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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Dec 07. 2023

여보, 나 스페인 갔다 올게(1)

스페인 여행, 인문학을 만나다

탁탁 탁탁

"인천 출발.. 스페인 왕복 항공..."

10년 만에 해외항공편을 검색해 보았다. 잠들었던 내 여행세포에 불꽃이 일었다. 나 집 좋아하는 집순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니 20대의 나는 일 년에 꼭 한번 비행기를 탔다. 가족들이 잠시 이민 갔던 중국을 가느라, 여행을 가느라 연례행사처럼 꼬박 들리던 인천 공항은 신혼여행 이후 구경 한 번 못했다. 콧바람만 조금 쐬어도 감기에 걸리는 애를 데리고 비행기는 커녕 국내여행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30대가 지나 40대가 되니 이젠 비행기 타는 게 싫어진 몸이 됐다. '제주도 가는 비행도 지치는데 해외는 무슨..' 그렇게 나는 여행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스페인 여행, 인문학을 만나다> 강연을 듣고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TV예능에서 줄기차게 등장한다는 스페인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두 시간의 강연으로 나는, 스페인에 푹 빠지고 말았다.


17개 지역이 17개국을 다니는 기분이  정도로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순례자의 길을 걷고 나면 평균 34일이 걸리고 발톱도 빠진다는데 그동안 눈에 담긴 경치와 경험들이 그 고통과 비교할 수 없다 한다. 남편이 예전부터 순례자의 길 가고 싶다 이야기할 땐 혼자 다녀오라던 나였는데 왜 갑자기 심장이 뛰는 건지. (10kg이 감량된다는 말에 혹한 것일까)


5년 안에 꼭 스페인 땅을 밟아보리라 마음먹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혼자 그냥 관람하는 것보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관람하면 더 유익하게 관람할 수 있듯 강사님께 들은 내용을 되뇌며 여행을 하면 좋을 듯하여 간단하게 기록해두려 한다.


스페인은 이슬람 문화권의 침략을 받아 700년부터 1942년 약 700년간의 전쟁 끝에 이사벨 여왕이 이슬람을 몰아내고 통일을 시켰다. 오랜 이슬람 식민지였던 탓에 이슬람 사원을 그대로 교회, 성당, 유적등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코르도바 대사원이 있다.

@pixabay   


지구가 네모라고 생각되던 시절, 인도를 찾아 바다를 건너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믿고 지원해 준 것도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이다.(700년 만에 조국을 통일시키고 신항로를 개척했으니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 덕에 스페인은 전성기를 누려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세비야 대성당에 금으로 만든 왕들이 들고 있는 관에 안치되어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PARADOR라는 국영 호텔이 있는데 오래된 성이나 요새, 수도원 등 역사적인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것이다. 지역별로 있는데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왔던 알람브라 궁전 내에도 이 호텔이 있다고 한다. 스페인 여행의 하룻밤 정도는 PARADOR에서 묵어보는 것을 추천했다. 예약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북부지방의 카탈루냐에 있는 몬세라트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몬세라트 산꼭대기 수도원의 에스콜라니아 합창단이다. 빈 소년 합창단과 함께 세계 3대 합창단으로 꼽히는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은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마치 천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하니 꼭 들어보고 싶었다.

@pixabay 안토니 가우디의 <까사 바뜨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고 할 만큼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이 모여있는 도시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가우디 투어를 가게 된다면 꼭 가우디 건축물을 공부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넋을 잃고 강연에 빠져 미처 내용을 다 기록해두지 못했다. 내 기억 속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메모해두지 못함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알찬 강연이었다. 단 2시간 만에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든 건 강사님의 뛰어난 화술의 영향도 없지 않았으리라. 10년 가까이 스페인 가이드와 도슨트를 하셨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다행히 강연은 한 번 더 남아있었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미술관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음 강연까지 일주일.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고 머릿속은 D-Day를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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