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역주행하는 추억의 노래 러브홀릭의 '그대만 있다면'
무려 06년도에 발매된 러브홀릭의 노래 '그대만 있다면'에 빠져버렸다. 첫 소절을 듣자마자 '어, 이 노래 뭐지?'하며 제목을 검색해봤다. 작년 말에 너드커넥션이 영화 "여름날 우리"에서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탓인지 알고리즘을 타고 내게도 들려온 듯했다. 앨범 표지마저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노래 분위기와 어울리는 몽환적이면서도 그리운듯한 느낌의 앨범이다.
가사를 음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확히는 멜로디가 꽂히면 그 노래를 주구장창 듣는다. 가사가 너무 외설적이거나 솔직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멜로디만 좋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게 음악의 매력이니까. 그러다 가끔 특정 상황에 맞아 떨어져 가사도 함께 가슴에 꽂힐 때가 있다. 최근에 빠져버린 이 노래처럼.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세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세상의 모든 걸 잃어도 난 좋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본가가 버스로 2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가까울수록 자주가지 않는 법칙에 따라 정말 오랜만에 본가에 갔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음식을 싸주는 엄마를 보자니 눈물이 찔끔. 정해진 일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고 사는 딸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큰데, 그래도 딸이라고 한 보따리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엄마의 흰 머리에 나의 부끄러움이 담겨있었다.
무거워진 가방을 멘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찮게 이 노래가 나왔다. 그대만 있다면 난 괜찮다고. 제발 떠나가지 말아달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원이 담겨있는 노랫말이었다. 아마 러브홀릭은 연인에게 전하는 말이었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엄마에게 꼭 하고싶은 말들인 기분이었다.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언젠가는 헤어져야 되는 걸 알기에 미리 전하는 말들. 엄마의 늘어가는 흰 머리와 주름을 보니 불가피한 이별을 떠올리게 되서 이 노래 가사가 더 애절하게 들렸나보다.
최근에 '너드커넥션'이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한 곡이 화제다. 대만 로맨스 영화 '여름날 우리'의 ost인데, 러브홀릭이 부른 것과는 다른 맛이있다. 두 버전 다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세상에 그대만 있다면 다 괜찮다고 말하는 이 노래가 연인을, 부모를,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서 제발 떠나가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마음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올 수밖에 없는 이별의 시간 전에 유일하게 전할 수 있는 말일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