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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낙 Sep 25. 2023

9.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마틴 맥도나 <이니셰린의 밴시, 2022>

파우릭은 여느 때처럼 절친인 친구인 콜름을 찾아 얘기를 걸지만 어쩐 일인지 콜름의 반응은 시원찮다. 그는 파우릭에게 더이상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다며 돌연 절교 선언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귀찮게 굴 때마다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버릴 것이라는 예고를 남긴다. 파우릭은 콜름을 쫓아다니며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묻지만 그저 더이상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만이 돌아온다. 파우릭이 말을 걸 때마다 콜름은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랐고, 모든 손가락을 그의 집 앞에 던져둔다. 실수로 그의 손가락을 먹은 자신의 당나귀가 죽어버리자, 파우릭은 콜름의 집에 불을 지르기로 결심한다. 


콜름은 음악가이다. 자신의 여생을 음악에 집중하고자 그는 파우릭과의 절교를 선언한다. 그가 작곡하던 곡의 제목은 "이니셰린의 밴시", 밴시는 아일랜드의 고전에 등장하는 요정으로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가까운 사람이 죽거나 해를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콜름이 연주하는 '이니셰린의 밴시'는 밴시 그 자체와 같다. 그의 음악을 끊는자는 언젠가는 해를 당한다. 그것이 설령 절친한 친구였을지라도. 파우릭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한 콜름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본인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린다. 그는 더이상 본인의 손으로 '이니셰린의 밴시'를 연주할 수 없다. 


파우릭은 본인의 당나귀를 죽인 콜름에게 복수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예고를 한다. 집에 불을 질렀지만 콜름 본인은 여전히 살아있다. 파우릭이 바란 것은 평화로운 일상이다. 친한 친구와 여전히 얘기를 나누며 여동생이 한 집에 있었던 과거의 순간이다. 그러나 여동생은 이미 떠났으며 친한 친구는 나를 혐오한다. 복수는 콜름이 불에 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주체를 잃어버린 혐오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부유한다. 온 마을이 불타고 본인이 무너져내릴 때까지 그들의 복수는 계속된다. 이니셰린에는 누구도 연주하지 못하는 장송곡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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