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학이 재미없다. 여기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지 않은 것이 탄로 나는 것인가. 수능 지문 읽듯이 읽힌다. 현대문학은 공감도 하면서 흥미롭게 읽는데 고전문학은 글자로만, 이 책이 가진 의의만 떠오른다. 서사가 나를 장악하지 못한다. 나도 내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최근에 읽은 책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책을 읽는 과정은 내 배경지식과 상상력 등을 총 동원해서 한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가 고전 문학을 읽기엔 배경지식과 상상력이 부족한가? 먼저 배경지식이 부족한 건 맞다. 서양사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 서양사라 하면 대부분 유럽의 역사일 텐데, 여행도 미국에만 다녀왔고, 대학에서 수강한 수업도 미국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상상력. 아는 게 없으니까 상상하기도 힘들다. 영화도, 드라마도 현대의 자본주의 영화만 많이 봐서 잘 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다. 재밌어지기 위해서 지금 멈추지 않고 더 봐야 할 텐데 흥미가 안 생기니 은근 악순환이다.
친구가 이야기하길 나는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학은 먼저 저자가 말하는 대로 따라가야 해서 내가 어려워하는 것 같단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듣고 책 속의 인물들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책 속의 인물들의 관계보다 나와 책의 관계가 더 중요한 사람이다. 초반에 그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내가 그 속에 존재할 수 없으면 건널 수 없는 강을 두고 책을 읽게 된다. 저자가 어떤 말을 하든 이건 글자고 나는 독자구나.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현대 문학은 동시대의 이야기니까 좀 더 잘 빨려 들어가는 데에 비해 고전 문학에는 쉽게 빨려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게 장편일 경우 더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나를 좀 잠재우고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전 문학을 더 읽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