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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리버 Nov 20. 2024

프롤로그, 나와 여행을 떠나준 사람들

여행 메이트, 이야기의 시작.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을 때부터 나는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였을 수도 있겠다. 대학생 시절, 이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뚝 선 작가 한강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에세이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에는 한강 작가가 미국에 머물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강렬한 움직임을 짧은 시간 안에 포착해 표현해야 하는 '크로키' 같은 글이었다. 나는 그 책이 참 좋았다. 나도 언젠가는 사람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많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은 곳을 가서 더 깊이 느끼고 오는 여행자들일지도 모른다. 나는 전문 여행가가 아니므로,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니 그 여행은 오롯이 나를 향했다. 다만 영어가 서툴고, 여행이 서툴다 보니 늘 내 옆에는 누군가가 함께였다. 타인과 여정을 떠나는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낯선 장소, 낯선 언어, 낯선 음식, 그리고 낯설지 않은 줄 알았던 내 여행 메이트의 낯선 면모. 그래서 더욱 짜릿하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내향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나 역시 혼자서도 여행을 잘 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난 곳에서 현지인과 친구가 되어 돌아온 나의 모습을 보며 내가 내향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분위기 좋은 장소를 접했을 때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어야 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혼자 떠난 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깨닫고 나니, 그동안 나의 여행메이트가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몰려왔다. 함께 맛보고, 함께 감탄하고, 함께 사기도 당했다가 함께 전율을 느껴준 소중한 나의 여행 메이트들. 



그들에게 바치는 헌정글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내려 가 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 글들을 써내려가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해나가는 것은 마치 낯선 여행지에 첫 발을 내딛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미숙하고, 서툴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여행이 즐거워지기도 하듯이. 여행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 시작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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