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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Aug 04. 2024

유전자도 전송이 되나요? - 페데리코 클라피스(3)

신을 찾아서

클라피스의 작품들 중 꼭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Searching for God’입니다. 단순히 보면 그저 조금 재미있는 콘셉트의 작품 정도로 느끼기 쉬운데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작가의 많은 고민들이 투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에서 마구간에 있는 두 사람은 VR기기를 통해 가운데 놓여 있는 지푸라기 더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 장면(성탄 구유)을 연상케 하는 장면인데 아기 예수(신)는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재미있는 장면인데요.

Searching for God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이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이 장면에서도 신은 보이지 않죠.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들은 VR로 신을 보려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신이라는 존재를 인간이 원하는 형상대로 만들어 보려는 것이죠. 인간을 창조했다고 여겨지는 신의 형상을, 다시 인간이 만든 VR세상에서 창조해 내는 인간이라니. 지독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나 신의 존재를 느끼고 싶은 나머지 조금 더 생생하게 체험(?) 해 보려는 시도일까요? 비록 VR 속 모든 존재가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이미지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저 지푸라기 위에 어떤 이미지가 있을지 우리는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탄 구유의 성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짚더미 위 아기 예수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작품 속실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상상이 만들어낸 강력한 이미지가 서사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죠. 결국 VR세상의 '실체'는 우리의 '상상과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탄 구유

이 작품이 재미있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작품 첫 장면 이후에 보이는 '시점의 이동'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그 시점은 바로 현실의 우리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입니다. 작품 영상의 첫 장면 이후부터 시점이 왼쪽을 바라보며 줌-아웃됩니다. 이때부터 우리가 본 '첫 장면'은 클라피스 작품의 전체 모습이 아닌 커다란 성당에 놓인 '설치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관람자의 첫 시선을 고정된 화면에 제한시킴으로써 마치 첫 장면이 작품의 전체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첫 장면만 보면 '아, 이건 성서 속의 사람들이 VR기기를 쓰고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구나'정도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시점이 바뀌면서 그 첫 장면이 성당의 설치물(전체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어? 내가 보던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작품의 전체라고 착각했던 첫 장면은 작품 속 VR을 쓴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과 조응합니다. 우리가 작품을 보는 스크린이라는 틀은 곧 VR을 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제한된 프레임인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스크린과 작품 속 인물들이 쓴 VR기기는 모두 그 틀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죠. 이를 좀 더 연장해 생각해 보면, 시점을 이동한 후의 전체 장면(성당 전체)은 VR기기를 착용했던 사람들이 VR을 벗었을 때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VR이라는 틀을 벗고 나면 세상의 전체 모습, 그 실체가 보이는 것이죠. 이처럼 시점을 이동시킨 것만으로 우리의 얄팍한 인식의 틀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립니다. 한편으로 가상현실을 비롯한 미래 기술은 인간의 감각과 지각을 얼마든지 혼동시킬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죠. VR에 프로그래밍된 이미지와 틀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되듯이 우리는 특정한 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클라피스는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를 가짜라고 단정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작품 속 소리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소리를 크게 하고 들어 보세요. 영상 초반부에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시점이 바뀌면서 실제 성당 내부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발자국 소리, 기침 소리, 문 닫는 소리 등이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사운드를 통해 공간 전체에 극적인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처음부터 소리가 크게 들려 실체를 빨리 알아채면  의도한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니 시점의 이동과 더불어 소리가 점점 커지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신 VR기술과 수 천 년 전 성서이야기의 이질적이고 독특한 만남, 영상의 장점을 활용한 시점의 이동과 소리 효과, 가상현실의 철학적 속성을 신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풀어낸 스토리텔링이 한데 어우러진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Searching for God 첫 장면
Searching for God 시점 이동(줌-아웃) 후의 장면
MetaSense


플라스틱 물고기를 구조하라!

또 다른 작품 피시 탱크(Fish Tank)는 2018년 환경 인식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가 직접 제작한 물고기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디지털로 표현한 것입니다. 클라피스는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상징하는 이 조각에 GPS를 장착해 7일 동안 바다에 떠다니도록 했습니다.

피시 탱크의 여정이 끝난 후 위치를 추적해 다시 건져냈는데 이 기간 동안 클라피스는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환경 운동에 동참하기를 독려했습니다.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이에 호응해 해변가를 깨끗하게 청소했다고 하네요.

Fish Tank 구조 장면

플라스틱을 물고기로 표현해 위협받는 해양 생태계 문제를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을 ‘구출’함으로써 지구를 오염으로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미션을 각인시킨 행위 예술이었습니다.

Fish Tank


다이아몬드 손(Diamond Hand)을 모셔라

클라피스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디스코드를 활용해 자신의 NFT작품을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작품을 오랫동안 보유한 소유자에게 점수(포인트)를 주고 그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입니다. NFT작품을 오래 보유한 사람을 NFT에서는 다이아몬드 손(Diamond Hands)라고 부르는데 클라피스는 ‘Diamond Ranking(다이아몬드 랭킹)’을 만들어 랭킹이 높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추후 제작한 작품을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Diamond Ranking

작품 보유자는 추가 혜택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판매 작품 수가 줄어들게 되면 전체적으로 작품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선순환 과정이 발생합니다. 또 작품 보유자들 간의 연대감이 생기며 아티스트를 지지하는 강한 커뮤니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혜택의 남발이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정량화된 포인트 제도로 장기간 팬과 커뮤니티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합니다. NFT예술에서는 예술가와 작품 보유자들간의 유대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Pak이다"

클라피스는 스스로를 미지의 유명 NFT아티스트인 Pak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패리스 힐튼도 자신을 Pak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작 Pak의 계정에서는 그에 대해 명확히 답변하지 않아 여전히 Pak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클라피스 트위터
패리스 힐튼(Paris Hilton)과 클라피스

그가 Pak이든 아니든 유튜버에서 배우, 크립토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전략과 독창적인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것은 분명합니다. 클라피스는 연기자와 유튜버로 활동했던 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스타성을 겸비한 데다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소셜 미디어 또한 활발하게 이용합니다.

클라피스 트위터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댓글을 달아 달라는 말을 항상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봅니다. 그는 그 이유로 “사용자의 해석은 작품의 일부로서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소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는 커뮤니티 내에서 댓글을 달고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Human Archeology

뛰어난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NFT아티스트로서 덕목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대중과의 의사소통 능력과 스타성을 갖추었으며 "디지털 예술이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실물 예술만큼 가치 있는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라며 꾸준히 활동 중인 클라피스.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NFT예술의 광활한 우주를 열어젖혀 주길 기대합니다.



• 컬렉션

니프티게이트웨이  https://www.niftygateway.com/@federicoclapis/collections

슈퍼레어  https://superrare.com/federicoclapis


• 소셜 미디어 & 참고 링크

웹사이트  https://www.federicoclapis.com/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edericoclapis/

트위터  https://twitter.com/federicoclap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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