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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Feb 22. 2024

의사 파업 시국을 보며

의사 파업 사태를 보며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의사들의 입장은 무엇이길래 국민의 위험을 담보로 싸우나? 의아했다. 뉴스를 챙겨보지 않는 편이라 세세히 내막을 알지 못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의사들에게 어떤 악영향이 있기에 이토록 극단적으로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말은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 의사들이 부족하다 한다. 의대생이 늘면 전체 의사가 느는 만큼 필수과 의사들도 늘어날 거란 이야기가 정부 측 이야기다.

이에 맞서는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수는 충분하며 의료수가를 올려주면 필수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의사들이 제 배만 배불리려 한다고 의사들에 대해 비난을 쏟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가?
국민이 의사들을 믿지 못하면 위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의사들이 국민에게 등 돌린다면 그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배운 것들은 무슨 쓸모가 있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한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코로나 시기 가장 필요하지만 어렵고 힘든 곳에 먼저 달려가 애쓰던 의료진을 향해 감사하다, 존경한다며 '덕분에' 캠페인도 이어가더니 왜 이젠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고 있을까? 그때 그곳엔 전공의들은 없었던 걸까?



의료현장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인턴의사들을 보면 씻거나 자는 일도 어렵고 생활을 혹사하면서 일에 매여있다. 게다가 몇몇 과는 늘 인원이 부족해서 더 과중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 단순한 생각으로 의사 인원이 늘면 고통이 분화되지 않을까 싶어 정부의 개혁안이 뭐가 문제인가 싶다. 물론 일부 지역 의사들은 개원을 해도 많지 않은 환자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환자를 더 받으려 혼자 24시간 응급센터를 운영하다 건강이 나빠져 폐원 후 택시기사 등으로 직업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극단적인 차이는 무엇에서 왔을까? 도시와 군소도시의 차이인가?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아 의사들의 주장을 세밀하게는 모르겠다.
OECD국가들 중 대한민국처럼 쉽고 빠르게 의사를 만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충분한가? 인구당 비율로 보면 의사수가 적지만 국민 1인당 외래진료수를 보면 OECD국가들의 2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또한 한국의 기대수명이 높고 각종 사망률은 낮다. 게다가 인구는 극심한 감소세이지만 필수과인 산부인과, 소아과 전문의 수는 세계 9위라 한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들이 충분히 많으니 더 이상 의사수를 늘리지 말라 한다.


요즘 소아과들이 줄어 옆 지역으로 찾아다니고 병동들에 수술이 밀려 지연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하나?
필수과는 생명을 다루는 과인만큼 의료사고와 분쟁의 리스크가 크다. 그런데 의료수가는 그만큼 떨어지니 기피과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당 면허를 가진 사람들도 어려움에 떠나는 실정이니 의료수가를 높이면 기피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 의사를 늘리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 한다.
의사수는 최저일지 몰라도 의료 수준은 높으니 문제가 없다는 뜻인 듯하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치료 편의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그만큼 짧은 진료시간과 의사들의 생활을 갈아 넣은 상황이라는 생각도 든다. 1인당 외래진료가 많은 까닭도 가벼운 병이라도 약을 사려면 병원에 가야 하는 탓이 아닌가 싶다. 의약분업 전보다 국민들의 개인부담이 커졌음에도 건강보험 덕분에 진료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외래진료수가 급증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간단한 진료 횟수가 많다고 긴급한 필요들이 모두 쉽게 처리된다고 할 수 있을까?대학병원에서는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간 대기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의사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등 진료보조인원(PA)을 2만명 가까이 쓰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충분한 실정이었으면 2/3 이상이 사직하는 상황에도 나머지 의사들이 조금만 더 애쓰고, 위급하지 않은 진료들을 조금 미룸으로 큰 어려움 없이 흘러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미 충분한 숫자라는 전공의들이 필수과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수가를 올리라는 외에 좀 더 구조적인 대안을 제안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니면 그들의 소리가 차단되는 건가?)


도서지역에서 개업의들의 개인 병원 운영상황이 안 좋은 게 문제라면 일반의사를 더 배출하는 대신 공무원으로 공공의들을 배치한다면 운영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충분한 개인 병상 대비 공공병상이 부족한 부분을 조금 더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의의 수입이 너무 낮지 않은 수준에서 보전해 주고 개인병원에서 만행하는 비급여를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개원의와의 과도한 수입차를 줄여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제도적으로 의사들의 의료사고에 대한 관리, 감찰 담당부서도 지원하면서 말이다.


언론을 살펴보니 3 주체가 너무도 소통이 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주장을 줄곧 정부에 전했다지만 국민들에게 의료수가증가에 대한 필요성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한다. 정부는 의료현장의 현실에 대해 함께 소통하는 대신 단순한 논리와 하라면 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의사들의 공분을 샀다.



각 주체들이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며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각자 서로의 말에 더 흥분하며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는 중이다. 국민은 이미 돈을 많이 벌면서 더 많은 수입을 원한다며 의사들을 탐욕가로 몰아붙이고, 정부는 지금껏 9차례 파업으로 환자를 볼모 삼아 자신의 잇속을 챙겨 온 의사들이라 비판한다. 필수과 의사들은 공부를 못해서 돈 되는 과에 못 가고 밀려난 의사들이냐며 정부의 낙수효과 표현에 분노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 도서지역의 국민들은 수준이 안 되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고 의료상황을 이해할 지식이 없다는 무시발언도 서슴없다. 부당한 장사꾼으로 몰리는데 더 하고 싶겠냐고 누가 아프라고 했냐며 환자를 책임질 필요가 의사에게 없다 외치는 이 시점에 조금 더 자중하며 감정대립을 멈춰야 한다 말하고 싶다.


억지 같지만 감히 비교하자면 교사들은 교권이 무너지고 생존권마저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보육, 교육을 지키려 애썼고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함께 교사들의 시위에 힘을 보태려 했다. 구조적 개혁이 있어야 살 수 있다며 시위현장에서 눈물로 절절히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사들은 당장은 자신들을 지켜야 할 때라며 급한 환자들을 뒤로 한 채 나서면서도, 웃음기 머금은 표정으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시민의 공분을 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라면 최소한의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작금의 반응은 이권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이 내 것이니 나를 불편하게 하면 네게 나눠줄 수 없다는 아전인수적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생명을 경시하는 게 아니라면서 아무 대책 없이 사직하는 게 맞는가?

아니면 의사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언론의 문제인가?

모두에게 억울한 지점이 있다. 곡해받으며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조금씩은 양보를 해야 한다.

익명게시판에 한 바이탈과 의사의 익명글이 올라왔다. 본인도 2020년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파업을 찬성했으나 현재 의료 현장의 위기를 보며 파업에 반대한다는 글이다. 반대 의견을 말하면 배척당하는 상황이라 거스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 파업은 초강경파 10%의 주도하에, 강경파 30%, 단순 찬성파 30%, 일을 쉬고 싶어 하는 30%가 따라가는 중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제발 감정은 잠시 뒤로 한 채 귀를 열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자. 이유가 있겠지. 분명하고 건설적인 이유라면 들어볼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
상생하기 위해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함께 대화하며 진지한 논의와 방안제시의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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