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이야기도 아주 살짝
https://youtu.be/GK_C3rhy9e4?si=LwyAinhVrptK9dmr
유튜브에서 '쿠바 주재 북한 고위급 외교관 망명' 뉴스 영상을 보다가, 연관 동영상 목록에 위 영상이 있어서 보게 되었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 본인 인터뷰'라길래 인터뷰 부분만 주로 봤고, 영상의 나머지 부분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랬나 보다. 인터뷰 부분이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으로 표시되어 있다.)
베트남어를 잊어버리는 게 아깝던 차라, 베트남어 인터뷰 원문 받아쓰기를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말이 빠른 데가 많아서, 상당 부분을 0.5배속 재생으로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도 안 들리는 말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너무 오래 걸렸다.)
한 가지 위안을 삼을 만한 사실은, 내가 못 들은 말은 대부분 SBS 영상 자막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는 거다.
그게 별 의미 없는 filler여서인지 아니면 자막을 다신 분도 못 알아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람의 즉흥 발화라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지저분한지 새삼 느낀다.
현장언어학 등 구어 코퍼스를 직접 구축하거나 다루는 분야라면 뭐든 지극한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발화들을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해 번역하는 것 또한 대단한 능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에서는 질문자와 도안 티 흐엉 본인 모두 도안 티 흐엉을 chị('언니')라고 지칭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또는 모르는 사이인데 대략 비슷한) 2인칭 여성과 대화할 때 상대방을 보통 이렇게 chị라고 부르고,
반대로 여성 화자가 자신보다 약간 어린 사람한테 말할 때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로 chị를 사용하는 일도 흔히 있다.
후자 용법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언니(화자 자신)가 뭐뭐했어'가 되어서 마치 아주 친한 사이에 쓸 만한 말투인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공적인 인터뷰에서 이 말투를 사용하는 걸 보니 그런 어감은 아닌 것 같다.
뭐 인터뷰어(통역사)와 인터뷰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닐 테고...
('언니'라고 직역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베트남어의 '나'를 단순하게 tôi(또이)로만 배우고 외워서는 안 될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그 뭐뭐 있잖아?'와 비슷한 말투라고 생각하고 있는 'ấy'가 굉장히 많이 쓰인다.
이 ấy는 하도 많이 써서 그런가 일종의 cheshirization이 일어날 때도 있다. (transphonologization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원어민 교수님 수업 시간에 '그 꽃 있잖아?'라는 말을 "... hóa ..."라고 하시는 걸 들었는데,
원래 '꽃'의 성조는 hoa이므로 이건 hoa ấy의 ấy가 성조만 남고 cheshirize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본 인터뷰에서 그런 사례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도안 티 흐엉 베트남어 인터뷰 받아쓰기
(영상 6분 20초경부터 9분 20초경까지)
잘 안 들리는 부분, 확신이 없는 부분에는 [ ]괄호를 넣었다.
- 질문자:
Cái ngày 13(mười ba) tháng 2(hai) năm 2017(hai [ngàn] không trăm mười bảy) là cái ngày như thế nào đối với chị?
- 2017년 2월 13일은 당신('언니')에게 어떤 날입니까?
(질문자~통역사는 남부 억양이 있는 듯. Bảy의 성조라든가 'ngàn'에서 두드러진다. chị의 초성 파찰음이 거의 무기파열음에 가까운 것도 그렇고.)
- 도안 티 흐엉:
Ờ... cái ngày đấy thì [sẽ?] là một cái ngày mà... chị không thể quên được.
(아마도 là를 nà처럼 발음하는 북부 사투리가 쓰인 듯?)
그 날은 제가('언니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이하에서 chị는 그냥 '당신', '저'라고 자연스럽게 번역.
- 도안 티 흐엉:
Có điện cho chị thì...
저한테 전화가 와서...
Chị cũng không...
저도 안...
chị cũng nghe máy thì... (여기까지 진짜 알아듣기 힘들었다)
저도 전화기 소리를 듣고...
[bảo(bàn?)] là 'vâng' thì là
'네' 하니까,
Chị bảo là
(전화 주신 분이?) 말하길,
ờ, 'có cái anh này là mà công ty truyền thông của Hàn Quốc ấy(ế) muốn [khoe?] quay em là diễn viên ê,'
'어떤 (남자) 분이 한 분 계시는데, 한국 미디어 회사가 너를 배우로 촬영하고 싶다고 하거든?'
(발화실수로 비문이 나온 듯..? là가 filler로 쓰인 거거나)
이 문장 끝의 'ê'(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는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표현인 것 같은데,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quay 돌리다>촬영하다 (우리말 '켜다'와 비슷한 환유인 듯)
'thì em có muốn đến ờ... nói chuyện xem anh ấy [...?] nhẹ em? (ở nhà em이라고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làm không em?'
'가서 한번 그분하고 가볍게 이야기 나눠 볼래?' (라고 말했어요.)
저속재생으로 들으니까 có muốn đến의 có muốn에서는 pitch 상승이 거의 없는 듯. 평성처럼 들린다.
[tên anh...? 죽어도 안 들린다ㅜ] là lần đầu tiên anh này giới thiệu ấy thì anh ấy cũng nói bằng tiếng Việt.
(그분 이름은...?) 처음 이분이 소개를 할 때는요, 이분도 베트남어를 하셨어요.
Anh ấy nói là anh ấy tên là Mr. Y (mít tơr uay)
그분은 자기 이름이 Mr. Y라고 하셨어요.
Anh ấy muốn
그분은 ~~ 하고 싶어했어요.
[với ờ... vừa... đi ờ... chung cư kiểu nhà ?????]
(집 스타일의 아파트에... 같이 가다???? 도저히 모르겠다. SBS 자막에서도 무시된 것 같다?)
đi quay cái video(viđio) hài
유머 비디오를 촬영하러 가(고 싶어했어요)
(처음엔 video hay인 줄 알고 '왜 hay가 hày로 들리지...??? hày는 사전에 없는 듯...'라고 썼었다.ㅋㅋ...)
quay... (như(? video?) là... tức(tứng?) là... 잘 안 들리지만 filler인 듯)
... 별 의미 없는 부분 같다. filler들인 듯.
từ cái lúc mà... ờ... anh lại [bảo] là đi quay ấy?
그분이 촬영을 하러 가자고 하셨을 때부터,
thì là... mình cũng ơ... chắc là bảy tám lần ấy.
한 7~8번 촬영한 것 같아요. (filler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parsing을 못 하겠다.... 영상이 좀 편집이 된 건 아니겠지...?)
thì... kiểu như là... [chon?] hôn bất ngờ từ... từ phía sau ấy
뒤에서 갑자기 키스하기 같은 스타일로요.
vừa xem người ta thấy cái... cái... cái... cái biểu cảm ngớ [ngớ??]
사람들이 놀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보고요 (biểu cảm이 여기서 그런 의미가 맞는지 모르겠다.)
có cái người mà... [không...] bất ngờ ấy? đó.
(안?) 놀라는 사람이 있고요? (...?)
Thì cũng vậy.
뭐 그런 거예요.(?)
Thì là cũng [tổ sáu??] nên tay chị
SBS 자막은 '그때도 오일을 제 손에 뿌렸어요'라고 나오는데... tổ sáu?처럼 들리는 부분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tay chị로 추정되는 부분도 tay의 뒷부분에 약간 n같은 비음이 들려서 의아하다.
ờ... lúc thì ờ... nước cam, lúc thì ờ... ờ... Johnson Baby, lúc thì ờ... kiểu như cái gì...
어느 때는 오렌지 주스, 어느 때는 존슨베이비, 어느 때는 뭐 그런 거...
(우리말 구어에서는 '어쩔 때는'이라는 표현이 제일 빈번한 것 같다.)
Nhưng mà anh đấy bảo là a... nếu vậy thì cái hiệu... hiệu ứng gây cười, nó sẽ ờ... mạnh hơn ế? kiểu là...
그치만 그 사람은 이렇게 하면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더 강할 거라고 했어요.
김정남 암살 약 2시간 전
Chị không nhớ là tầm... hơn tám giờ, hơn tám giờ thì phải.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여덟 시 좀 넘어서 정도? 여덟 시 좀 넘어서 정도일 거예요.
thì ờ... anh... anh đấy cũng ờ... đưa chị ra cái chỗ ờ... check-in ấy?
그 사람이 저를 체크인하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chỗ 끝에도... 왜 비음이 들릴까. 처음엔 xuống으로 잘못 들었었다.)
(쯧 흡착음) anh ấy bảo là... ờ... [tí là tím...?? 모르겠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bảo 끝에도 비음이 들린다. 그래서 bàn인 줄... 그냥 이 사람 말버릇인가?)
"Em đứng ở đây. còn ờ... bạn kia thì... sẽ đi từ hướng kia ấy?"
"도안 티 흐엉 씨('동생'뜻으로도 쓰는 2인칭 대명사 em)는 여기 서 있으세요. 저 분('동무'~'친구')은 저쪽에서 갈/올 거예요"
베트남어의 đi는 직시 중심(이를테면 화자 위치)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모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라서, 맥락에 따라 '가다'도 되고 '오다'도 될 듯.
"Làm cái Funny video này thì [gì?] đó thì em à... em chuẩn bị em làm với ơ... sẽ có diễn viên nam đến, khi nào đến thì anh sẽ chỉ cho em vậy thôi."
"Funny video를 만들 거니까, 흐엉 씨는... 같이 할 준비... 남자 연기자가 올 거니까 (같이 할 준비 하세요), (남자 연기자가) 도착하면 제가 신호를 줄게요. 그러면 돼요(?)" (라고 말했어요.)
- 질문자:
Vậy, sau(xong?) cái ngày hôm đó là Mr. Y có nói gì thêm với chị không?
그러면 그 날 이후에 Mr. Y가 흐엉 씨에게 무슨 말을 더 한 게 있나요?
- 도안 티 흐엉:
Sau [ngày hôm đó?] không có liên lạc gì.
그 날 이후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어요.
끝!
겨우 3분 남짓한 영상인데 다 받아적으려고 마음먹으니 너무 오래 걸리고, 어떻게 해도 안 들리는 부분도 많다.
그래도 다 해 놓고 보니 잘 들은 부분도 꽤 있는 것 같고 나름대로 뿌듯하다.
도안 티 흐엉은 베트남 북부 남딘성이 고향이라고 하고 위 영상에서는 실제로 일관되게 북부 억양을 사용하는데,
아래 뉴스 영상에서는 여러 군데에서 남부 억양이 들린다(hạnh phúc, mình, gia đình, quan tâm 등).
동일 인물이 맞긴 맞겠지?ㅋㅋ
https://youtu.be/hAPXZEzw0jg?si=JhAqy2ZSjPz0H8Dr
어떤 것이든 댓글을 환영합니다. 오류를 교정해 주시면 특히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