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평소 업무든 일상생활이든 ChatGPT 등 생성형 AI의 힘을 많이 빌려 쓰는 편이지만, 이번 글만큼은 AI 활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온전히 내가 쓰는 글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정말 긴 시간이 흘렀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다. 어쩌면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GPT 4o를 필두로 요즘 생성AI의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명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도 대강 원하는 내용만 두서 없이 던져놓아도, 아무런 정리 없이 생각나는 단어만 툭 툭 뱉어놓아도 이를 AI가 알아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논리적인 형태로 가공하여 답을 내놓는다.
업무 효율엔 좋지 않아?
당연히 효율 측면에서는 상당한 베네핏이 존재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논리를 순식간에 체계화하고, 내가 원하는 뉘앙스의 답변을 구조화하여 척척 내놓는다. 직접 작성했다면 1시간 걸릴 일을 3분 안에 해결해준다. 문제는 이게 반복되다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뭔데?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란, 말 그대로 내가 스스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체계화 및 구조화하여 문장에 반영하는 힘을 말한다. 한마디로 AI 도움 없이 내가 직접 글을 써보는 힘이다. AI를 활용하면 할수록, 이 힘이 약해져 어느 순간 스스로 글을 적는 게 무섭고 힘들어진다. 한 문장까지는 그렇다쳐도 한 페이지의 글을 스스로 써보는 게 꺼려지고, 어려워지고, 다음 적을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금 AI를 찾게끔 된다. 이렇듯 생성AI에의 의존은 강해지고, 조금만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번거로워지면 생각을 멈추고 GPT를 찾게 된다. 더 이상 스스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하지 않게 된다.
지금과 같은 나날이 지속되어, 한 5년 지났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우리는 GPT 없이 온전히 사고하고 이를 온전히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AI는 '정답'이 아니기에
하지만 AI는 정답이 아니다.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답변을 내놓지만, 이를 좀 더 파고들면 약간의 엉성함이 존재한다. 모든 맥락을 알지 못하기에 AI의 글은 완벽할 수 없다. 데이터를 종합하여 그럴싸한 글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맥락에 대한 모든 세세한 정보를 아는 우리만큼 글을 잘 쓸 순 없다. 유려하진 않더라도, 다소 투박하더라도, 우리가 한땀한땀 쓴 글이 더 영양가 높은 글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매사에 AI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글을 쓰고,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고 사고를 구조화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머리가 멈췄을 때, 글이 막혔을 때 바로 AI를 찾지 말고 더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고뇌해보자.
끝맺으며
이 글은 AI를 보이콧하는 글이 아니다. 앞으로도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차지하는 영역은 어마무시할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 측면에서 AI의 힘은 이제 결코 작지 않다. 다만, AI가 내놓는 답변을 항상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ChatGPT가 없는 시절처럼 스스로 고민하고 정리해보는 힘을 길러야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직접 온전히 글을 써보는 것이다. AI에 의존해서 필력이 쇠퇴하는만큼 스스로 글을 많이 써버릇해서 trade-off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브런치가 되었든 스레드가 되었든, 일기장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작성해보자. 이를 습관화들여 AI가 없으면 바보가 된 기분이 들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가꾸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