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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Jun 25. 2023

[인터뷰] 박존버와 매두벅의 가리봉 프리덤-모스플라이

장수막걸리를 사랑하는 감성 팝아티스트

모스플라이 작가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면서 실물작품 전시/판매와 NFT아트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물과 NFT를 모두 하지만 같은 그림을 실물 버전과 NFT버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둘을 분리해 다른 디자인으로 따로 제작합니다. 주로 자신과 주변의 일상 소재, 관심사를 팝아트로 만드는데 색감이 화려하고 환상적입니다. 

실물과 NFT 모두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데 NFT 작품 중에는 2D작품뿐만 아니라 간단한 모션이 들어간 작품도 있습니다. 모스플라이 작가는 철저히 기획하고 계산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떠오르는 것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때로는 이야기를 입혀 물 흘러가듯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박존버와 매두벅 씨는 바로 이 세계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들과 함께 떠나는 NFT 여행기 출발합니다.


최근 근황을 알려주세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올해 초부터 실크스크린 판화, 페인팅 등을 이용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실물 작업에 더 집중해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여러 단체전과 아트 페어 그리고 5월에는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첫 개인전 '메이드 인 가리봉 시티'

그리고 ‘Orange Hare’에서 선정한 한국의 팝 아티스트 8인 중 한 명으로 OPENSEA DROPS 카테고리에 소개되었습니다. 온, 오프라인으로 느낄 수 있는 반응들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작가님의 전공이나 이력을 알려주세요. 

보통 이더리움이나, 폴리곤, 클레이튼 등 보편적으로 많이 아는 네트워크기반에서 NFT 작가로 활동하시는 작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는 IOTA 네트워크 기반의 Soonaverse라는 플랫폼에서 처음 NFT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Portraits of Unknown People #18

이유는 슬프게도 제가 오랜 기간 물려있는 코인이 IOTA이기에 그림을 팔아서 손실을 메꿔보자는 야심을 가지고 그 플랫폼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신생 플랫폼이었기에 노출이 많이 되는 장점이 있었고 판매까지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더리움 쪽과 병행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Soonaverse의 작품 130여 점이 모두 판매되었고, NFT를 시작하게 해 준 애착이 있는 플랫폼이기에 지금도 다른 컬렉션을 론칭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가지 색으로 정의 하긴 힘들고, Vivid, Neon이 제 그림 전반에 느껴지는 톤이라 생각됩니다. 형광색은 실크스크린에 포인트마다 꼭 넣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형광색에 블루라이트를 비출 때 오는 다른 느낌을 매력을 좋아합니다.


예술 외에 다른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로나 이전에는 낚시, 클라이밍, 서핑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겼는데 코로나 시절 모든 야외 취미에 대한 동력을 잃은 듯합니다. 요즘엔 제가 잘 모르는 분야들의 이야기를 유튜브로 탐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지구, 양자역학,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보는데 이해는 어렵지만 흥미롭고 제 그림 속 스토리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Mothfly Crew Park johnber’s Spaceship


NFT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편집디자이너로 4년 정도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디자인을 하면서도 디자인보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퇴사 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그림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레퍼런스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로써 하는 그림은 제 스타일이 없다고 느꼈고, 브랜딩이나 그래픽디자인 일도 하고 있기에 일러스트레이터보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로 저를 설명해 왔습니다. 일을 하는 ‘나의 그림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림을 찾고 싶어 틈틈이 노트를 채워 왔습니다. 그 결과물들을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요소들을 추리고, 선을 다듬고, 색을 입혀 하나의 작업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림에 대한 욕구로 그림을 계속 그려온 것 같습니다. 이 작업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고민이 늘 있었고, NFT를 통해 큰 허들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제 첫 NFT 민팅은 ‘모르는 사람의 초상(Portraits of unknown people)’이라는 제목의 작품 4점이었습니다. 

Portraits of unknown people #1(오른쪽 위) #2(오른쪽 아래) #3(왼쪽 위) #4(왼쪽 아래)

아무런 인지도도 없었지만, 제가 IOTA라는 코인에 물려있던(현재 진행형..) 시기에 IOTA network기반의 순나버스(Soonaverse)라는 신생 플랫폼에 올린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마켓플레이스 메인에 많이 노출되어 판매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오픈씨 등 대세 플랫폼에서 시작했다면, ‘역시 이건 안 되는 거구나’ 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는 IOTA로만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이 느껴져서 Foundation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예술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아티스트를 알려주세요.

정말 많은 작가들을 좋아하지만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크레이크 마틴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주변에 있는 단순한 사물들을 깔끔한 라인으로 그렸을 뿐인데 정말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그 작품들이 작가에겐 큰 고민의 산물이겠지만, 결과물만 봤을 때 ‘너무 고민하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작품의 색감들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크레이그 마틴(출처: 갤러리현대)

저는 그림을 그릴 때 큰 기획이나 구상 없이 그려왔던 낙서들 속에서 맘에 드는 것들을 모티프로 작업합니다. 그들의 화풍과 작업 방법도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이 그리는 요소들을 선정하는 과정 또한 창조보단 ‘발견’이라고 생각하기에 제 작업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작품들을 통해 알리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그림들은 낙서에서 발견한 모티프를 가지고 작업했기에, 무의식에서 나온 저의 과거, 기호 등이 흩어져 존재합니다. 의식적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을 인지한 후부터 더 자주 그림 속에 등장시키곤 합니다. 캐릭터들 역시 언젠가부터 손에 익어 자주 그리며 탄생했는데 점차 애정이 생기면서 제 실제 성격의 일부를 캐릭터마다 분할해 투영하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 위에 제가 좋아하는 cliché(클리셰/상투적이고 흔한 주제, 요소, 묘사 등)들을 더했더니 자연스럽게 서사도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이 제가 그림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흩어 놓은 자화상’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계획 없이 그린 그림에서 자화상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림에 제 자신을 담고 은유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Jinli Friends by Mothfly


좋아하는 예술 장르나 NFT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팝아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는 예술이 좀 더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런 맥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제 그림이 어려운 개념 예술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창구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9년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Teatime’이라는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낙서 속에서 발견한 제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아 완성한 첫 작업입니다. 당시엔 이름도 없던 이들의 티타임이었지만 완성한 그림을 보며 상상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이름과 서사, 세계관이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같은 시리즈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Teatime

NFT아트 분야에서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큰 숙제는 누가 봐도 내 그림이라고 느껴지는 스타일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 숙제는 어느 정도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봐도 ‘mothfly’의 그림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Mothfly Crew The Operater

제가 상상한 이야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하나씩 그리는 중입니다. 많은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쌓여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전체적인 이야기가 보이도록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 전체적인 IP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 다양한 아웃풋으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팬들과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그림 속 오브제로 좋아하는 술, 특히 장수 막걸리를 자주 그리다 보니 첫 개인전 때 장수막걸리의 후원으로 오프닝 파티를 장수 막걸리와 함께 진행했었습니다.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낮에 막걸리 마시면서 그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Happy new year!


사람들에게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 작가 그림은 너무 재미있어!’ 이 한 마디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Portraits of Unknown People #9
손님 : "이 파리들을 주문하진 않았는데요."
이마에 나방파리가 앉아 있는 식당 사장님 : "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공짜거든요."


자신의 예술관 혹은 자신의 예술을 정의해 본다면?

제 작업은 현실 도피성이 짙은 낙서에서 출발했습니다. 손이 가는 대로 그린 낙서에서 나온 그림들에서 나오는 나이브(naïve)함과 허술함이 제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얄팍한 어렵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고, 보는 사람들도 작가의 의도나 생각보다는 각자의 말초적 즐거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림을 감상하길 바랍니다.

Mothfly Crew - Take the earth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밥벌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밥벌이로 하는 모든 행위는 숭고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밥벌이를 클라이언트 없이 유희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으로 하게 된다면 정말 근사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래픽 디자이너 일과 작품 활동을 함께 병행하고 있지만, 본업 없이 작품 활동만으로 삶을 영위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Blocks × mothfly


사심 가득 감상기

‘나방파리(모스플라이)’는 손톱보다도 작은 날파리로 나풀나풀 날아다니며 딱히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느낌도 없습니다. 그저 손으로 휘휘 내저어 쫓아내는 하찮아 보이는 존재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미약한 존재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스플라이 작가의 실제 성격도 굉장히 소탈합니다. 꾸며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부끄러운 일면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꾸며봐야 어차피 알려질 건 다 알려진다는 듯 오히려 작품을 통해 유쾌하게 털어놓습니다. “이거 봐, 코인에 왕창 물려버렸다고! 하하!”라면서 말입니다. 

Madoobuck Never Die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오브제들 또한 작가와 대화해 보면 매우 잘 어울리는 소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가리봉 시티 피플(Garibong city people)이라는 작품에는 모스플라이 크루(Mothfly crew) 시리즈의 주연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가리봉 시티 피플'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가리봉동이었고, 자신의 성격들을 분할해 완성한 캐릭터들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었다고 합니다. 

Garibong city people

작품에 등장하는 모스플라이 크루(Mothfly crew) 캐릭터들은 작가의 정체성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코인에 물린 박존버(세눈박이 외계인), 낙천의 끝판왕 매두벅(토끼), 작가가 좋아하는 만화 'YAHOO'의 주인공 이름을 딴 신무학(해골), 소리 지르는 닭을 보고 창조한 캐릭터 수탁(닭)이 등장합니다. 

스스로도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가리봉이란 단어에 City를 넣어 새로운 바이브를 만들어냈는데 원색적인 색감과 레트로 감성이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이 작품 오른쪽 아래에는 작가의 상징인 Mothfly(나방파리)가 있는데 Mothfly crew가 등장하는 작품들에는 항상 나방파리가 등장하니 Mothfly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Portraits of Unknown People #12

장수막걸리, 고양이, 우주선 역시 작가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일상 소재들입니다. 특히 작품들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의 이름은 ‘구공탄‘으로 작가와 함께 거주 중입니다. 서울 ‘구로’ 근처에 살고 있어 ‘구로 구’씨입니다. 작가의 성격이 굉장히 소탈하고 유쾌한데 그래서인지 그를 아는 작가들과 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장수 막걸리의 협찬을 받아 첫 전시회를 할 때는 십년도 넘은 군대 선임들까지 찾아와 자리를 꽉 채워줄 정도였습니다. 

Mothfly Crew Un lucky day

작가는 손이 가는 대로 그린 낙서가 작품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쉽게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없다면 ‘모스플라이다운’ 지금의 작품들이 탄생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Mothfly Crew Ordinary Life

언제든 작가의 편이 되어주고 지켜주려 하는 친구들이 많은 모스플라이 작가. 기회가 될 때 작가의 전시회에 참여해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술 한 잔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 2023년 Made in Garibong city, 스페이스 어반 개인전

• 성수 프리뷰, 춘천아트페어 외 단체전 다수 참여

• 컬렉션 : Soonaverse, 파운데이션

• 오픈씨 '한국 8인의 팝아트 예술가'로 소개

• 아발란체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 Avaissance Artist in Residence 선정



컬렉션

https://www.mothfly.kr/

https://foundation.app/@mothfly

https://foundation.app/collection/bnns

https://soonaverse.com/collection/0xe2d5c7ceda68c94f2af6ad6cf9bd50e9cf2b2106

https://soonaverse.com/collection/0x7d17bba06d94fb3fe2ca6a40bf823383e886d01f

https://www.spatial.io/s/mothfly-studio-62da6cd7119dbc00014aee3f?share=7513446089295118261

https://oncyber.io/spaces/aHcZ40vAZIcGahtd9MJJ


소셜 미디어

https://www.instagram.com/mothfly_studio/

https://twitter.com/mothfly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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