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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31. 2022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칼립소>를 감상하고

영감을 주었던 작품을 바탕으로

 우연히 두산갤러리 근처를 지나가다 즉흥적으로 이 전시를 보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나갈 땐 마음이 한껏 풍성해졌다.


 두산갤러리의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 전시 <칼립소>는 2022년 8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최하는 박유진, 최선주, 홍예지의 공동 기획 전시이다. 전시의 설명 글을 인용하자면 칼립소는 '은폐하다', '덮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립토'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장막을 의미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진리를 감추는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전시 <칼립소>는 진리를 말하는 대신 '은폐', '장막'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택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인물을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sink> (2022), 문소현



<sink> 존재하는 공간의 조각들을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공간으로 변형했다. 작가는 실제 두산아트센터를 촬영했고  소스를 활용해 변형된 공간을 보여줬다.  역시 작품을 처음 보았을  비교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간인 비상구나 창고, 지하계단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가는 평소에 주목하지 않는 공간을 전면에 드러내며 공간의 위계를 뒤집고자 했다고 한다. 작품을 멀리서 보면 한 개의 소실점으로 시선이 향하는데 그곳에 존재하는 그림자가 마치 나의 그림자 같이 여겨진다. 나의 존재가 작품에 투영되는 느낌이 나와 작품이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으로 번졌다. 또 오랫동안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경계'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작품이다. 기준에 의해 나눠지는 '경계' 뜻하기도 하고 주의를 한다는 '경계하다' 뜻하기도 한다.



<현혹의 순간> (2022), 박예나



 독특한 설치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현혹의 순간>은 어디서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고 언제나 접속이 요구되는 와이파이를 소재로 한다. 난 실제 존재하지만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와이파이도 그런 특징을 가졌기에 궁금했다. 와이파이(Wi-Fi)는 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Wireless Fidelity)의 약자인데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하는 만큼 당연하게 여겼던 기술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보안 측면에서 굉장히 위험한 기술이다. 각종 사이버 공격에 이용당하기 쉬우며 획일화된 시스템이기에 보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혹의 순간>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불특정 다수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이게 하는 저 기술에 대해 나 역시 깊이 탐구해보고 싶어졌다.


 전시는 아쉽게도 8월 31일, 오늘부로 막을 내린다. 조금 더 전시를 일찍 보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글에 기록한 작품 말고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다. '칼립소'라는 전시의 주제가 관람자들이 쉽게 다가가긴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쉬이 되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줬던 전시 같아 감사하게 감상했다. 좋은 전시와 작품으로 영감을 주신 큐레이터님들, 작가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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