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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은 Sep 10. 2022

쌍봉사 일기 7/24(일):몇몇 생각

<노자>의 무위, <제로투원>, 상대성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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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읽고

어제부터 읽던 <노자>를 아침에 마저 읽었다. 생각보다 와닿거나 재밌지가 않았다. 책에는 해설도 같이 쓰여 있는데, 어찌 보면 노자 사상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무위’에 대한 해석이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책에서는 일체 의식적인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을 ‘무위'라 얘기한다. 스스로의 깊은 본심이나 양심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판단과 행동을 따르고 이와 반대되게 이성의 의식적 생각에서 태어난 행위를 지양하는 것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라 나는 생각되었기에 조금 공감가지 않는 해석들이 더러 있었다.




2

<제로투원>, 세상의 진보는 여전한가

<노자>를 다 읽고는 <제로투원>을 읽는데 책 내용은 재밌다. 책의 저자가 면접관으로 면접을 보면 언제나 묻는 질문 하나가 책 초반에 나온다. “남들이 모두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본인만 확고히 맞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있냐"라는 질문인데, 나도 그 대답으로 한 가지 얘기가 떠올랐다.


작년부터인가 주변에 한 번씩 얘기했던 게 “우리들 모두 어떤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아니 매우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단지 스스로 큰, 역사적인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질 않고, 스스로를 역사적 인물들과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 일들을 못 해내는 경우가 많다. 한계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고 역사적 인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환경과 확률을 생각하면 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정도의 능력과 환경을 타고났다.”라는 말이었다. 이어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아래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생각이 뭔지 고민해보았다.


지난 수십 년간 세상이 매우 많이 발전했다 사람들은 말하는데, 생각보다 그 이전 시대의 변화에 비해 이 기간의 변화는 적다.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매우 발전했을 뿐이지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바꾸는 발견이나 변화가 없었다.라는 게 앞의 생각의 근원에 존재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 간 우리의 생활은 매우 풍요로워지고 편안해졌지만, 우리 문명의 지식이나 인식의 거대한 변화는 거의 없었다. 지난 몇 세기 간에는 과거의 인간이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거나,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들을 하여왔다. 천동설을 뒤집고 지동설이 주장되고, 인간은 매우 간단한 생물에서부터 진화해 왔다는 진화설,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그리고 양자론과 불확정성의 원리 등등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던 개념들이 송두리째 바뀐 경험이 수 없이 많이 존재했다. 이런 비슷한 수준의 변화가 현대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저자도 뒤에 이와 비슷하게 주장하여서 흥미로웠다.


복잡해지는 지식체계와 사회의 아래에서 개인이 가진 지식의 범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식 범위의 한계와  그로 인해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초라함으로 인간들은 사회에서 스스로의 역할 한계를 더욱 명확하게 정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더 넓고 보편적인 영역에서의 큰 진보가 상당기간 지체되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이미 세상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열려있어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진보에도 그 놀라움의 크기가 작은 것이 된 것일까? 그럼에도 만약 우리가 외계인을 발견하고 교신을 성공하게 된다면, 과거의 큰 변혁과 맞먹는 큰 충격을 사회에 주겠지?




3

나의 화두

예전의 나는 사회에서 내가 하는 일에 관해서나 사회에서의 내 미래 모습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데 많은 고민의 시간을 사용했었다. 최근 들어 그리고 절에 들어오고서는 앞의 고민들보다는 나의 내면과 인생이라는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일들에 집중해 고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제로투원>을 보니 갑자기 앞의 생각들이 머리를 엄청나게 채워간다. 아직은 내 뇌의 상태는 환경이나 상황의 영향이 매우 큰 것 같다.





4

상대성이론, 질량과 c의 관계에 대한 생각 하나

이전에 <코스모스>를 볼 때에도 물리학과 우주에 대한 궁금증들이 생겨났고 이번에도 또 그렇다. 질량과 중력이 전자기력과 어떤 관계를 가지기에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 빛의 속도라는 c의 물리량이 관련되는 걸까? 오늘 <제로투원>을 보다가도 또 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번뜩 한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질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우주 전체의 물질들과 이 줄어드는 질량 사이의 중력적 포텐셜이 줄어들고, 그 줄어드는 만큼의 에너지가 빛과 열로 전환되는 게 아닐까 생각 들었다. 우리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배우는 뉴턴 역학에서의 중력 포텐셜은 음의 값인 (-) 부호를 가진다. 하지만 이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다른 모든 물질들과 무한의 거리에 있을 때의 중력 포텐셜을 0으로 가정하였기에 생기게 되는 상대적 값이다. 질량이 완전히 사라져 이 우주에서 없어지는 것은 다른 물질로부터 무한대의 거리로 가는 것과는 다른 상태이기에 실제로 질량이 사라진다는 건 그 계의 중력 포텐셜이 감소하는 것과 같다.


이런 가정이 조금 일리 있지 않을까? 그러면 질량의 에너지 등가 원리 E=mc^2이라는 수식에서 c의 제곱 값은 이 우주의 모든 질량의 크기와 분포에 관련된 값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c는 상수가 아니게 되고, 우주의 물질 분포가 달라지거나 전체 물질들의 질량 총합이 변한다면 c 값도 바뀌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그냥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특수 상대성이론도 공부한 게 10년도 전 일이기에 아예 터무니없는 얘기일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상대성이론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결국 유혹에 못 이기고 간단하게나마 폰으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게 되었다. 절에서 나가고서는 제대로 일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상대성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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