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You'll always be my Day 1

파리, 포르투갈, 스페인 여행기

by 유한성


record of my jounery_ PARIS, PORTUGAL, SPAIN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도. 속을 헤집어 끄집어 내 보여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은 감정들도. 나의 여행, 여행을 한 나의 안부를 물어온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문장은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너무 좋아." 내가 이토록 감정을 서술하는 데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서 내뱉을 수 있는 말도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좋다는 말뿐이었다.


이건 나의 여행을, 그리고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나를 여전히 궁금해하는 친애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그렇다. 이 글은 나의 21일간의 여행에 대한 정의이자 감상인 셈이다. 하고 싶은 말도 들려주고 싶은 경험도 나열하고 싶은 감정도 많은 편이나 이걸 미주알고주알 말로 풀어내기에는 시간적 집중적 한계가 있다. 본래 그렇지 않은가. 처음에는 흥미로워도 1절에서 그치지 않고 2절 3절까지 가면 사람은 의무적인 리액션만 일삼기 십상이다. 그러나 나는 2절, 3절, 4절까지 하고 싶기 때문에 미주알고주알 문장으로 서술하련다. 그러니 애들아. 이건 너희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나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란색을 좋아해 그런지 인천공항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공항 특유의 설렘과 아쉬움이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느낌. 이날은 엄마 아빠가 인천 쪽에 호텔을 잡고 휴양을 하는 날이었던 관계로 아침 일찍 그들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오히려 좋다.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 두 시간씩이나 걸리기 때문에 아빠가 운전해주는 차에 탑승해 공항에 갈 수 있는 건 큰 행운이었다.


이날은 먹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심지어 전날에 폭우로 결항된 비행기가 여럿 있다 하여 제발 그 주인공이 나만은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 다행히 비행기는 별 탈 없이 떴다.


체크인은 대부분 키오스크로 바뀌어 있었다. 어플로도 셀프 체크인이 가능한데, 웃긴 건 공항 오기 전 집에서 셀프 체크인을 해두었으면서 공항 와서도 키오스크로 체크인해야 하는 줄 알고 설치다가 직원분의 만류로 머쓱해졌다.


여하튼 인천공항은 많이 바뀌었다.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 관련 문서를 받아야만 짐을 수속할 수 있고, 사람들이 하던 업무들이 대개 기계가 수행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수속을 모두 마친 뒤 들어온 내부. 해외 가기 전에는 한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왜냐하면 거기 가면 내가 사랑하는 한식과는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세점 들어와서도 한식만 찾아다니다 결국 떡볶이를 먹었다.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에서의 마지막 끼니라 특별했다.


비행기가 뜨기 전. 제법 기묘한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뜨지도 않았는데 몸이 저절로 붕 뜨는 느낌이기도 했고, 돌연 울컥 무언가 차올라 잠시간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기도 했다. 돌아오면 나는 어떤 상념과 좌절을 겪고 어떤 벅참과 경이로움을 담아올까.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렵다가도 속없이 들뜬다. 이번 여정의 첫 비행이다. 잠시 내게 다정한 고국에게 안녕을 고한다. 안녕. 잘 다녀올게.


무려 14시간의 비행이었다. 지난번 유럽 갔을 때는 11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여러 이유로 비행시간이 길어진 듯싶었다. 나는 창가에 앉았는데 다행인 건 중간 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것이고 복도 쪽 좌석에는 친절한 아주머니가 탑승하셨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친절하셨는지 그녀는 화장실 갈 때도 선뜻 일어 서주셨다. 문제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일어서 계셨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사람 있어서 기다려야 할 때 아주머니도 서서 기다리시길래 너무 놀랐다. 화장실을 3초 컷으로 갔다 와야 했던 나.


비행기 창가를 선택한 유일한 이유는 바로 창밖을 볼 수 있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국 비행기는 복도 쪽 좌석이지만 갈 때는 창가 쪽에 앉았다.


기내식은 총 두 번 나왔는데 모두 한식으로 먹었다. 은근 고질병 같은 거다. 머무는 나라에 한식은 희귀하니 별로 안 당기더라도 일단 한식 입안에 밀어 넣고 보는 것이다. 첫끼는 묵밥이었다. 되게 신기했다. 하늘 위에서 먹는 묵밥이라니. 대한항공은 이코노미도 라면 취식이 가능하다! 한창 영화 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신라면의 매울 신 냄새가 나길래 고개 빼고 두리번거리다 비즈니스 쪽에서 오는 향인 줄 알고 체념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물어볼 걸 그랬다. 비행기에서 신라면 먹어보고 싶어서 아쉬움이 컸더랬다.


술찔이라 술 마셔야 잠이 잘 오는 인간인지라 화이트 와인을 부탁드렸는데 나를 고등학생으로 보시고 신분증 제시를 요청하신 승무원 언니. 허허실실 웃으며 흔쾌히 운전면허증을 보여드렸다. 그런 오해 오히려 좋아! 결국 와인을 얻어 마시고 간단한 스낵을 우물거리며 영화 보다 잠들었다.


창가 좌석 아주머니의 입국 심사 관련 문서 작성을 도와드리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창 너머로 프랑스의 지반이 보였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란하게도 뛰었다. 도대체 어떤 기가 막힌 에피소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나를 어떤 식으로 바꿔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