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다운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여성스러운 여자를 좋아한다. 이와 반대로,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거나 여자가 여성스럽지 못하면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타고난 소수를 제외하면,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은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아무 때나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의 일생에서 아주 가끔 우연하게 기회의 문이 열릴 때가 있다.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할 때 가장 남자다워진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전에 없던 에너지가 분출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육체적 수고를 기꺼이 감수한다. 여자의 단점이나 실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백화점이나 고급 식당에서도 호기롭게 지갑을 열어젖힌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일생에서 가장 여성스럽게 변신한다. 얼굴에는 복사꽃 생기가 돌고 몸가짐과 행동이 조신해진다. 말투는 평소와 다르게 부드럽고 나긋하게 바뀐다.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이해심 많은 착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기간은 그렇게 길지가 않다. 기껏해야 연예와 밀월의 짧은 얼마간이다. 달콤했던 순간이 지나가면 쓰디쓴 현실이 길게 이어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지고 볶다 보면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은 닳고 해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때부터 다툼이 빈번해지기 시작한다. 사소한 의견차이가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고 남편이 남자로 보이지 않으면 다툼 후 회복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위험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아내가 여자로, 남편이 남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부족분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갈등을 희석시켜 줄 완충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이 퇴색해진 것에 대해서는 아내와 남편 모두 할 말이 많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팔자 좋은 소리 하냐고, 누구는 꾸밀 줄 몰라서 안 꾸미냐고. 쫌생이 소리를 듣는 남편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남자답고 여성스럽다고 해서 원만한 부부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편이 아내를 여자로, 아내가 남편을 남자로 봐준다면 불만이 억제되고 갈등이 완화되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남녀 모두 50대에 접어들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변화를 극도로 싫어한다.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결정적으로 노화가 찾아온다. 각종 질병과 호르몬 분비 변화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무자비하게 빼앗아버린다.
어설프게 상남자인 척, 섹시한 척 젊음을 흉내 내다가는 의심을 받거나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이 나이에 무슨.. 그냥 있는 대로, 생긴 대로 사는 게 속 편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꽤 긴 시간이 남아 있다. 남자답지 않은 남자와 여성스럽지 않은 여자에게는 아까운 시간이다. 잃어버린 성(性)을 되찾으려는 것은 비단 배우자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나의 존재, 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거창하게 뭔가를 새롭게 시도할 필요는 없다. 사회 통념이 요구하는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의 기준에 얽매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저 일상에서 하나씩 고치고 바꿔 보는 것이다. 내 아내의 눈에 남자답고, 내 남편의 눈에 여성스러우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먼저, 남자든 여자든 나이를 먹으면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말수가 지나치게 적어도 문제지만,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고 신뢰도가 떨어져 보인다. 남편이든 아내든 잔소리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말투에 유머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신세한탄이나 불평불만은 스스로를 볼품없고 초라한 인간으로 만들 뿐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외모다. 남자든 여자든 체중관리에 실패하면 건강과 미용 둘 다 잃게 된다. 특히, 배가 나오면 다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날씬한 몸매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신체나이까지 낮춰 준다. 비싸지 않아도 본인 스타일에 맞는 옷을 입으면 핏이 살아난다. 멋진 외모는 남자를 더 남자답게, 여자를 더 여성스럽게 만든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누가 봐도 멋져 보인다. 자기 관리나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늘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이 극단적이거나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외톨이가 되기 쉽다. 이러한 삶이 익숙하지 않다면, 습관이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해 보는 거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 멋있는 사람으로 변신해 갈 것이다.
잘 익은 사람에게는 남자다운 풍모가 느껴지고, 여성스러운 향기가 풍겨난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세월에 묻어온 낡은 흔적들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지워버릴 수 있다. 그 정도로는 자연의 섭리를 역행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다운 남편으로, 여성스러운 아내로 살아가는 것도 복 받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