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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16. 2024

[쓰밤발오51] 열쩡 열쩡 열쩡

중학교 졸업식날 내 담임선생님은 우리 부모님을 만나고 인사하면서 "어머 어머님 얘는 정말 크게 될 거예요"라고 하셨다. 아직도 부모님은 그때 이야기를 하신다. 도대체 네가 무엇을 했기에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냐며 뿌듯해하신다. 학생 부모님이신데 나쁜 말 하실 수 없기도 하고 크게 될 야망도 없는 나는 멋쩍어서 매일 웃고 넘겼다. 


선생님이 저 말을 하신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내가 체육대회 종목인 피구를 목숨 걸고 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언제 가장 열정 있게 살았는지 묻는다면 중3 체육대회 준비라고 하겠다. 그저 피구우승이 하고 싶어서 반 친구들을 방과 후에 남겨서 같이 연습하고, 혼자 학원 빠져가면서 연습하던 때. 그 해에 처음으로 피구우승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감명 깊으셨는지, 관습적으로 학급임원에게 주어지는 협동상을 나에게 주셨다. 


"그래 나에게도 내 인생이 있었어. 내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처럼 그때 생각을 자주 한다. 퇴사를 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삶을 살아보자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피구 할 때만큼 열정적으로 살았던 적이 없었다. 그냥 매일 이 정도면 됐지 하면서 욕심을 버리는 편을 택했다. 어렸을 때는 무언가에 열정적인 내 모습이 왠지 창피해서 습관이 되었다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굳이 힘을 더 쏟을 필요가 있나 싶어 졌던 것 같다. 어느새 욕심을 버리면 삶이 편한데 '굳이'? 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금이라도 열정 불꽃을 키우기 위해 내가 지금하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도 열정을 쏟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매일 하는 스픽도 한 두 개 듣고서 이쯤 하면 됐지, 스페인어 듀어링고도 하나하고 이쯤 하면 됐지 하면서 루틴이 만들어진 것에서 만족하고 끝이 난다. 쓰밤발오도 좀 더 사유를 많이 하고 쓰면 될 텐데 매일 쓰는 글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일기 그 이상이 되지 않는다. 


마냥 열정을 쏟기엔 현실을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나? 아무것도 안 재보고 당장 달려들기엔 너무 겁쟁이라서 이러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안 죽는다고 스스로를 달래 봐도 결국 나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열정을 쏟지 않겠지?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니까. 결국 열정을 쏟는 것도 용기의 문제인 건가 싶어 상상 속의 내 이마에 주먹으로 살짝 쥐어박았다. 열정의 맛을 몰랐더라면 그냥 하던 대로 살았을 텐데 그냥 미친 척 확! 해보고 싶은 걸 해볼까도 싶다. 


용기 내는 거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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