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청소년 자아정체성과 저널테라피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모든 시기 중 청소년기에 주목했다. 이 시기에 자기 존재에 대해 새로운 경험과 탐색이 시작된다.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자아정체성 확립이라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나?’에 대한 느낌을 확립하는 것이 자아정체성이다. 자신의 능력, 역할, 책임에 분명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에릭슨은 자아정체성의 특징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개인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지각할 때 갖게 되는 동일성 또는 동질성으로서의 자기를 의미한다. 주체적 자아와 객체적 자아에 대한 인식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아와 남이 생각하는 자아가 유사해야 한다. 주체적 자아가 지나치게 발달하면 자아도취적 태도를 지니게 되고, 객체적 자아가 지나치게 발달하면 다른 사람의 눈만을 의식한 나머지 자아를 상실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둘째,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어떤 역할로서 일관적인 자아상이다. 자아정체성이란 다른 사람도 자기를 개별성을 가진 존재로 보아 주는 나 자신만의 개성을 의미한다. 가령 ‘자녀’, ‘학생’, ‘친구’와 같은 역할로서 자신을 통합하는 자아의식을 자아정체성이라고 한다. 사회적 존재인 개인이 다양한 사회집단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따른 역할들 간에 통합된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셋째, 과거, 현재, 미래의 나 사이의 연속 의식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서 자기가 동일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뢰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일관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자아정체성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할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학업 성적, 적성, 취미, 가치관은 물론이고 가정환경과 대인관계까지 고려하며 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는다. 정체감의 형성은 전생애(全生涯)에 걸친 과제이지만 정체감의 문제는 청소년기에 위기를 맞게 된다. 만약 청소년기에 자아정체성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부정한 자아개념을 갖게 되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기에 저널테라피는 자기에 대해 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생각하는 자아성찰과 자신의 독특성을 자각하는 자아정체성에 도움이 된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달려오던 아이들이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저널테라피를 통해 자신의 성격·적성·흥미·가치관 등의 탐색이 시작되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확립한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경우도 있고,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이 향상되기도 한다. 다음은 저널테라피를 경험한 아이들의 느낌이다.
◦과거부터 시작해서 현재, 미래까지, 그리고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나에 대한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쓰면서 새삼 잊고 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깨달은 점이 있다면, 역시 ‘나’는 ‘나’라는 것. 그러니까 앞으로 더 달려 나가야겠다. 세상을 향해서 난 자신 있으니깐.
◦나는 항상 무언가에 미쳐있지 않고 어중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널을 통해 어딘가에 미쳐있는 날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걸 하면서 알게 된 건 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고 뭘 해야 되는지 뭘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였어요.
◦나 자신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10분이란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믿음, 애정, 확신이 생길 수 있던 기회였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요새 애들이 자기 자신을 많이 안 좋아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나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있던 기회였다.
◦열등감이나 추락한 자신감을 자신에 대한 장점을 적으며 ‘맞다! 나도 이런 점이 있었지’하면서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8회기를 끝으로...움츠러들었던 나를 다시 웃게 했다. 이젠 스스로에게 ‘할 수 있어! 넌 될꺼야! 너니까 가능해!’이런 말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에 전생애(全生涯)의 중요한 관문인 청소년기가 더욱 소중하다. 우리 아이들이 이 청소년기를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저널테라피에 담았다. 미국 <Center for Journal Therapy>를 맡고 있는 애덤스는 저널테라피의 목적을 자기 자신과의 건강한 관계 촉진에 두고, 저널테라피를 개인적 성장과 자기 발견의 도구로 적용해 왔다. 저널테라피는 자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온 코미나스Kominars는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이 현관문 바깥으로 단 한 발짝 옮기지 않고서도 자기발견의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인생의 새로운 모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청소년들이 자아를 찾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알아갔으면 좋겠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저널테라피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은 진로구성이론과 유사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진로구성이론에서는 정체성으로부터 자기를 명확히 구별하여, 자기는 정체성보다 크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확립된 정체성은 변화되는 세상에서 정체성의 발달과 수정에 대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좀더 효율적이고 실행가능한 정체감을 구성해 감으로써 직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사비카스는 이 이론에서 삶의 과정 중 발생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진로를 재설정할 수 있는 ‘내러티브 정체성’을 강조하였다. ‘내러티브 정체성’을 통해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질서있게 정돈할 수 있다고 한다. ‘내러티브 정체성’은 자신의 언어로 구성되며 자신의 이야기를 연결하여 이루어진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저널테라피도 청소년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차려가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