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주체
최근의 사회는 의복을 구매하기도, 마주하기도 무척이나 쉬운 사회이다.
수많은 SNS와 쇼핑몰들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자신만의 물건 취향이나, 자신만의 기준들을 그리고 추천 아이템을 보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이는 개인의 눈에 ‘예쁘다.’라고 인식된다면 구매를 한다.
더 나아가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라는 단어들이 사용되며 의복들이 추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필자는 이에 반대한다.
먼저 구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는 의복을 구매하는데에 있어, ‘굳이 남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전자기기나 운동용품 등 ‘기술’이 들어가 있는 무언가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전문가들이나 물건의 실사용자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의복은 ‘기술’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기술’이란 무엇을 행함에 있어 이로운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옷은 딱히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기술’을 제외한 채 자신만의 주관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
누군가의 추천 의복-브랜드나 매장 설명이 아닌 특정 의복-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자신의 고민이 없다고 해석하거나 의복을 찾아 나설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 해석한다.-물론 특정 ‘의복’에 관한 추천은 보지 않아도, 매장이나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보는 것이 좋다.-
의복이란 나를 대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주관으로 구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어떠한 특정 장르가 있어, 지식이 부족하여 해당 장르내에 설명을 구하는 정도라면 이는 타당하다.
하지만 특정 장르없이 ‘유행’이라는 것에 공장 찍어내듯 물건을 구매한다면 이는 차후 지갑이 아까워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주관을 확고히 하고, 확고해진 주관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매장을 찾아 나서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이것은 상당히 잘못된 말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의복을 ‘맞춤’으로 입지 않는 한, 자신을 위한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도 존재하기 힘들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특정 회사의 특정 모델의 구두가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라는 단어와 함께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필자도 이 구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구두와 브랜드를 욕할 수도 없다.
이것이 좋은 구두와 브랜드임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는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홍보가 되어서도 안된다.
그저, 좋은 브랜드의 좋은 구두이다.
관심이 없던 사람은 가격표만 보면 ‘근본템’, ‘끝판왕’, ‘근본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비싼 구두와 브랜드도 많으며, 구두의 쓰임새 자체가 전부 다르다.
앞서 말한 구두는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왜 신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구매할 구두는 아니다.
이것이 동반된 상태에서 구매하는 것이 맞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구두회사들은 각자의 라스트(구두골)을 가지고 있는데, 기성으로 나오는 각 브랜드의 라스트가 자신의 발에 전부 맞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용 목적에 맞고 발에 잘 맞는 구두를 구매하는 것이, 브랜드의 철학이 맞는 것을 구매하는 것이 자신에게 ‘근본템’이자 ‘끝판왕’이고 ‘근본 브랜드’이다.
혹자들은 또 ‘그 돈이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
자신의 이용 목적에도 맞지 않고 발에도 맞지 않는 것은 ‘그 돈이면’이라는 가정이 들어맞질 않는다.
이는 비단 예시로 든 구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에 통용되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좋은 가치를 얼만큼 이해하고 구매하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구매로 이어지려면 ‘경험’이 중요하다.
필자가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직도 난 부족하구나.’이다.
남성복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공부하고 많이 입고 또 글도 쓰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 오래된 전문가들이나, 경험을 많이 하여 지식이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 또다시 부족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경험이란 더욱 중요하다.
물론 이것이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자신답게 표현하는 것을 알아가는 이 길은 거울에 섰을 때 모든 피로를 씻어내준다.
결국 옷장에 담는 것인 의복이 아닌 나 자신이다.
자신을 구매하는 데에는 남이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해당 글과 잘 어울리는 필자가 좋아하는 하디 에이미스 경(Sir Hardy Amies)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무릇 남자란 옷을 똑똑하게 구입하고 섬세하게 갖춰 입었지만, 마치 이 모든 것을 잊은 것 처럼 보여야 한다.”
* 이 글 등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Annie Spratt
25SEP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