 그림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완성도 있게 제작할 수 있었지만, 컬렉션 외적 디자인은 차원이 다른 난이도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팀은 전문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이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3. 개발 아웃소싱의 한계


웹사이트 제작을 하면서 프론트엔드는 스스로 구현할 수 있었지만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할 개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맡겼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IPFS, GA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웃소싱 업체의 기술적 한계와 제약 등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었고, 외부 업체라는 점에서 업무 시간 외에는 소통이 불가능하고, 소통 창구가 하나의 SNS에 의존하는 등 여러가지 소통 문제가 있었습니다. 


Lesson Learned


모든 문제는 결국 체계적인 내부 팀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과 팀원 간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체계적인 팀을 갖추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생깁니다.


첫째, 지속적인 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종 문제에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둘째, 전문성이 높아지기에 전반적인 업무 퀄리티가 상승한다.

셋째, 각자 영역에 집중하는 분업을 통해 일의 능률이 상승한다.

넷째,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2) 가설 설정 오류


저희는 ‘최대한 많은 NFT 커뮤니티 활동 유저’를 대상으로 타겟 마케팅을 진행하였습니다. NFT 커뮤니티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저희 NFT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충분히 구매 의사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NFT 커뮤니티 중 가장 활성화되어있고 많은 유저를 보유한 ‘트위터’에서 대부분의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진행하였습니다. 초반 전략은 무차별적으로 트위터 NFT 관련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팔로워 수 자체는 허상지표(Vanity Metric)에 불과할 수 있지만, 팔로워 수가 우선 어느 정도 늘어나야 프로젝트가 알려지고 실질적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따라서 추첨을 통한 NFT 무료 증정,  화이트리스트 추첨 등 프로젝트와 관련된 여러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하였습니다.

 팔로워의 10% 즉 10명 중 1명은 실제 투자 의향을 가질 것이다


저희가 고안한 초기 가설이었습니다. 해당 가설에 의하면 일단 팔로워 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단기간 안에 팔로워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지만, 이 중 실 투자자는 1%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가설이 거짓으로 밝혀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예측해보았습니다.


 첫번째 실수는 ‘프로모션 이벤트 참여 유저’를 ‘활발한 NFT 커뮤니티 유저’ 로 판단한 점입니다. 실상은 트위터 내부에 봇(Bot) 계정이 많았습니다.

트위터 봇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포스트(post) 댓글 중 90% 이상이 봇 계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보다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에 당연하게도, 프로모션 이벤트에 자동 참여하는 ‘응모 이벤트 참여 봇’ 또한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트위터의 봇 감지 센서를 피할 수 있도록 제작된만큼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활발한 유저처럼 보였고, 실제 사람과 분간을 짓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팔로워는 숫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봇이 상당수 포함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가설도 이에 맞게 설정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 실수는 ‘활발한 NFT 커뮤니티 유저’를 ‘잠재 투자자’로 바라본 점입니다. 저희는 활발한 NFT 커뮤니티 유저라면 당연히 투자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것과 투자 의향을 갖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의향’만 있어서는 안되고 추가로 ‘투자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대적으로 이벤트 참여 계정들을 인터뷰 해 본 결과, 이들은 저희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고 NFT 홀더가 되고자 하는 의향이 있었지만, 이 관심이 ‘투자의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즉, 무료로 NFT를 지급받는 데에는 큰 관심과 열정이 있었지만, 이에 돈을 지불할 의사는 없던 것입니다. 나아가서 이들의 지갑 주소를 확인해 본 결과 ****잔고가 0원인 계정들, 즉 투자 여력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1천명이 넘는 유저가 응모를 통해 화이트리스트(사전 할인 구매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구매의향을 보이고 구매력까지 갖춘 유저는 0.1%에 불과하였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경우의 수에 도달하였습니다. 둘 다 일수도 있고, 하나만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1. 실질적인 투자자는 매우 낮은 비율로 존재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유입이 필요하다.


팔로워가 우리 NFT에 관심을 가지는 활발한 NFT 커뮤니티 유저이고, 이 중 극히 일부가 실질 투자자라면, 애초에 지금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팔로워가 필요합니다. 즉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홍보 기간이 짧았던 것과 홍보 예산을 적게 책정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2. 실제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타깃팅하지 못했다.


NFT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마케팅 이외에 투자자들과의 직접적인 컨택, 즉 일대일이나 일대 다수(투자자 그룹)로 진행하는 마이크로 마케팅이 부족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영업사원이 자사 제품을 직접 찾아가서 홍보하듯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프로젝트를 알리는 행위가 더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 경우 ‘NFT 커뮤니티 유저 = 잠재 투자자’ 라는 접근보다는 아예 투자자는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하고 투자자 그룹을 찾거나 잠재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이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됩니다.


Lesson Learned


가설 수립에 대한 근거가 미흡했습니다. 추측과 직관에 의존하여 가설을 수립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또한 마케팅 대상을 설정할 때에는 시장의 플레이어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실제 투자를 하고자 하는 고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어떻게 이들에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꺾이지 않는 의지와 꾸준한 열정, 끈기와 집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습니다.


3) 프로모션 기간 설정 오류


트위터 프로모션 기간을 짧게 설정한 것이 패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성공적인 NFT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며 그들의 SNS 전략을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저희가 벤치마킹한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Mad Rabbit Riot Club (트위터 마케팅 기간 2개월 이내)
- Gutter Cat Gang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 Lazy Lions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 Fat Rat Mafia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 Ninja Squad Official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 Lil Hotties Official (트위터 마케팅 기간 3개월 이내)
- BullsOnTheBlock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 GOATz (트위터 마케팅 기간 1개월 이내)

총 8개의 프로젝트 중 7개의 프로젝트가 트위터 계정 개설 한달 안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것을 보고 프로모션 기간을 한달로 설정하였습니다. 한달의 기간 동안 활발하게 트위터 홍보를 하면 충분히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달 간의 단기간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트위터 알고리즘 제약


트위터의 신규 계정은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신규 계정은 통상적으로 팔로워와 팔로우가 적기 때문에 초반 게시물 도달율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도달율을 높히기 위해서는 트위터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봇/스팸 계정으로 오인을 받기 일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Search Ban, Search Suggestion Ban, Ghost ban, Reply Deboosting 등 다양한 정지를 당했습니다. 정지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해도 통상 답변까지 3일 이상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소모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Direct Message의 경우에도 한동안 하루에 한 계정에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제약을 받았습니다.   


2. 단편적인 요소만을 고려함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벤치마킹 하는 과정에서 해당 프로젝트들이 런칭되었던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다른 성공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SNS 프로모션 기간만을 벤치마킹한 것이 패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프로젝트들이 마케팅을 했던 시기의 시장 상황은 대체로 호황기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간 외의 요소로 인해서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일 수 있는데, 기간이라는 하나의 단편적인 요소만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기에 활발하게 마케팅을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광범위한 리서치가 필요했습니다.


Lesson Learned


마케팅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그 어려움과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한 가지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충분히 다각도에서 시장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특히 이미 성공한 프로젝트만을 레퍼런스할 것이 아니라, 당기에 진행중인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전범위적으로 조사하면서 현 시장상황과 트렌드에 맞는 프로모션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프로모션 및 마케팅 기간을 충분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설정한 기간에 대해서 그렇게 설정한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4) 트렌드 대응에 대한 아쉬움


그동안 NFT 시장을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NFT 시장에는 분명 매크로적인 유행의 흐름이 존재하고, 이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를 필두로 의인화 형태의 동물 NFT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21년 말~22년초부터 Azuki 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형태의 인간형 NFT가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2년 후반 ~ 2023년 초반의 트렌드는 뛰어난 애니메이션 퀄리티를 자랑하는 3D NFT, 귀엽고 아기자기한 NFT의 굵직한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적인 연도별 NFT 트렌드(연도별로 좌 → 우)

여기서 하나의 그림 형태가 트렌드로 부상했을 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에 대응한 프로젝트를 출시해야 유행에 편승할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의 경우 2022년 3월 프로젝트 초기에 시장 리서치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후, 2021년 중후반 대세로 자리잡은 의인화 형태의 동물 NFT를 컨셉으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저희는 의인화 동물 NFT를 OG(오리지날)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트렌드가 변하더라도 해당 그림에 대한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디자인 팀 멤버들은 학업과 직장을 병행하면서 작업을 했고, NFT 캐릭터를 그려본 경험이 전무했던만큼 작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이 완료된 시점인 2022년 말에는 이미 BAYC 풍의 NFT의 인기가 어느정도 식은 후였습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이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애자일(Agile)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NFT 시장 불황으로 인해 많은 프로젝트가 NFT의 총 발행 개수를 500개, 1000개 미만으로 낮추어 컬렉션의 가치와 희소성을 올리고 동시에 판매의 부담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2022년 초반 트렌드에 따라 정한 총 발행량 10,000개를 중도에 바꾸지 않았고 강행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매 진척도에 따라 이벤트를 시행하는 방식(ex. 10% 판매 시 첫번째 이벤트 시행)을 택했기 때문에 충분히 10,000개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의 다수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시장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중도에 판매 개수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프로젝트 런칭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 동안 트렌드가 바뀐 건데, 프로젝트 초반에 정했던 원칙들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은 것이 패인이 된 셈입니다.


Lesson-learned


꾸준한 트렌드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NFT시장과 같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하루 단위의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과 리서치가 필요하고,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모든 산업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피고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량 추이를 보며 어떠한 특색의 NFT가 경쟁력을 가지는지, 새로운 밈(Meme)이 탄생하지는 않았는지, 어떤 류의 NFT 화풍이 유행하는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배웠습니다.


또한 애자일한 적응 능력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시장에서 어떠한 트렌드가 생기고 다수가 이를 따른다는 것은, 많은 경우 그 이유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트렌드를 읽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유를 들여다보고 기존에 수립한 전략을 재고해볼 줄 알아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5) 자본적 한계


초기 프로젝트 예산 설정에 오류가 존재했습니다. 저희는 초반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프로젝트 런칭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조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프로젝트 초반에는 직접 NFT를 디자인하고, 사이트를 만드는 등 최대한 비용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이후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면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웹사이트를 리뉴얼 하는 등 프로젝트를 발전시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과정에서 ‘필수 자본’을 간과했습니다. 즉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의 비용이 존재하는데, 이 비용을 너무 적게 책정했던 것입니다. 


초반 설정한 비용   

- 사이트 제작 관련 비용 (도메인, 툴 등)
- 스마트컨트랙트 기술 외주 비용
- NFT 배경 그림 외주 비용
- 유료 트위터 프로모션 비용 (50만원 이내)
- 각종 이더리움 가스비

실제로 필요한 비용 (초반 설정한 비용 포함)   

- 콜라보레이션 매니저 고용 비용
- 모더레이터 고용 비용
- 디자이너 고용 비용
- 개발자 고용 비용
- 유료 트위터 프로모션 비용 (최소 300만원 이상)


‘발생한 매출을 통해 자본을 조달한다는 것’은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매출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성공적이어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성공을 위해서는 퀄리티가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높은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비용이 존재합니다. 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한 것이 실패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Lesson Learned


효율성, 즉 비용을 최소화하고 아웃풋을 최대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프로젝트나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최소 필요 자본’ 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팀 내부에 개발자가 디자이너가 없다면, 결국 이들을 고용하는 데 비용을 소요해야 합니다. 만약 유료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모든 것을 오가닉으로 한다면, 프로모션에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쉬운 길은 없다는 사실을 몸소 배웠습니다. 또한 예산 수립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비용을 확실히 책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자본은 어디서 조달할건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이에 지원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6) 경쟁적 우위(차별화)의 미흡함


NFT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입니다. Alphabot이라는 NFT 전문 사이트의 NFT 출시 캘린더를 보면 2023년 2월 기준 238개 이상의 NFT가 등록되어 있고, 하루에도 최소 3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알파봇 캘린더에는 승인된 프로젝트만 등록된다는 점과 애초에 알파봇에 등록하지 않은 NFT 프로젝트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프로젝트들이 출시되고 있을 것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높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뚜렷한 경쟁 우위로서 소비자를 사로잡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패배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알파봇 2023년 NFT 출시 캘린더

여기서 ‘차별적 가치의 제공’에 실패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저희가 고안한 핵심가치(Core Value) 자체의 경쟁력이 부족했을 수 있습니다. NFT의 핵심가치 내에는 통상적으로 NFT 보유 멤버십 혜택과 프로젝트의 철학, 비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NFT에 투영한 가치가 투자자에게 소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희가 생각했던 중요한 가치가 투자자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저희가 제공하는 가치가 타 프로젝트에 비해 차별성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시장, 경쟁사 등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가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둘째, NFT 아트 자체의 경쟁력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NFT 아트가 그 자체로서 차별성과 독특함을 갖추지 못한다면, 유저들에게 발굴되고 지목되기가 쉽지 않고, 이렇게 유저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NFT가 지니는 가치 또한 소용이 없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녀도 유저들이 모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NFT 자체가 경쟁력을 지니고 시장에서 소구되어야 그 중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구매 의향을 갖는 유저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셋째, 전달 방법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NFT는 팔로워 수 대비 사이트 방문율과 로드맵 페이지 방문율이 저조했고, 웹사이트에 방문한 유저 중에서도 로드맵을 읽는 유저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자극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좀 더 흥미로운 방법으로 가치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Lesson Learned


심화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몸소 배웠습니다. 또한 이 핵심 가치를 효과적으로 유저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NFT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철저하게 투자 가치로 나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대체제가 많았다거나 타 NFT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항상 제3자의 시각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느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경쟁자들에 대한 조사가 전바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급도 줄 것이라 예측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추측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사에 대한 실질적인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명심할 수 있었습니다.


끝맺으며
결론은?


프로젝트가 예상과 달리 흘러가면서 좌절도 있었고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자부합니다. 실패했으니 끝인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되돌아보고, 이번에 저질렀던 실수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발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며 프로젝트를 회고해보니 그 동안 저희가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지를 고민해보면서 앞으로 어떤 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해야 할지,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방향이 잡힌 것 같습니다. 이를 양분 삼아 앞으로 더 화이팅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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