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가 없다
'내일은 자리가 없습니다.'
용역 회사로 부터 온 문자 메시지였다.
막노동이란 하루하루 일거리를 부탁하고 용역회사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연결하여 이루어진다. 용역회사는 이 과정에서 하루 일당의 10%의 수수료를 챙긴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하려는 자보다 일 할 사람을 찾는 자리가 적어진 것이다. '노가다'를 시작 후 1년 가까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가 얼어붙었고, 일자리가 줄어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이마저 자리를 얻기 쉽지 않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부자가 되려는 의지도 없었고, 부자 되는 방법도 몰랐다. 미래에는 꽃길이 펼쳐진 아름다운 시간이 나를 기다릴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허황된 상상만 하며 살았던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깨달았을 때에는 가진 것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이룰 수 있는 시간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후회와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남은 내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한다. 그리고 재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왜 나는 가난한가에 대한.
무엇보다 나는 부자가 되려는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부자를 혐오해 왔다. 이것은 잘못된 교육의 탓이 크다. '돈은 나쁜 것' '부자는 나쁜 사람' '돈을 추구하는 이는 속물'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청빈' '무소유' '서민'에 더 가치를 두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현실에서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내 무의식은 이를 거부하였던 것이다. 이 잘못된 무의식은 거대한 빙산을 이루 내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았고, 내 삶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로 작용하여 왔다. 이런 교육 속에서도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그러하지 못했다.
부자가 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부자 되는 방법을 몰랐다. 돈을 많이 벌면 부자가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결코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지키고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이 담길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나는 큰 수익을 만들기만 하면 부자가 되리라 믿었다. 부자가 되려면, 수입의 크기 얼마이든지 일정액을 모아야 했다. 월급이든 마진이든 수입으로부터 일정액을 떼어 개미처럼 쌓아야 했는데, 나는 미래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오늘의 수입을 모조리 소비하고 말았다. 그래서 미래에 더 많은 수입이 생겨도 다 써버리는 잘못을 반복한 것이다. 수입이 크면 부자가 될 것이란 잘못된 믿음에서 온 실수였다.
많이 벌고, 잘 지킨다고 부자가 되지는 못한다. 하나다 더 남았다. 그것을 키우는 능력이다. 월급만으로, 또 일정액을 떼어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럭저럭 살아갈 수만 있을 뿐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모은 것을 키우는 행위가 필요하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정리하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하루 살았을 뿐이다. 어제를 분석하고,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양파 자루에 모래를 담는 것과 같았다. 가진 것이 양파자루라면 그것을 꿰매고 메꾸어 모래를 담으려 했어야 했는데, 그저 모래만 퍼부으면서 부자가 되려고 했으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분석한 나의 단점을 극복하고 부자가 되기로 했다. 부자가 되어 그것을 누릴 시간은 없다. 그러하기에는 나는 많이 늙었다. 그럼에도 부자가 될 것이다. 이것이 내게 남은 마지막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