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알림을 받았다. 요 며칠 나의 글쓰기는 얼음 상태가 되어버렸다. 발단은 지난 강의부터였다.
"이제 열심히 써봤으니 잘 써볼 단계입니다."
"경험만 쓰고 끝나는 일기가 아니라 고찰이 담긴 글을 써봅시다."
갑자기 부담이 밀려왔다. 몇 개 안 되지만 이제껏 쓴 글이 부끄러워졌다.쓰기가 지속되려면 내 글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데 시작부터 글렀다.서랍 속에 쟁여둔 글들 하나하나 다 일기 같고 유치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나 이렇게 멘탈이 약했던 사람인가. 잘 쓰인 글들을 보며 기죽었던 마음도 꿋꿋이 다잡았는데 결국 놓쳐버린 내 멘탈은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2주간 글하나 올리지 못했다.
서랍 속 글들이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던 중, 꾸준히 써야 한다는 브런치의 경고문 같은 알림이 왔다. 아무도 알림 받은 것을 알지 못하고 내가 글을 안 쓴다 해서 뭐라 할 사람 없지만 반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너무 부끄러웠다. 어휴 어서 쓰자. 일기가 되든 뭐든 쓰다 보면 되겠지.
도대체 글을 왜 쓰는 것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글을 쓰고 이루기 위한 목표는 무엇인지. 자기소개에 적어놓은 글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았다.
"40대가 되도록 꿈꾸기만 한 그림 동화 작가를 이제 진짜 이루어 보자는 마음으로 한 발 내디뎠습니다. 주부라는 직업 옆에 동화작가가 붙을 수 있도록 달려보겠습니다."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추구의 플롯'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구의 플롯'에 따라 잘 쓰인 이야기는 주인공이 외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달성하도록 하고, 그런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관객들이 '추구의 플롯'을 따르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그 플롯에 따라 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라고 말한다.
그림동화 작가는 내 외면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리고 추구의 플롯에 따르면 나는 그림동화작가를 이루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칠 것이고 희망했던 것만큼 이루거나, 혹 그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그 과정을 통해 깨닫고 얻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실보다는 득이 많으리라 믿는다.
그래, 진짜 근육 만드는 것은 실패했으니 글 근육만큼은 성공시켜 보자. 작심삼일도 삼일에 한 번씩 하라고 했다. 그러면 3일이 9일이 되고 12일이 되고 언젠가 300일이 되겠지. 그렇게 다시 일어서보기로 했다. 오늘이 작심삼일의 첫날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