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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Dec 13. 2023

여보, 나 스페인 갔다 올게(2)

스페인의 미술관 여행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편히 앉아 스페인 미술관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다. 지난 강의가 재밌었음을 꽉 찬 강의실이 말해주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뚫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지 못했던 이들을 위해 지난 강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뒤 본격적으로 본강의가 시작되었다. 지난 시간에 메모 못했음이 너무 후회되어 에버노트와 카메라를 오가며 열심히 찍고 쓰고를 했다. 그 두 번째 기록을 남겨본다.


미술관 구경에 앞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소개했다. 스페인의 각 도시마다 마요르(메인) 광장이 있는데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 근처에는 산 미겔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이 아닌  여행자들을 위한 시장으로 독특하게 건물로 되어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따빠스를 맛볼 수 있다. 따빠스란 접시 위의 음식을 말하며 이곳에서는 여러 재료들로 만든 따빠스들과 맥주 한잔을 들고 즐기는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지금 tvn에서 방영 중인 <장사천재 백사장>촬영  곳이 스페인 북부지역인 산세바스티안이다. 한집 걸러 미슐랭을 받은 맛집거리인데 그곳도 따빠스의 일종인 핀초 맛집들이 가득하다. 이곳은 접시 위 음식에 꼬치를 꽂아서 핀초라고 한다. 오후에 한산하던 거리가 저녁이면 핀초와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들로 복작하니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임에 틀림없다.

@pixabay




마드리드는 예술을 좋아한다면 일주일을 머물러도 좋을 만큼 예술의 도시이다. (역이름 마저 아르떼(Arte) 역이다) 현대 미술관인 레이나 소피아 예술센터에는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목적인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다.

@pixabay 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타일 벽화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밝은 내용이 아니다. 스페인은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내전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나타낸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중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담은 그림이다. 스페인 내전은 좌파 인민전선을 소비에트 연방이 우파 프랑코파를 나치와 이탈리아가 지원했는데 나치에서 새 전투기 실험을 할 곳이 필요하다 하여 프랑코가 게르니카를 지목하였고 평화로웠던 1937년 4월 26일 무자비한 폭격으로 1500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희생된 아이를 안고 우는 엄마, 죽은 사람을 또 찌르는 사람,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사람등 참혹한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프랑스 만국 박람회를 준비 중이던 피카소가 조국의 비보를 접하고 한 달 반 만에 완성시킨 349x775cm의 대작이다. 내전의 주도자인 프랑코가 통일시키자 피카소는 그림 반입을 거부하고 민주주의가 되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할 것을 조건으로 뉴욕 근대 미술관에 무기한 대여 형태로 전시하다가 1981년 스페인으로 반환되었다.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었다가 1992년 소피아 예술센터로 옮겨졌다. 영상으로 잠시 내부 입장과 함께 게르니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영상으로도 큰 사이즈와 함께 웅장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으니 실제로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은 티센 가문 2대에 걸쳐 수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부 무상으로 기증되었다고 하며 12세기부터 동시대까지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카르파초의 <기사의 초상>, 안토넬로 메시나의 <남자의 초상>, 한스 홀바인의 <헨리 8세>,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 등이 있는데 특히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는 꼭 봐야 할 작품이다.

@네이버 검색

언뜻 보면 조각상으로 착각할 것 같은 이 그림은 명암을 통한 입체감을 준 단색조의 회화작품이다. 유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얀반 에이크는 그전까지 달걀노른자를 이용하여 그리던 것을 오일로 바꾸어 물감이 마르는 시간을 연장해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게 했다. 얀 반 에이크의 또 다른 작품인 아르놀피부부의 초상 그림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세밀함에 세밀함을 더한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다.

@네이버, 구글 검색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이라고도 불리는 이 그림은 여러 가지 비밀들이 숨어있는데 그림의 이곳저곳에 상징적인 것을 담아두었다.(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상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 그림은 극도로 세밀하게 그린 부분에서 찬사를 받는데 아르놀피니 부부 사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부의 뒷모습과 뒷모습사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얀 반 에이크 자신과 조수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중앙 아래의 강아지의 털의 묘사까지 유화를 체험해 본 나로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세밀함이다. 현재 런던 영국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스페인뿐만 아니라 영국 뽐뿌질까지 할 만큼 이 그림은 나에게 너무 매력적이다.


위의 미술관 두 곳과 함께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약탈해 온 미술품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이곳은 서양미술사의 최고 거장들이 작품이 30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작품이 바로 모나리자다. 흔히들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데 프라도에도 있다니 모조품인가 싶은데 처음 발견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물에 덮인 이 그림은 오랜 시간 어둠 속에 갇혀있었다. 그러다 2011년~2012년 묵혀있던 작품들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의 오리지널 모나리자와 동일한 시대, 동일한 물감을 사용했으며 밑그림마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공방 사람이 그렸다 제자가 그렸다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오물에 덮인 줄 알았던 검정 배경을 없애고 나니 지금의 배경이 드러났고 원본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모나리자에 대해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고 한다.(그래도 나는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좀 더 중후한 멋이 있어 선택한다면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손을 들겠다. 실제 루브르 가서도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가 가까이에서 보고 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아 정신없어서 제대로 감상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실제로 보고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겠다.)

@namuwiki 모나리자(좌) 프라도의 모나리자(우)

2층으로 가면 단 한 번도 국외로 나가보지 못한 그림이 있다. 스페인의 국보 1호이자 서양미술역사 중 가장 미스터리 한 작품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그림만 봤을 때 왜 유명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림 속에 담긴 슬픈 역사를 듣고 보니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wikipia <시녀들> / @namuwiki <좌측 마르가리타 공주의 동생 카를로스 2세 초상화>

그림 속 인형같이 예쁜 아이는 마르가리타 공주(5세)다. 이 공주는 5세의 어린 나이에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약혼한 집에서 매년 성장하는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그려주길 원했다. 그러나 이 공주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1살에 요절하고 만다. 그 이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때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세력이 엄청났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이야기다. 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이 심각했다. 이들의 초상화를 보면 주걱턱이 심각한 게 보이는데 그나마 초상화이기에 더 미화시켜 그린 것이어서 실제로는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우측 초상화의 주인공인 카를로스 2세는 그중 심각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는데, 상체는 과하게 크고 하체는 가늘고 짧아서 부축이 없이는 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인형같이 예쁜 마르가리타 공주가 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였다. 실제 저렇게 어릴 때는 주걱턱도 병도 있지 않아서 유전병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왕에게 가장 이쁨을 많이 받았던 공주라고 한다. 하지만 피해 갈 수 없었다. 성장하면서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역시 점점 주걱턱이 되었고 결국 어린 나이에 요절하게 되었다. 공주의 약혼자가 그의 숙부였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후 다양한 그림과 많은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 왔지만 여기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이 글은 후에 스페인을 가게 될 때에 여행에 조금 더 참고가 되고자 기록을 한 것이며 강의 내용의 메모와 약간의 검색을 통한 내용이기에 깊이가 있지 않다. 하지만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미술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이 글에서 살짝 비친 그림들에 대해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나처럼 스페인 뽐뿌질이 와서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사물을 보는 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믿고 있는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존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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