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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보라 Oct 31. 2024

피로는 수면성, 스트레스는 잡식성

잘 자고 잘 먹자

잠만 잘 자도, 똥만 잘 싸도 칭찬받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깨달았다. 잠을 잘 자야 잘 논다. 잠을 잘 자야 덜 아프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면 부모가 병원 갈 일도 줄고, 일상이 순탄하다. 그래서 아이가 잘 자면 부모도 잘 잘 수 있다. 잠만 잘 자도 칭찬이 절로 나온다. 아이가 짜증을 부리면 자꾸 재우려는 것도 어쩌면 피로가 숙면에 녹아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피로는 수면성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트레스는 잡식성이다. 아이가 짜증을 내면 일단 뭐라도 먹인다. 간식이든, 밥이든 먹을 것을 손에 쥐어주고 나면 짜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성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다달이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짜증이 날 때는 내가 최근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체크해 보라는 조언이 있었다. 밥은 먹었는지, 치킨은 먹었는지, 연어는 먹었는지, 소고기는 먹었는지, 삼겹살도 먹었는지. 그리고 이걸 다 먹었다면 '부러운 사람'이라는 거다. 필시 스트레스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잡식성'인 나는 확신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는 뭐라도 먹어야 한다. 내 안의 '화'는 맛있는 음식에 녹는다.


조선대 낮잠대회 (2024. 10. 30)/ 연합뉴스


어제(30) 조선대학교에서 누가 누가 더 잘 자는지를 겨루는 낮잠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이 이렇게라도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라는 취지라고 한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예뻤다. 다들 잘 자고 있다고, 칭찬 감옥에 가둬놓고 반나절은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선배의 마음이 그렇고 부모의 마음으로 봐도 그렇다. 잘 자야 새로운 하루를 위한 동력이 생긴다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까, 이렇게라도 자는 젊은이들을 온 맘으로 응원해주고 싶었다.


나이 들수록 숙면이 어렵다. 어쩌다 개운하게 잔 날도 있지만, 어린 시절처럼 칭찬을 받지는 않는다. 어느새 잠은 현대인이 넘어야 할 산이 되고 말았다. 학업, 연애, 결혼, 출산, 육아, 질병, 부동산, 주식, 사업 등등 저마다 안고 있는 고민과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다. 책임감을 베개로 베고, 고민을 이불처럼 덮는다. 잠이 잘 올 턱이 있나.


잠만 잘 자도 하루를 버틸 여력이 생긴다. 오늘 고된 하루를 보냈다면 잠시 짐은 내려놓고 하루종일 무엇을 먹었나 체크한 다음 근접 거리에 있는 간식을 수혈한 후 잠자리에 들어라. 여유가 된다면 따뜻한 물을 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물이 숙면을 도울 것이다. 오늘보다는 더 나을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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