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현장에서의 하루
오늘 현장은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 신축 현장이었다. 작업 내용은 깨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실어 나르는 것. 큰 것들은 들어 나르고, 작은 것들은 마대자루에 담아 나르는 것이다. 아파트 한 동 옥상 전체를 들어낸 것이라 양이 상당히 많았다. 사이에 철사가 박혀 있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오늘 작업 인원은 10명이었다. 옥상에서 나르는 조, 계단에서 옮기는 조, 리어카에 담아 엘리베이터로 나르고, 그것을 암롤에 옮기는 조로 나뉘어 작업을 했다. 나는 처음에 큰 조각을 옮기는 조에 속했다가 계단에서 나르는 일을 했다.
무게가 상당한 데다가 철사가 삐져나와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러하니 힘이 더 들었다. 지난가을 다친 손목이 아팠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남들과 똑같은 강도로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남들보다 편한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노가다' 판이다.
한참 힘들게 일하다 허리를 펴니 해가 뜨고 있었다. 2월이 가고 3월이 내일이지만 아직 해뜨기 전 아침 공기는 차다. 아직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일한다. 하지만 해가 뜨고 나면 기온이 한결 다르다. 우리는 잠시 담배 피우는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면 먼지를 많이 마시게 된다. 먼지는 거의 대부분 시멘트 가루이다. 마스크를 쓰지만 코로 시멘트 가루가 하얗게 쌓인다. 이것은 코 안의 습기를 만나 딱딱하게 굳는다. 손가락을 넣으면 코 안에 딱딱하게 굳은 코딱지가 가득하다. 한나절 일했는데도 시멘트 먼지는 벌써 굳어버린 것이다. 코를 풀면 시커먼 가루와 함께 피가 섞여 나온다. 코 점막에 달라붙은 딱딱해진 시멘트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심하면 코 안이 퉁퉁 부어 손을 댈 수도 없다.
'노가다'는 자신의 몸을 조각내어 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내 몸과 삶은 조금씩 단축되고 있다. 하루 받는 일당만큼 나는 내 건강과 수명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아깝다면 노가다를 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잘 알지만, 그리고 느끼지만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노가다 말고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하루의 일당이 필요하기에 미래를 위한 시간과 건강을 조각 내 팔고 있다. 이제 시간이 지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팔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밑천이 거덜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길면 5년, 아니 3년...
이렇게 하루를 일하고 오늘 내가 받은 돈은 131,000원이었다. 원래 145,000원인데, 용역회사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내 통장에 찍히는 돈은 131천 원이 된다. 이는 현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133천 원인 곳도 있고 129천 원인 곳도 있다. 점심을 주는 현장이 있고, 내가 사 먹어야 하는 현장이 있다. 오늘 현장은 점심을 사 먹는 곳이었다.
내일도 같은 현장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