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슷 May 13. 2024

[쓰밤발오48] 오늘까지만 이따위로 살자

책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를 읽고 

나는 겁쟁이 쫄보다. 모르고 있던 사실이 아닌데도 놀라울 정도로 겁이 많다. 새롭게 알게 된 건 그 겁이 내 발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는 거다. 백수기간 동안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가 겁이 많아서였다. 뭘 하려고 해도 불안하고, 무섭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결과를 극단적으로 성공, 실패로 나눠두고 벌벌 떨었다. 웃긴 건 성공도 무서워했다는 것. 앞으로 펼쳐질 어떤 장면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 결말의 장면을 보고 싶어 했다. 어리석었다. 


마음이 복잡해져 브런치를 돌아다니다가 책을 발견했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퇴사하고 자신의 길을 찾는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와닿은 책은 없었다.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고 작가의 모범생 성향도 나와 잘 맞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좀 더 모순적이라는 점이랄까? 


나는 모범생기질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살기 싫어한다. 그냥 자아가 너무 강하다. 자아가 강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차라리 모범생이면 사회가 늘여놓은 보기 중에서 하나 선택하면서 살 텐데 또 그러지는 못한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으로 살겠다며, 혹시 이 생각도 사회가 주입한 생각일까?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렇다고 작가님의 동생처럼 대놓고 거스르지도 못한다. 아-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인간이야 저마다 본인의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지만 나로 살아야만 하는 입장에서 너무 답답한 점이다. 모순적이고, 용기 없는 똥줄쟁이 모범생인 나.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시작 자체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미래를 상상하다가 또 이런저런 잡생각이 휘몰아쳐서 결국 불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인 건 알았다. 책을 읽다 보니 불안에 빠지지 않을 때도 한 발짝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그저 용감하지 않은 겁쟁이라는 걸 문득 깨닫게 됐다. 퇴사를 하고 1년을 쉴 계획이 있었으면서 그 어느 것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차라리 새로운 도전이라도 해볼까 생각하다가도 결국 나는 불안에 빠지거나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그 두 가지만 선택했다. 눈 딱 감고 그냥 작은 것이라도 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핑계는 지금이랑 같다. 돈이었다. 아 도대체 돈이 뭔데!!!!!! 지금보다 많으면서!!!!! 


모범피 작가님은 여러 가지 도전을 했다. 글쓰기 학원을 다니고, 공모전에 응모도 하셨다. 나도 브런치에 도전을 하긴 했다. 문제는 남긴 글이 별로 없다는 거다. 브런치 도전이 작은 도전이라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려고 작가가 됐으면 글을 썼어야 했는데 이제야 쓰기 시작했다. 그 방황하던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건 맞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도 매일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맞을까 차라리 자소서 쓰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했던 탓이다. 그러면서 글을 못 쓰는데 어쩌지 하며 글 쓰는 방법만 찾아보고 정작 실천을 하지 않았다. 용기가 부족했다. 


생각만 많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기감정에 쉽게 매몰된다. 내가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무겁고 무서워서 감정 뒤에 숨어버렸다.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희망차지거나 지나치게 절망에 빠지는 날들이 많았다. 그럴수록 용기는 더 내기 힘들어진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밀어서 도착해 버린 벼랑 끝에 서있다. 어제 이야기한 것처럼 돈이 문제라면 그냥 돈부터 벌자.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자. 이제 와서 나는 퇴사 후 초기에는 돈이 지금보다 많았으니 이것저것 도전할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한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돈이 없다는 핑계는 댈 수 없다. 나한테 만큼은 솔직해지자. 정말 하고 싶다면 핑계가 없어졌으니 이제 그냥 해라. 2년간 방황한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외치는 당부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다행히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겁났던 내가 이제 48일째 매일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막상 해보니 진짜 별거 아니다. 가끔 내 지난 글들을 보며 창피할 때도 있지만, 아직 글을 잘 쓰기 위한 과정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줄도 안다. 돈이 없다는 핑계도 정말 가소롭다. 지금보다 돈이 더 있었을 때도 도전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잊지 말자. 뭐가 갖춰져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회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이 있음 하고, 핑계가 생겼으면 방법을 찾아 제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살면서 용감한 날도 많았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냥 하자. 나에게 간절히 부탁해 본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면, 아니 적어도 좋아하고 싶다면 우선 몸을 좀 더 움직여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불안과 의심은 대부분 아직 충분히 시도해보지 않아서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일련의 시도를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은 고통이나 좌절을 느끼더라도 그걸 이겨내고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쓰밤발오47] 방향설정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