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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자의 글쓰기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인생성장에 대한 이야기

이 글은 나의 글쓰기 작업에 대한 출사표이다.  


인생의 후반전을 뛰고 있다고 느꼈을 때 생각하게 된 것 중의 하나가 '글쓰기'이다. 나보다 뒤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사람들(업계의 후배들이나 딸아이)을 위해서 나의 경험과 공부를 모아서 전해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서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글쓰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았고 메모장에 써보고 싶은 주제를 나열해 보거나 가끔 생각나는 중요한 내용과 문장을 그저 모아 놓기만 할 뿐이었다.


옛날 선비들에겐 좋은 붓이 있었지만 현대의 작가는 키보드를 이용한다. 지금까지 가성비 키보드가 제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나는, 글을 본격적으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상당히 고가인 키보드를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일종의 글쓰기 개시에 대한 의식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우연히 발견한 유연하게 쭉 하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유성펜을 만났을 때의 느낌처럼, 거슬리지 않는 적당한 소음과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은 키판의 타격감은 자음과 모음을 층층이 쌓아 올리며 그 위에 내 기분도 함께 올려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 편의 글이라는 집이 딛고 있는 터가 어색했다. 스스로를 내려놓고 스스로에 빠져들어 글을 쓸만한 적절한 종이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차곡차곡 모아 나중에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해왔는데, N사의 블로그는 광고나 신변잡기를 다루는 것 같아 집중이 되지 않았고 나의 주제를 담기에는 가벼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색한 끝에 브런치를 발견했고 나의 글들을 차곡차곡 담아보려고 한다.


"글을 써보자."


주제 1. 신약개발 매뉴얼 (합성신약 분야)

현재 40대 중후반. 국내 대기업 연구원이고 전문분야는 항암제 신약개발이다. 1994년 서울 모 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했고 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석사 졸업 후 병역특례로 한미약품에 입사하여 제약업 연구직에 입문하게 되었고 20여 년간 신약개발과 관련한 많은 경험을 쌓아 왔다. 국내 제약 연구/개발 분야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박사과정 전후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그동안 이루어왔던 성과나 부딪혀왔던 경험에 있어 다른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기에 스스로를 '신약개발 전문가'라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개론서와 같이 단순히 이론적인 내용을 열거하기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닦쳤던 문제들, 앞으로의 먹거리를 위해 공부하고 정리했던 주제들, 후배 연구원들에게 받았던 질문과 조언들, 의사결정을 위한 문제정의와 해결방안 모색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들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


주제 2. 제약.바이오 기술과 기업에 대한 이해와 분석

다니던 회사의 만류와 제안을 뒤로하고 박사과정 '학생'의 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래 준비를 위해 월급과 바꾼, 개인적으로는 아주 큰 기회비용이었기에 일분일초가 소중했고 매일매일 모든 순간의 시간을 지식과 경험으로 온전하게 채우고자 애썼다. 이후 해외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통해 최신 동향까지 확인한 후에 회사로 복귀했다. 하지만 당시 회사는 큰 계약을 앞에 두고 있었고 눈앞의 결과들만이 중요했기에, 미래를 준비하자는 나의 목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나를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나름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 비록 투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연구/개발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업무 경험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과 기업에 대한 이해와 분석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주제 3. 인생성장에 대한 이야기

직장과 사회에서 생활을 시작한 후로 지난 20여 년간 '성장'이라는 화두로 치열하게 고민하여 살아왔다.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현재와 맞닿아 있는 분야를 몸으로 부딪혀 넓히려고 했고, 지식과 생각의 깊이를 추구하여 지혜를 발견하고자 했으며, 진로와 사람에 대해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중심과 혜안을 얻고 싶었다. 그리고, 나이 마흔에 딸아이를 얻었다. 삶에 대한 중심과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딸아이의 성장하는 현재까지의 모습과 앞으로 성장하게 될 저 넘어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내가 겪어왔던 경험과 그 속에서의 생각과 배움을 담고 있는 나의 글들이, 또다른 내가 겪어야 할 삶의 여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조그만 기쁨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람으로 글들을 남겨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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